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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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나온다. 때로는 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부추기기도 하고 때론 힐링이라는 위로로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자기계발서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어보았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또 힐링에 속고 멘토에 속고 자기계발서에 속는다. 우리가 신자유주의의 달콤한 말에 속았듯이. 신자유주의아래에서 현실은 더이상 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시창이라는 말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가수 에미넴이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노래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도 알았고 가숨속에 품은 꿈을 이루기에 현실이 너무 보잘 것 없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널리 쓰고 있는 말이라는 것도 알았다. 

 저자인 임지선은 한겨레21의 기자로 인권의 사각지대를 조명한 많은 글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얼마전 이 저자의 다른 책-우리는 왜 혼자가 되었나를 읽은 적이 있기에 낯설지가 않았다. 사회부의 여러가지 사건을 쓰면서도 사람이야기를 쓰고자 했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경향신문 사회란에 70대 노인이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외손자와 동반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경찰은 장애아인 외손자로 인한 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할아버지가 손자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이 기사의 뒤에 숨은 장애인복지의 문제점에 대한 문제는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은 기자가 이런 사회란의 육하원칙에 의거한 기사뒤에 숨은 사람이야기를 쓰고 있다. 기자로서 '나의 세대'에 관해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스무살의 절망을 고민했으며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신문과 방송에 살인범으로 자살자로 천하에 몹쓸 사기꾼으로 등장하는 이들, 남편의 매질을 피해 도망친 캄보디아 신부,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 모두 청춘이지만 짧은 나이에 너무 많은 좌절과 고통을 경험해야 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라는 시로 유명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당진의 한 제철소 20대노동자의 죽음은 가슴이 먹먹해서 읽기조차 힘들었다. 이들에게 어찌 힘내라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사회란의 그 차가운 기사로 어찌 이 젊은이의 죽음을 제대로 알겠는가? 

30분안에 배달되는 피자배달원의 그 위험한 질주가 왜 계속되고 있는지 그렇게 죽어간 청년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보상은 어떠했는지 우리는 미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왜 빨리 오지 않는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계발서에 파묻혀 취직이 어려운 현실이 자신이 스펙을 쌓지 못해 벌어진 것처럼 자책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며 우리가 수없이 자신의 책임으로 알고 힘들어했던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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