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밑줄을 그어대고 있는 나를 봤다. 유쾌하고 명랑한 글로 쓰여져 있기도 하지만 그런 속에 삶을 관통하는 문장들이 숨어있다. 그리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들또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내 친구는 작년 가을 말기암 진단을 받고 몸의 여러부분들을 수술로 잘라내야했다. 위전체, 식도, 자궁.....  어디까지 암이 침투했는지 그 작은 몸에서 너무도 많은 장기들을 잘라냈다. 몸무게는 36킬로까지 빠지고...  친구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어서 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감동하고 마음아파했다. 그리고 친구 목소리가 듣고 싶어 메세지를 보냈다. 답이 없었다. 그러면 왠지 불안해진다. 주인공 헤이즐이 사랑하는 남자친구 어거스터스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전화가 올때면 놀라는 것처럼 나도 친구가 제때에 응답해주지 않으면 불안감에 어쩔 줄을 모른다. 항암제 맞고 넘 힘들어서 전화도 못 받나, 아님 응급실에라도 간건 아닌지... 답장기다리기를 하루를 하고 나니 전화를 해봐야했다.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는 나의 안도의 한숨으로 묻혀버린다. "여행가자."한다. 그러자고 추석도 지나고 아이들 중간고사도 지나면 친구와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즐겁지가 않다. 어떤 불안감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암 환자들이다. 헤이즐 그레이스는 약을 먹으면서 삶을 연장해 가고 있고 남자친구인 어거스터스는 암으로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그러나 이들은 쿨하게 이런 상황을 표현한다. 친애하는 의족, 암적 이득을 얻었다, 몸무게를 줄이는 데 끝내주는 전략이었다(다리를 잘라낸 것이)등등.

 담배를 입에 물고 만 있는 어거스터스, 한번도 불붙인 적 없는 담배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잇새에 죽음의 물건을 물고 있으면서도 그 죽음을 행할 수 있는 힘은 주지 않겠다는. 그런 친구를 사랑하는 헤이즐은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죽음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 채식주의를 택했다. 자신은 죽음을 앞에 둔 언제 터져버릴지 모르는 수류탄 같은 것이기에 사상자수를 최대한 줄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부모와 책 외에는 친구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이 있다. 서로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이들은 <장엄한 고뇌>라는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암에 걸린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솔직하게 상황을 표현한다.

 

 암환자들은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런 병에 걸렸나하고 원망하고 좌절하고 후회한다. 그리고 자신이 죽음으로써 남은 사람이 가지게 될 아픔을 걱정한다. 이들에게 암치료는 치료와 질병이 서로 먼저 암환자를 죽이기 위한 경쟁일 지도 모른다. 암으로 인한 고통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이 세상을  "무"로 돌려버리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암환자를 보고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고통의 순간에 매우 대단히 기쁘게 죽어버리고 싶어한다.

 세익스피어가 쓴 글에 "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란 말은 대단히 잘못된 말일 수 있다. 어거스터스의 장례식에서 울고있는 사람들을 보고 헤이즐은 우주에 화가 난다고 한다. 창조와 소멸,인식에만 관심이 있는 우주에 살고 있어 어거스터스는 없애려하는 우주의 욕구로 인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잘못은 우리별에 있다.

 

 부족한 인식으로 삶과 죽음이 어떤건지 모르고 그저 살아가는 나이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프지만 그리고 슬프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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