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화가들의 드라마같은 삶과 그림

그리메 그린다 - 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2년 9월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그림그리기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한국인이어서일까? 그런 까닭이지는 모르겠지만 한국화에 대한 책이나 도록은 꼭 보고 넘어가야 위안이 되곤 한다. 이번에 만난 책은 조선시대 화가들이 남긴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그림처럼 살다간 그들 삶의 그림자를 따라가본다는 <그리메 그린다>였다. 그리메는 그림자라는 말이라고 한다.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삶의 흔적을 찾아보는 이 책은 그들에게 그림이란 무엇이었는지, 그들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림을 그려내는 그들은 누구였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김홍도,신윤복,장승업,허련등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풀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대를 이어 그림을 그리는 피가 흐르는 이들이기도 했고, 호방과 기예가 넘치는 이들이기도 하고, 문인화가이기도 했다. 

몽유도원도라는 걸작을 남긴 안견은 안평대군이라는 높은 예술적 소양을 가진 후견인을 만나 성장하게 되었다. 그 유명한 김홍도는 강세황이라는 좋은 스승을 만나 더욱 이름을 높이게 된다. 김홍도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가리치고 지원했던 스승을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신필'로 알려진 김홍도는 아마도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오죽하면 "김홍도여!김홍도여!"라고 탄성을 지르며 불러볼 이름이겠는가? 그는 스승과 합작품인 <송호도>라는 멋진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정조임금을 통해 속화그리기를 하게 되기도 하는데 정조임금이 껄껄 웃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잘나가던 천재화가는 중년이후 친구도 떠나고 후원자인 정조임금도 죽고 재정난과 건강문제도 겹친채 불운한 말년을 맞이한다. 보수파의 미움으로 쫒겨나 그후 행적이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천재화가 김홍도! 그의 작품이 얼마전 진위가 불분명하다는 기사를 보고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런 천재화가로 장승업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지물포에서 그림그려주던 하인이었다는 장승업은 '신이 모이고 뜻이 통했다'는 놀라운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자신의 광기를 이겨낼 수 없었던 듯하다. 취명거사라는 이름처럼 먹고 싶을 때 먹고,자고 싶을 때 자고, 여자가 그리울 때면 품에 안고 그러다가 어느 마을 밖 논길에서 죽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고 하기도 하는 기이함을 남긴다.

 이런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니 그림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림이 너무 작아 자세히 보기가 어려웠다는 것과 컬러로 되어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궁금해하던 화가들의 삶과 그림을 한꺼번에 보게 되는 호사스러움과 그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저자의 조선시대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사랑과 그들의 삶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