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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발라카이
볼프강 헤른도르프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8월
평점 :
"목적없는 여행을 떠나봐!"
이번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우리(남편과 나)가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한 말이었다. 이 나이 또래의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심드렁하게 뒹굴거리다가 대화를 좀 해보려하면 미리 짜증이라는 보호막을 치고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들어가 버리는 다루기가 너무 힘든 사춘기 아들이 우리 둘에게는 큰 숙제였다. 현실에 닥쳐있는 입시라는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그래 인생 뭐 있겠니? 하며 쿨하게 너 하고 싶은 데로 한번 살아봐하고 큰소리칠 수도 없는 대한민국의 학부모였다. 우리는. 그러나 자꾸만 어두워지는 아이에게 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지켜봐주고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떠나봐!"였다.
책표지에 나온 "잊지 못할 여름, 빛나는 모험의 시작"이라는 카피처럼 우리 아이들은 모험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아들은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학을 빈둥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른 책이 <우리들의 발라카이>였다. 네가 떠나지 않으면 나라도 떠나리라하는 오기 비슷한 것도 있었고 아들을 이해하려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톰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살아 현대로 돌아 온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사이코,수면제,겁쟁이라고 불리우는 자칭 제일 따분한 놈이다. 물론 본인은 높이뛰기의 천재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여자친구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하지만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고 개나 소나 참석하는 여자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한다. 게다가 엄마는 알콜 중독자로 방학이 시작되면서 금주클리닉으로 간다. 게다가 아빠는 벌레 세마리와 개구리 한마리 그리고 풀 한포기 때문에 (아버지 표현에 따르면 환경파시스트) 파산상태가 된 듯하고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다. 엄마가 금주클리닉에 가자마자 14살 된 아들을 혼자 두고 2주간 여행을 가버린다. 이런 마이크가 톰소여라면 허클베리 핀에 해당하는 칙은 러시아소년으로 아침부터 취해서 학교에 오는 정말 참신한(?) 아이이다. 형들은 차를 훔쳐 생활하고 칙 또한 소년원의 경험이 있다.
이런 이들이 정신나간 짓을 하기로 한다.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않았는데 가는 것, 여자애한테 주려고 그린 그림을 가져가는 것, 그리고 훔친 고물차를 타고 발라카이(?)로 가는 것을 하기로 한다. 태양아래 최악의 겁장이이며 제일 따분한 놈이 발라카이로 떠난 이유는 뭘까?
단 한순간만이라도 따분하지 않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둘은 고물차를 끌고 발라카이로 떠나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게된다. 그들은 친절하고 볼품없지만 맛 하나는 기가 막힌 음식을 만들 줄 알고, 아는 것도 엄청나게 많은 절말 이상하고 좋은 가족을 만난다. 그리고 냄새나고 불결하고 이상한 여자애지만 지혜롭고 독특한 매력이 있는 여자애도 만난다. 어릴 때부터 세상은 나쁘다고 배워온 아이들. 인간은 나쁘고 아무도 믿지 말고 특히 낯선 사람은 절대 믿지 말라고 배운 이들이 만난 이들은 99%의 나쁜 이들이 아닌 1%의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정말 세상의 99%는 믿지 못할 사람들이었을까?)
항상 자신을 겁장이이고 따분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마이크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칙을 통해 알게 된다.
다분히 환타스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두 소년의 여행을 통해서 그려진 재미있는 모험소설이었다. 따분한 일상속에 탈출구가 없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