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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뉴욕타임스 논픽션 1위,2012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 전세계21개국 출간 밀리언셀러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표지의 그림처럼 낡은 등산화의 냄새와 무게로 나에게 다가왔다. 장장 네페이지에 달하는 추천사가 결코 책을 팔기 위한 광고가 아니며 나도 거기에 한줄 보태주고 싶어졌다.
작가인 셰릴 스트레이드는 바위처럼 단단한 존재이며 작가의 인생을 지켜주던 사람인 엄마의 죽음과 생물학적 친아버지의 부재 등으로 슬픔이 자제력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상태가 되어 그야말로 막 산다. 술과 마약과 섹스에 탐닉해 사랑하는 남편과의 이혼까지 이르게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삶의 희망도 없고 이렇게 되어버린 자신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때 그녀는 PCT(멕시코국경에서 캐나다국경까지의 길)을 걷기로 한다. 이혼과 함께 자신에게 지어 준 새로운 성을 달고. 그 성인 Strayed는 "길을 잃다"라는 말로 바른 길에서 일탈,멋대로 행동,부모없음,집없음,뭔가를 찾아 목표없이 움직임이라는 뜻이 담겨있는 말이다. 딱 지금의 작가를 나타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그 길을 걸으면서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참이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절망감,외로움,걱정,근심 특히 고통은 육체적,정신적측면에서 여행자의 의지의 중심 자체를 난도질해 들어간다. 그렇지만 작가는 엄마의 죽음보다 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그래서 여행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떠난다. PCT에서 만나는 자연, 별, 어두운 하늘을 보면서 안에서 무언가가 더 강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이제 스스로 자신을 치료해야 한다는 걸 안다.자신에 대한 용서도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용기도 모두 PCT에서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고통과 싸움에서 인생의 고통 또한 마음속에서 왔다갔다 함을 느낀다.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가 칼처럼 찔러대는 그런 시간들을 겪으면서 야생에서 보내는 시간이 "영원한 치유화 문명화된 가치"를 제공해준다고 믿는다.
자연은 우리를 부수고 또 우리를 보호해준다. 어떤일은 일어나고 또 일어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도는 없는 법이다. 일이 어떻게 이어지고 또 일을 망치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인생을 피어나게 하거나 망치게 하거나 혹은 방향을 바꿔버리게 만드는 원인을 우리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끝까지 사랑해주지는 않았지만,우리에게 주었던 사랑은 언제나 도움이 되었다.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내버려둘 수 밖에 없음을 깨달을 때 작가 자신도 그리고 작가가 사랑했던 그리고 작가를 떠났던 이들도 용서된다.물론 작가자신도 용서함이 기본이 된다.
작가의 희망 "강한 의지와 책임감, 맑은 눈을 가진 사람, 의욕이 넘치며 상식을 거스르지 않는 그냥 보통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100일간의 PCT걷기는 계속되었고 마침내 그 끝에 섰다.
여행은 버리고 또 얻는 과정이다. 새로운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 여행이다. 타박타박 걸으면서 발끝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사색들이 또 다른 나를 만들어줄 것이다. 이 작가처럼 힘들때 걸어봐야겠다. 발로 온 몸으로 쓴 여행기라 마음의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