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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나, 이제,죽습니다.'
첫 문장을 썼을 때가 2009년 봄이었습니다. 참 무던히도 오래 붙들고 있었던 셈입니다라고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말한다. 4년에 가까운 시간을 이 한권을 안고 살았겠구나하는 생각에 책을 읽고 난 후 리뷰를 써야지 하면서도 쉽게 쓰지 못하고 이 책을 안고 있었던 나와 비슷한 생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읽혔다. 이야기에 끌리듯 책장을 넘겨가는 손이 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후 머리속을 떠돌던 이야기들은 글로 쉽게 옮겨지는 걸 거부하고 계속 머리속에 남아있었다. 그렇다. 죽음 특히 자살이라는 건 쉽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주제를 벗어나 있다. 내가 접하는 자살이라는 것은 신문 사회면에서 사건으로 접하거나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정도로 언급되는 것들 뿐이었다.
주인공의 감성으로 읽히는 자살은 나를 힘들게도 하고 안타깝게도 했다.
지쳤다.
몹시 지쳤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순례자가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물을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지친 삶을 우격다짐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넌덜머리가 났다. 지긋지긋한 오늘의 끝을 볼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은가. P.9
라면서 미주와 함께 자살을 시도하는 해나. 결국 미주는 죽고 해나는 살아난다.
병원에서 만나는 얼굴없는 작가-이은재라는 필명으로 사는 해나의 알려지지 않은 아버지 이선우. 선우는 자신의 사랑이었던 해나의 엄마를 여전히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는 남자.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해나를 죽음으로부터 구해주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가지 못한 해나의 엄마의 길을 대신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가 쓰는 글은 그 여인을 향한 참회의 글이며 잊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책속의 책이라는 구조로 자신과 해나엄마의 사랑이 진실을 알린다.
해나가 다시 살아서 알게 되는 것들-엄마와 이선우의 사랑,같이 자살을 공모했던 수애의 부재로 다른 가족들이 갖게 되는 아픔과 고통,누군가를 위해 뭔가가 되어주고 싶은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사랑이 뭘까? 사랑을 했고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답을 해낼 수 없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일까? 아이가 그것일까? 아니면 사랑한다는 것 그 자체일까?
사랑하기에 감춰버린 진실이 가져온 운명의 어긋남은 읽는 내내 안타깝기만 하다. 진실과 사랑이 이렇게 다르게 안타까울 수 있다는 게 속상했다.
조창인의 <가시고기>를 읽어보지 못했다.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서 오히려 기피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 또한 제목부터 그닥 끌리지 않았었다. 너무 간절한 너무 뻔한 제목이라서. 하지만 읽고 난 후 스토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손내밈이 살아가게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것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우리 삶의 가장 나중에 있을 죽음까지 우리는 그렇게 손내밀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