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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 ㅣ 디 아더스 The Others 10
사이먼 밴 부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아픔이 지나가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니 인생이란 참으로 묘하지않은가. 아침이면 이런 생각을 했던 것조차 잊어버니겠지만, 어쩐지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드리지 않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듯도 하다. 아니면 그저 창문에 떨어지는 눈의 발소리였을까. 루시가 생겨난 것도 그렇고 인생이란 무언가에 이끌린 미묘한 감정들의 연속이 아닐까 한다. p.250
우리는 사랑이란 달콤한 언어에 매혹된다. 사랑의 결과를 얻었을 것 같은 중년의 아줌마들도 사랑의 이야기가 주제가 되는 영화에 열광하고 노래에 빠지기도 하니 사랑은 인간의 예술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된다. 그러나 사랑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연결어들을 보면 추억,이별,외로움,눈물 등 그다지 행복해보이는 언어는 없다. 내가 너무 아픈 사랑의 기억들만 경험해서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게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도 나아 이쁘게 잘 키우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 우린 사랑이라는 관념적 언어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을 사랑하다.
이 책어서의 사랑 또한 행복하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사랑은 아니다. 사랑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는 오해, 이별, 외로움,추억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의 오해와 원망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던 주인공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옷을 버리는 아버지의 숨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남겨진이가 담당해야하는 아픔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이라는 공감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기억시켜준다. 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마네킹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사랑은 추억속에 있을 때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사랑은 구두 한켤레,빈 와인 한잔, 열려있는 서랍, 거리의 균열같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마저 아름다워 보이게 한다. 사랑이 있는 삶은 어쩜 이 소설의 나오는 대사처럼 꽃들사이에서 웃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만나는 사랑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을 하고 살고 있으니. 그 사랑이 때론 격정적이다가도 평범해 보이는 건 누구나 비밀스럽게 감추고 살기 때문이며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들이어서일게다. 잔잔한 말투로 씌여진 이 책에서 우리는 사랑의 추억을 꺼내보아도 좋겠고 내가 만나는 이들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다 볼 수 있을것이다. 그들도 저마다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