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나온 책이지만 묘하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있다. 이 지상의 노래는 묘하게 내게는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을 연상시켰다. 고등학교때 읽은 좁은문은 나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 한 책이었다. 좁은문에서의 알리사는 자기여동생이 자신이 사랑하는 제롬을 사랑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간 것에 죄의식을 느끼고 평생을 수도사처럼 살다죽었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드러나지 않는 그다지 죄가 될 것 같지 않은 것에 얽매여 평생 한번의 사랑과 행복을 통째로 가슴에 묻고 또한 완전히 하나님의 종으로 살지도 못했다고 생각되는 삶을 살다간 불쌍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섯명의 이야기는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다들 죄의식을 가지고 살게 되는 사람들이다. 사촌누나 연희를 사랑한 후. 연희의 질곡의 삶이 자신이 연희를 사랑한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죄책감에 천산수도원(여기서는 지상의 불완전하고 건전하지 못한 삶에서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으로 찾아든다. 형의 불행을 외면한 죄책감과 부채감에 형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수도원을 답사하고 수도원에 남아있던 벽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강상호. 수도원사람들을 군부독재의 한 축으로 내쫓은 후 한정효라는 사람을 위폐시키고 초소를 만들어 감시했던 죄책감에 시달리던 장. 장의 이야기에 나오는 군사정권의 핵심역할을 하다가 변심한 후 죄책감에 길이 되어버리고 싶었던 한정효. 이들은 모두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의 모습이 곧 작가는 인간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은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고 그 한편은 죄의식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사회와 권력의 매커니즘에 부속된 자이다. 그렇지만 초월과 구원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작가는 심리학과 신학이라는 두 축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있다. 천산수도원에서는 이름도 부르지 않고 모두 형제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하느님앞에서 모든 사람들이 하찮은 존재로서 평등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어쨌거나 불완전할 수 밖에 없고 절대자인 하느님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이 수도원을 만든 이유는 지상에서 벌어지는 욕망의 충돌과 불완전함에서 벗어나 하느님에게 가까이 가고자하는 욕망, 그리고 구원의 길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 천산수도원이 없어지게 되는 이유는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속해있는 사회와 권력이라는 욕망때문이다.
이런 욕망들의 충돌.
강상호가 쓴 기록을 보고 <켈스의 책>에 비견되는 신앙의 표현이 될거라고 믿고, 아름다움의 극치를 발견하고자 천산수도원을 찾가가는 차동연은 이런 두 가지의 욕망을 바라보게 된다.
결국 차동연은 종교적인 문제와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그렇다면 우리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에 부끄러워하고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가? 죄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알리사처럼 후처럼 우리모두가 수도사의 삶을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하는 문제를 던져놓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