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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하다.계획적인 자살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한 짓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금 방 안을 둘러봐도 자살 말고 다른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았다. 현관과 뒷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고, 서재의 모든 창문은 잠금장치가 달린 크레센트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요컨데 이 방은 완전한 밀실이었다.
밀실살인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시체가 발견되는 곳은 완전한 밀실이고 외부의 침입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그렇지만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살인이라고 가정하면 밀실을 만들어야 할 동기는 있고 방법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밀실살인게임은 좀 어렵고 도전하다가 포기하기가 일쑤이다.
기시 유스케의 자물쇠가 잠긴 방은 밀실살인에 대한 4개의 이야기이다. 모두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하는 수수께끼를 풀어가거나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 하는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가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누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하는 문제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자물쇠가 잠긴 방은 방범탐정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에노모토 케이아 변호사 아오토 준코 콤비의 활약을 다룬 밀실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사건들로 꾸며져 있다.
서있는 남자에서는 '신일본 장례사'의 사장이 산장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그러나 살인현장을 밀실로 꾸민 이유가 살인의 혐의에서 벗어나는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유언장에 있을 거라는 추측으로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밀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물쇠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좀 어렵기는 했다. 그렇지만 목격자로 인해 밀실의 수수께끼는 풀린다. 힌트는 서있는 남자! 그리고 시간!
자물쇠가 잠긴 방에서는 빈집털이의 달인이며 섬턴의 마술사인 아이다가 감옥에서 나와 5년만에 조카들의 집을 찾아왔지만 조카는 밀실이 되어버린 방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동생을 놔두고 혼자 저세상으로 갈 이유가 없는 조카의 죽음에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 누가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는 짐작이 간다. 그러나 밀실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는 모른다. 이제 하나 하나 풀어나간다. 주요물질의 대전열이라는 과학이론이 등장하고 기압차를 설명하는 샤를의 법칙도 등장한다.
또 다른 두 가지 이야기도 패턴은 비슷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밀실을 만든다. 사회적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재미도 있고 놀라운 방법의 살인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소설이지만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하지만 과학적인 논리로 따져들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밀실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이 통쾌하고 과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