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왈츠

이별의 왈츠 ㅣ 밀란 쿤데라 전집 4
밀란 쿤데라 지음, 권은미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왈츠? 4분의 3박자의 경쾌한 춤곡, 또는 그 음악에 맞춰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원을 그리며 추는 춤. 흔히 저녁에 열리는 파티의 춤으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거나 결혼을 축하할 때 등 왈츠는 인생의 행복한 순간들을 낭만적인 감정의 세계로 승화하는 매력을 지녔다는 그 왈츠가 이별이라는 단어와 화학적 결합을 해버렸다.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작가의 글쓰기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다는 기쁨은 어디에 비교할 수가 없다. 꼭 맘에 드는 옷을 입은 것처럼 손에 들고 또 보고 싶어지는 그리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소재거리로 삼고 싶은 그런 책이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소설이 최고라고 치켜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소설에서 알게 되는 사랑은 존재의 의미를 파고드는 철학적인 질문과 함께 한다. 그래서 그 사랑이 어떠하든지 간에 결코 가볍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루제나의 사랑은 어떨까? 루제나는 산 속에 파묻힌 온천도시에서 태어나 불임치료를 받기위해 이곳에 온 부인들을 담당하는 아가씨이다. 그녀는 여자들로만 우글거리는 이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녀는 이 도시에 사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한 청년과 사귀는 중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 연주하러 온 클리마라는 트럼펫연주자와 잠자리를 갖는다. 

트럼펫연주자 클리마는 아름다운 부인 카밀라가 있다. 그럼에도 끝없이 외도를 한다. 다른 여자와의 잠자리는 자신이 클리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하는 하나의 도구가 된다. 그의 부인 카밀라는 남편에 대한 질투심에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다. 

임신을 한 루제나가 임신을 알리면서 클리마와 다른 인물들이 사랑,그리고 이별이라는 이야기속으로 들어온다. 

클리마의 곤란한 점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슈크레타의사는 불임환자에게 자신의 정액을 주사하여 자신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많은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을 본다. 

모든 인간들은 다른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면서, 동시에 당신들 자신의 살인죄는 결코 범죄가 아니라고, 단지 피할 수 없는 인류의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서로가 불완전하고 어느정도의 죄를 가진 인간들이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철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별의 왈츠는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한문장 한문장 꼭꼭 씹어가며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을 오랜만에 만나서 행복한 가을의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