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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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였다. 한창 감수성도 예민하고 온세상의 고민을 혼자 다 짊어진 척 하면서 책을 읽던 시기에 읽었던 책이었다. 청소년이 꼭 읽어야할 책인 이유도 있었고 또 우리또래의 아이들이면 이 책 한번은 읽고 있었네 하고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기에 꾸역꾸역 읽었던 기억만 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전체적이 스토리만 기억날뿐 베르터에 빠져서 고민하고 공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괴테의 베르터처럼 어쩌고 하면 속으로 대단하거나 아님 아는 척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청소년기의 짝사랑도 끝나고 젊은 시절의 불타는 사랑도 지나서 결혼을 하고 이제는 생활속에서 파묻혀 사는 생활인이어서 일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계속 베르터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 또한 베르터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죽을 것처럼 힘들지? 죽음 밖에는 보이는 게 없지? 꼭 그 여자 아니면 안 될 거 같지? 그렇지만 조금 지나보면 언제 그랬냐하고 잊혀지게 되어있어. 그리고 시간이 좀더 많이 흐른 뒤에는 추억으로 남을 거야. 너무 거기에만 매몰되어 있지 말고 다른 일을 좀 해봐!"하고.

  그러면서 나는 나의 옛사랑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베르터처럼 바보같이 사랑하는 사람 옆을 떠돌던 일. 그의 말한마디 한마디가 꼭 나를 위해 던진 것처럼 의미를 두던일. 그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소한 나뭇잎하나에도 감동하던 일. 그를 생각하면서 듣던 음악, 책, 그리고 걷던 길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지나왔지만 죽을 것 같았지만 돌이켜 보면 아픈 기억보다 아련한 추억만 남아있다. 

  4주만에 이 책을 썼다는 괴테도 아픈 추억으로 이 책을 썼겠다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던 당시 젊은이들이 모방자살까지 했다니 당시 이 책이 던져준 충격은 놀라운 것이리라. 

  짝사랑은 주인이 없지만 혼자맘속에서 스스로 자라는 꽃과 같다. 주인이 물을 주지 않아도 햇빛을 비춰주지 않아도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또 씨를 뿌리고 또 자라는. 그래서 거대한 꽃밭이 되어버리는. 

  베르터는 죽기 전 로테의 사랑을 확신한다.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는데도. 그러니 로테는 베르터의 것이다. 영원히. 알베르트라는 남편이 있어 이세상에서는 로테를 빼앗아 온다면 죄가 된다. 그래서 스스로 벌을 내린다. 그 죄로 천상의 환희를 맛보았고, 그 순간부터 로테는 영원히 베르터의 것이 되었다. 그래서 베르터는 로테보다 먼저 로테의 아버지에게로 간다. 그 곳으로 로테가 올때까지 기다리다 로테가 오면 무한한 신이 보는 데서 로테와 영원히 살 것을 맹세한다. 

  죽어서 영원한 사랑을 이루고자 한다?

  잘 모르겠다. 영원한 사랑이 있겠는가 하는 의문부터 드니 이 전제에 나는 동의하지 못하는 거다. 그러니 죽음으로 사랑을 이어가겠다는 발상이 안타깝기만 하다. 괴테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무슨 이유로 이 작품이 위대한지도 의문이지만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 살아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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