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있는 식탁

인생이 있는 식탁 -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의 사람 그리고 음식 이야기
박미향 글.사진 / 인디고(글담) / 2012년 10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입도 마음도 즐겁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마음 가득히 행복이 번진다. 좋은 책을 만나면 머리도 가슴도 뿌듯하다. 모두 다 나에게 포만감을 안겨다 주는 것들이다.

  이 세가지가 만났다. 인생이 있는 식탁에서.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이 들려주는 사람과 음식이야기이다. 편하게 읽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머리속에 떠올리면 좋겠다.(살짝 아쉬운 것은 에피소드에 맞는 음식 사진이 옆에 나오는 게 아니라 다소 엉뚱해 보이는 사진들이 있다는 것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방금 들려준 이야기에 나오는 그 맛있는 음식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랑해야 한다. 젊음도,사람도,자연도,그리고 나이들어 감도. 또 낯선 것도, 익숙한 것도.

 음식은 익숙한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론 낯선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낯선 음식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와인! 나에게는 이 술이 낯선 음식이다. 작가도 말하듯이 번잡하고, 비싸고, 복잡하고 꼴사나운 고상함을 가진 이 술이 때로는 삶의 일탈을 가져오기도 한다. 평소에 가보지 않던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스테이크와 이름도 어려운 와인을 곁들여 분위기를 잔뜩 내며 조용한 음악에 나를 맡겨보는 것도 또 다른 힘든 날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 

 땀 흠뻑 흘리면서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운동하고 나서 마시는 맥주에 닭튀김은 더이상 좋을 수 없다. 작가의 표현대로 일상을 즐거운 일로 채우는 방법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을 하거나 땀나게 돌아다닌 후 고된 다리를 그리고 목으로 타오르는 갈증을 풀기에 닭튀김에 생맥주만한 게 또 있을까?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목소리 높인 수다는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작가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듯하다. 막대해준 선배와 함께 마시는 편한 술 막걸리.탁해서 탁주,흰색이라 백주,농사에 쓰여 농주라고도 불리는 막걸리는 두툼한 파전에 한 잔 쭉 들이키면 바로 앞에 앉은 사람과 부쩍 친해진 듯 할 것이다. 

 음식을 고르듯이 사람을 고를 수는 없었다. 사람은 그저 원하는 대로 만나지거나 헤어져지는 게 아니었다. 운명처럼 얽히고 설키어 고와도 미워도 내맘대로 하지 못한다. 아니 어쩜 음식도 제대로 고르기가 힘들다. 겉으로는 맛있어 보이는데 막상 먹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남들은 다 별로라고 하는 데 내 입에는 착 달라붙는 것도 있다. 

 인생이 있는 식탁을 그저 편한함에 빠져 읽었다.음식과 사람이야기를 아는 언니가 수다떨듯 들려주는 것 같아 편안했다. 

 책의 맨 마지막에 나온 음식점 정보도 유용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