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나보다. 이 책의 첫페이지에 나오는 글에 뻑(?)가서 잡은 즉시 읽기 시작해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에 책을 손에 놓지 못하고 다 읽고 나서야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름의 기억은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바람소리, 하늘의 빛깔로 눈길이 자주 갔다.

  맛이나 냄새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어느새 일상에는 윤기가 돌았다.

 

  지금도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주인공들의 나이는 39세,책의 뒷부분 남자주인공 테쓰지가 키미코를 껴안으려 하자 붉은 동백(생리중)이라서 안된다고 말하면서 곧 끝나려는 신호가 올거라고 여름의 끝, 그런 느낌을 느낀다는 말과 함께 나오는 글. 


 인간에게는 네 가지 계절이 있다고. 푸른 봄, 붉은 여름, 하얀 가을, 검은 겨울. 10대가 푸른 봄,즉 청춘이고, 20대부터 30대가 붉은 여름, 마흔,쉰이 하얀 가을, 마지막이 검은 겨울이죠. 마흔이 넘으면 가을이 되는 거예요.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서히 식어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도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여름은 없어요. 서른아홉,그야말로 여름의 끝이죠. 


 그런 서른의 끝에 선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다. 그렇지만 둘은 음식으로 말하자면 테쓰지는 감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고급과일인 멜론이고, 페코짱이라 불리는 키미코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킨코참외이다.테쓰지는 은행원이고 많이 배웠고 클래식에 대한 지식도 풍부한 사람이지만 어머니의 죽음과 아내의 외도와 일터에서의 문제로 어디에서도 설자리가 없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페코짱은 아들와 남편의 죽음을 겪었지만 밝고 상냥하여 사람들이 행운의 마스코트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배우지 못함에 위축되어 있고 아직 아들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이 테쓰지가 어머니유산을 처리하면서 마음의 병때문에 얻은 휴가기간동안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가 클래식의 선율과 바다의 노래와 음식의 향기로움처럼 펼쳐진다. 


 둘의 차이처럼 감각과 취향도 다르고 어느 것 하나 닮은 점이 없어보이지만 이들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음식- 인스턴트를 먹던 테쓰지는 페코짱이 해주는 음식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면 마음을 열게 된다.

 마사지- 딱딱하게 굳은 등과 돌려지지 않는 목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던 테쓰지는 테코짱의 마사지로 부드러워             지고 목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며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게 된다.

 클래식- 피아노를 치던 아들의 죽음으로 아들이 좋아하던 음악이 궁금하던 페코짱에게 클래식을 하나씩 알려주는 테쓰지.

 둘 사이에는 조금씩 비슷한 점을 공유하며 드디어 비밀나누기를 통해 더욱 가까워진다. 아들과 남편의 죽음을 알려주고, 아내의 외도와 마음의 병을 고백하면서 서로 감추고 꾸미지 않는 사랑,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담담함이 있는 사랑을 만들어 간다.

이들의 만남은 사랑과 우정의 어느 중간부분에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영원하고 정열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었던 20대와는 달리 사랑의 모습은 이제는 색깔도 모양도 그때와 다르다. 무어라 딱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가슴이 울리는 책읽기였다. 이제 편안한 사랑도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에 같은 공간에 산다는 것이 나를 버리고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아는 그런 시기가 되었기에 이 책은 더욱 마음에 와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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