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연쇄 독서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
김이경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제목의 이 책은 그 동안 내가 만났던 책에 대한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좀더 무겁고 다른 작가들이 다루지 않았던 혹은 다루기를 꺼렸을지도 모르는 그런 책들을 소개한다. 이런 책들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주제가 어렵다거나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또 하나는 이런 책들을 내용으로 글을 쓰게 되면 이 책조차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 적어서 시장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작가는 용감(?)하게도 우리에게 낯설고 생소한 책들로 이 책을 채워놓았다. 책의 제목처럼 '마녀처럼' 두려움없이 독자적인 시선으로 책을 읽었고 독자의 눈치 또한 보지 않고 우리에게 툭 던져놓았다.  

 

  우선 재미있는 소설, 인기있는 책들을 기대했다면 이 책을 읽는데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런 책은 볼 수 없으니까. 대신 작가는 현실과 밀접히 닿아있는 독서를 한다. 책의 주제 또한 무겁기만 하다. 이 작가가 읽어내는 책들은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문제점과 같은 책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 기생충과 곤충, 전염병에 관한 책들, 진화론에 대한 과학서적들, 경제서적들, 역사책들이다. 나로서는 이 책이 주는 새로운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물론 소설이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주류를 이루지만 역사와 정치 그리고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는 매주 한권이상을 이런 책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기에 책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과학책 또한 나의 즐거운 독서목록에 추가할 생각이다. 결국 이 책을 읽고 난 후 난 앞으로의 독서가 주제면으로 확장될 것임을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일번으로 오를 책은 <열하일기>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정조조차 비난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만큼 글이 재미있다는 이야기였다. 중국을 다녀와서 쓴 열하일기는 박지원에게 많은 영향을 준 모양이다. 집에서 중국식 복식을 고집했다니... 그런데 이분은 개혁자라고 알고 있는데 이런 행동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하는지 <열하일기>를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미국을 여행하고 썼다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또한 나의 관심안으로 쏙 들어와 버렸다. 민주주의의 메카처럼 인식되어있는 미국이 미국만큼 사상과 언론의 진정한 자유가 결여된 나라가 없다는 평을 내린 이 책은 자본과 권력이 숱한 매체를 통해 대중의 영혼까지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다수결과 여론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들이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를 정당화시키고 사상의 획일성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정치란 지고의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고 지고의 선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 나아감을 위해 현재의 흔들림을 감수해야함에도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이고 독선임을 알려줄 것 같다.

 이 작가의 관심은 자살의 문제까지 이어진다. 책을 통해 보니 죽음을 다루는 의사들도 죽음에 대해 딱히 아는 것 같지도 않다. 죽는다는 사실은 알아도 죽음을 겪지 못했으니 산자로서는 당연히 무지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개인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포용하지 않는 사회가 자살을 낳는다는 성찰을 얻게 된다.

 

 이 작가의 책읽기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흔들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생물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사학의 경계없이 넘나들어 책소개만 읽어도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이것조차 받아들이기 버겁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머리아픈 책을 멀리 할수록 맘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은 현실에서 눈감은 드라마처럼 살아지기가 더 힘들다는 걸 안다면 조금은 힘들고 버겁더라도 읽어야만 하는 책들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마라 모니크로뱅의 <몬산토: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은 꼭 읽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작가가 필독서로 권한 것도 이유이고 주제와 서술 모든 면에서 논픽션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수준이라는 평을 한 것을 보면 속는 셈치고라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다는 아니더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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