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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노을이 질 때 이곳은 죽은 듯이 고요하다.'라고 표현이 되는 제 171대피역이 들어선 마을.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독일과 러시아는 결사항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조용하고 한가로운 휴양지처럼 평화롭고 주위가 적막해 할 일도 별로 없어 병사들이 나태해서 술과 여자를 가까이 했다. 대피역 경비대장 바스꼬프 특무상사는 술을 마시지 않고 여자를 밝히지 않는 동무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오게 된 여성고사기관포 5명의 사수들.
남자라면 어머니를 모독하는 욕설을 퍼붓든가 귀싸대기를 후려갈기면 되는데 이 여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는 특무대장과 이 여성전사들은 독일군과의 교전을 하게 된다.
한 챕터 한 챕터 할애된 각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태어나서 자란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사랑이야기 그리고 군대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전쟁이야기지만 전쟁과는 별개의 서정적인 이야기가 뒤에 펼쳐지는 총싸움을 더욱 가슴아프게 만들어주고 있다. 소녀의 사랑을 생각하던 독자를 화약연기 매캐하고 피가 튀는 전쟁의 총부리 앞에 내모는 것으로 전쟁의 잔인함과 무서움을 느끼게 해준다.
통통 튀는 아가씨들은 이쁜 꿈도 가지고 있고 사랑도 품고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그런 아가씨들이 전쟁터에서는 여자라고 해서 인정을 봐주지는 않는다.
숫적으로 우월한 독일군에 맞서 싸워가면서 잃게 되는 여성부하들.바스꼬프는 지휘관으로서 무엇을 해야하고, 또 무엇으로 싸워야 할지 고민이다.그러나 결국 부하들을 잃게 된다.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것. 아마도 조국과 부하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들 잃고 그는 외친다.
"그래,지금은 전쟁이라 치고,그 다음에 평화가 찾아오면? 너희들이 왜 죽어야 했느지 사람들이 이해할까? 프리츠들이 지나가도록 왜 그냥 두지 않았느냐고 사람들이 내게 물으면?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렷느냐고 하면? 우리 엄마들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막지 못한 건 너희 사내새끼들 아니냐고 물으면, 그땐 뭐라고 대답하지? "
노을이 질 때 죽은 듯이 고요한 마을에 전쟁이 있던 시절, 피의 울부짖음이 있었음을 사람들은 잊고 산다. 우리의 강산 또한 마찬가지다. 이 소설과 비슷한 시기에 민족의 피가 이땅에 뿌려졌다.
무심코 지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걸 깨달았어.라는 말처럼 살아남은 자들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음세대에 들려주고 그 아픔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