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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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을 빛 책이다. 손으로 썼을 것 같은 편지봉투와 단풍잎 한장! 아마 김수환추기경이 살아계셨더라면 이렇게 편지를 보냈을까? 

나는 카톨릭신자가 아니다.굳이 말하자면 불교신자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절에 다녔고 지금고 연중행사로 절에 가기는 하니까. 그렇지만 종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그래서 성경도 읽고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인들의 서적은 꼭 읽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만나게 된 책이 이 책이다.

 

김수환추기경은 나의 대학시절과 맞닿아있다. 80년 후반에 대학을 다녔지만 여전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이 치열하게 있었고 도로는 전경과 최류탄과 돌멩이가 날아다녔다. 데모를 하다가 전경에 쫓기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그럴 때 가장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곳은 성당이었다. 성당의 문은 열려있었고 경찰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사회의 약자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며칠이고 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성당이었다. 

 

그 당시 사회약자의 편에 정의의 편에 평화의 편에 서서 지켜주었던 분이 김수환추기경이었다. 격렬하던 시위도 이런 어른들의 말한마디에 숙연해 질 수 있는 그런 힘과 무거움을 지니셨던 분. 그분의 선종을 맞이했을 때 왠지 가슴에 눈물이 흘렀다. 책을 빠르게 읽었다. 마치 추기경님이 나에게 쓴 편지같다는 생각에 얼른 그 메세지를 읽고 싶어졌다. 언젠가 들었던 말들, 그러나 이기적이고 게으른 탓에 묻어두고 살았던 것들을 일깨워주는 한 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삶에 의미를 묻지 말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라!"

거창하지 않아도 이기적이더라도 존재가 흔들릴 때 살아남는 게 선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리고 점점 더 많아지는 소외된 사람들이 길을 잃고 있다. 우리가 기대고 싶은 시대의 어른들은 적다. 다들 제 앞가림도 하기 힘든 세상. 우리의 편이 되어 거센 바람을 막아줄 스승이 없다. 그래서 더욱 더 김수환추기경이 그리운 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으시면서 남긴 김수환 추기경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한 책을 읽고 나니 더욱 그분의 뒷모습이 마음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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