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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타임 -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학생운동
클레어 솔로몬 지음, 인윤희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9월
평점 :
꽤 두꺼운 책이다. 영국,이탈리아,미국,프랑스,그리스,튀니지 등 많은 나라의 학생운동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어서 그 나라의 사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어느 부분은 어렵게 읽혔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대학을 다니던 80년~90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대학을 들어가기 전 초등학교때 16년동안 독재를 하던 박정희의 죽음을 보았고,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들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 우리나라에 간첩이 들어와서 이런 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믿었었다.
88년 대학에 입학해서 만나게 되는 것들은 흔히 요즘 말하는 "맨붕"상태로 나를 만들었다. 광주에서 시민들의 죽음, 같이 공부하던 학생들이 데모하다 경찰에게 얻어맞는 장면과 학교선배들의 울부짖음. 그런 속에서 나는 조금씩 이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눈을 뜨기 시작했고 역사와 정치와 경제문제에 관심을 가졌었다. 당시 우리가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는 "독재타도"였다. 결국 지금은 이 나라는 그런 학생운동의 결과로 어느정도 민주화라는 과업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흔히 말하는 386세대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는 내 아이가 대학을 가기위해 열공을 하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이며 열심히 돈을 모아 아파트대출이자를 갚아나가지만 별로 빛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아직도 우리나라의 정치문제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한 소시민으로 살고 있다.
대선때 등장하는 구호중 하나 "반값등록금"의 문제를 우리가 학교다닐 때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지금 비단 이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영국의 경우 등록금 인상의 문제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데모를 하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인문학과들이 없어지는 사태로 교수들 또한 일자리를 잃고 데모대열에 동참했다. 학생들은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 빚을 내야하고 점점 줄어드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또 돌아다녀야 한다.
이탈리아학생들은 베를루스코니의 개혁정책에 반대하여 학생들이 책제목을 써 넣은 방패를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런 시위문화가 참 기발하고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가 교육예산삭감에 저항하고 책이 경찰과 대치해서 싸운다는 의미로 다가오면서 열마디 구호보다도 간결하고 강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권력은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많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가 다닐 때와는 다른 이슈로 이들은 싸우고 있지만 그 기본적인 구도는 같다. 우리는 정치민주화를 위해서 싸웠지만 이들은 부채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 대학은 이미 자본,국가에 넘어가 버렸다. 많은 대학생들이 일하기 위해 빚을 지고 이미 쓴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학업에 드는 많은 비용과 함께 악화되는 고용전망이라는 가혹한 현실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이 선택한 것은 투쟁과 연대이다.
그렇지만 신문과 언론 그리고 정부는 이들을 폭력자로 질서의 파괴자로 부른다.
권력자에게 있어서 폭력은 질서의 파괴일지 모르지만
이들 학생과 노동자에게 있어서의 폭력은 오랜기간 저임금에서 일하게 해놓고 은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가게 하는 것이며,은행채권과 연금기금 강탈과 주가조작이 폭력이다. 또한 막대한 이자를 붙여 상환해야 할 주택담보대출이 폭력이며 고용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고용자의 권리가 폭력이다.
보이는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가해지는 이런 폭력들도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이들은 외친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아이들이며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고 도와달라고.
이들에겐 꿈이 있다. 우리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잊고 있었다.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함께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