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
권오영 지음 / 소동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에세이집을 읽기 시작한지가 얼마되지 않는다. 책을 무척 좋아하고 많이 읽으려고 그리고 되도록 많은 작가를 만나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로 소설과 인문학에 관련된 책으로 집중되는 독서를 어쩔 수가 없었다. 시도 에세이도 그동안 쉽게 공감하지 못하여 선뜻 골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가? 이제 시도 에세이도 자주 접하게 된다. 어느 순간엔가 에세이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에세이는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과 그의 관심과 생각을 알 수 있는 것, 작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용기있는 고백인 것이고,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이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방법일 수 있겠다.

 권오영님의 <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는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제 1장 반쯤 핀 꽃이 아름답다와 작가의 관심이라고 할 수 있는 꽃과 나무이야기인 제 2장 노랑나비 피나물꽃, 또 다른 관심인 동물이야기인 제 3장 인간답게, 너무나 인간답게가 전반부에 배치되어 있다. 제4장은 그리운 대상인 어머니의 이야기가 주인 돌아와 앉은 오후 네시, 제 5장은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인 그림앞에서 멈추어 서다, 제 6장은 화가의 모사작품이야기인 그림은 그리움이다로 마무리 된다.


 어찌 보면 나와 별 상관없는 이의 이야기라 덤덤하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읽다보면 이 분이 가진 깊은 성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작가의 아픔에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피나물,할미꽃,구절초와 같은 작은 들꽃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꽃을 좋아하고 이뻐하지만 나의 관심은 보다 냉정한 접근이었구나 난 아직도 지적유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나는 이 가을 들에서 만나는 국화가 모두 들국화로 불리지만 이것은 구절초고 저것은 쑥부쟁이고 하면서 구별하고 비교하는 데에만 몰두해 있어 꽃이 가진 아름다움과 자연이 들려주는 언어에는 눈감고 귀닫고 있었음을 느낀다. 올 가을에는 마음으로 자연을 만나봐야겠다. 

 좋아하던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사연은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직접 그리지는 않겠지만 마우스로라도 그림을 그려왔고 했던 열정은 이제 다른 식으로라도 펼쳐질 것 같은 믿음도 살짝 들기도 했다. 그 모습이 꼭 붓을 들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도 글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은가? 


 나 또한 그림을 좋아하고 작가가 좋아한다는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나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중 하나이다. 고흐의 삶에서 느끼는 광기와 슬픔과 고통을 작가도 그리고 나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작가의 그림이야기에서 언급하는 그림들을 직접 보면서 읽을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많은 글에서 그림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가을 한가한 오후 네시쯤 이 책을 들고 바람부는 창가에 앉아서 은은한 꽃향기를 맡으며 읽어 본다면 삶이 여유로워 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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