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의 한 방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티비에서도 책에서도 모두 인간은 위대한 존재이며 당신 또한 최고의 존재로서 도전적이며 열정적으로 살아서 남들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되라고 한다. 그런 말들을 쫒아 젊은이들은 자기계발서라고 하는 책들을 읽어대고 스펙을 쌓고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고 못난 다른 이들에게 뒤쳐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하고 만다. 그러니 아직 시작도 해보지 못한 학생들이 성적때문에 자살을 하기도 하고 화려한 생활을 하는 연예인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하의 한 방울을 쓴 이츠키 히로유키씨는 두번의 자살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일본 최고의 작가라고 칭하는 그 또한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고 그런 어려움을 겪어낸 삶의 철학을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츠키는 이 책의 제목대로 '사람은 대하의 한 방울'이라고 하며 그것은 작은 하나의 물방울에 불과하지만,커다란 물의 흐름을 형성하는 한 방울이며,영원한 시간을 향해 움직이는 리듬의 일부라고 느꼈기에 죽음의 순간에서 삶을 선택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각자 인생이라는 물방울의 여행을 마치고 결국에는 바다로 돌아간다. 어머니이신 바다에 안겨 다른 모든 물방울과 융합하고 빛과 열기에 휩싸여 증발하고,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지상으로.

 불교의 윤회사상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또 과학자들이 말하는 인간의 존재는 자연의 일부로 많은 분자로 되어있어 죽으면 다시 분자로 돌아간다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삶은 유한한 것이며 그렇게 아둥바둥 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짜피 죽을 인생이라는 숙명을 타고 난 절망감에서 볼 때 절망,괴로움은 삶의 기본 아이템인 것이다. 희망이란 한 쪽에 절망이 있고 절망의 깊은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춰오는 것이다. 희망은 절망과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 깊이 절망한 자 만이 진정한 희망을 붙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 굴원과 어부의 이야기는 다른 것들보다도 더 마음을 울렸다.

굴원이 "결백한 이몸이 세속의 더러움에 물드느니 차라리 이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밥이 되는 게 낫다"며 죽으려 하자 어부가 시 한 수를 읊는다.

" 창랑의 물이 맑고 투명할 때는

  내 갓끈을 씻으면 된다

  만일 창랑의 물이 탁할 때는

  내 발이라도 씻으면 된다"

 물이 누렇고 탁하다고 해서 멍하니 서서 화내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발은 그 진흙위를 걸어서 어느덧 더러워지고 진흙도 들러붙어 있다. 설사 탁해진 물이라도 자신의 그 더러워진 발을 씻기에 충분한 법이다.

 

 우리는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 보이는 전쟁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마음의 전쟁까지 혼란스럽고 힘든 세상속에 우리는 물방울인 것이다.

 

 오늘 발을 씻어야겠다. 정성을 다해. 오늘도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나의 머리와 가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이렇게 고생하고 관심받지 못하는 발에게 소중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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