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울을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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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나도 시골출신이며 나이가 들어 서울에 올라와 살았고 지금도 서울에 살고 있다. 어려서 내게 서울은 동경의 도시였고 처음 서울에 올라오던 고속버스의 창가로 보이던 서울의 뿌연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역사를 좋아해서 서울 곳곳의 유적지를 가보았고 또 그런 책과 기사를 꼼꼼히 찾아서 읽고 기록을 해놓았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서울이 자신의 이쁜 점만 장점만 보여주는 게 아닌 아픔을 잘못을 고백하는 고백록처럼 보였다.

 대학교때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온 서울이라는 두꺼운 책에서 보던 서울도 언뜻 보여 다시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을 다시 걸어보고 싶어졌다.

 일상에서 만나는 서울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이 생기게 된 이야기,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성수대교가 붕괴되던 이야기,지금도 여전히 인기있는 서민음식인 짜장면과 소공동차이나타운, 세종로이야기 등 숨쉬는 공기가 항상 있기에 존재를 잊고 사는 것처럼 우리가 매일 만나서 그 존재에 대한 궁금증조차 생기지 않고 있던 것들에 대해 말해준다.

서울에 올라오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대한 이야기는 독재시절 대통령이 고속버스 사업업체를 직접 선정한 이야기부터 고속버스터미널이 지금의 자리에 생겨 불편했던 시절과 경부선과 호남선의 규모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지역차별까지 우리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가 편하다고 타지만 실상은 주머니차별인 우등고속에까지 우리의 사고를 가지고 간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서울의 장소들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에 나오는 말죽거리, 강남.지금은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얽힌 땅투기의 역사, 엑스포행사를 치루기 위해서 경복궁을 사용했고 그 많은 전각과 건물을 요정이란 곳에 팔아넘긴 일제의 만행, 여전히 차별의 현장이 되고 있는 가리봉 오거리등도 아픈 우리의 역사이고 기억해야할 역사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있다. 

 비록 아픈 역사이지만 의미를 기억해야 할 곳들.

해방후 오랜기간 독재의 시대속에 생겨난 유적들,그리고 그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세워졌던 건물들, 우리는 네거티브 문화유산 또한 유지하고 그가 가진 의미를 좋든 싫든 새겨야 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아있던 유적은 전쟁기념관이었다. 체제전복을 꾀하는 좌익세력들이 준동하는 시기에 올바른 호국정신을 함양시키고자 하는 뜻깊은 일을 위해 안보의 성역으로 건립한 전쟁기념관은 우리의 왜곡된 현대사를 반영하고 있으면 아직도 여전히 분단국가로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어떻게 보아야 하면 후손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해보게 한다. 전쟁은 정치의 최후수단이지만 동시에 끝까지 피해야 하는 수단임을 가르치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다른 우리의 기념관! 전쟁은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하는 것임을. 그리고 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지 않는 증오와 호전성만 길러주는 기념관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문을 닫는 것이 옳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이제라도 제자리, 제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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