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 아멜리 노통브를 만난 것은 <적의 화장법>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을 통해서였다. 무척 흥미롭게 읽고 그리고 반전을 간직한 책이었다.벨기에 출신의 작가이며 독창적이고 신랄한 문체를 쓰는 그리고 많은 작품을 내고 있는 인기있는 작가로 매년 8월 말 프랑스에서 신간을 내놓고 있고 여지없이 베스트셀러목록에 이름을 올려 이 때를 '아멜리'라고 부르게 만드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아마 이 책에서 많은 독자들이 또 느끼게 될 듯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부친살해의 전형을 테마로 이용한 소설이다. 유아기의 남자아이들은 어머니에게 애착을 느끼고 아버지에게 적의를 느낀다고 한다. 이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인데, 이 단계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스스로의 인격이나 타인과의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마술사 노먼 테런스와 그의 양아들 조 위프의 이야기다. 마술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조는 친아버지를 모른다. 부성에 목말라하는 조는 스승인 노먼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느끼고 노먼과 함께 살고 있는 크리스티나를 사랑한다. 15세의 조와 35세의 노먼과 25세의 크리스티나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우리의 가정과는 다르다. 조의 크리스티나의 사랑 역시 엄마에게서 느끼는 사랑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지만 노먼은 점차 아버지의 마음으로 조를 사랑하게 되고 조 역시 노먼에게 아버지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조는 어려운 마술에 더욱 끌리고 속임수 마술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어쨋든 마술은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조와 근본적인 차이를 노먼은 보인다. 마술은 타인을 위해 현실을 변형하는 것이며 그에게 해방감을 촉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속임수는 돈을 훔칠 목적으로 타인을 희생시기는 현실은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마술사는 관객을 사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조에게서 도덕적인 완성을 바란다.
 조는 결국 아버지의 가치관을 부정하고 권위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아들이 되어 크리스티나와 잔다. 그럼으로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처럼 되어가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노통브식 반전이 있다.
 노먼은 조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고 사기도박으로 명예를 손상시켜 또 자신을 사회적으로 죽이려는 시도를 했다는 걸 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말 조의 아버지라는 걸 알았다고 그게 감동이라도 고맙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반전! 조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10여 페이지에서 말하는 내용은 어쩌면 영원한 아버지들의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맨 첫장에서 쉰살의 노먼이 서른살의 조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말하는 게 뭘까? 
 
 아들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자신의 가치관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지켜보고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 책이 읽혀졌다. 조의 도발이 그만 멈추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덮게 되었다. 부모는 어쩔 수 없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