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茶人)의 향기 도반의 시 3
석선혜 지음 / 도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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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상은 공정한 커피값을 받으라고, 커피용량이 거미줄이라고, 어린이를 총으로 위협해서 따는 커피를 마시지 말고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자고 시끄럽다. 우리 삶을 보더라도 아침이라 모닝커피 한 잔, 점심 먹고 개운하니 커피한잔, 더우니까 냉커피 한잔 이런 저런 이유로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라면으로 식사를 해도 커피는 스타벅스나 카페베네에서 마시는 젊은이들은 더욱 늘고 있다. 골목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더욱 더 많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벗들에게도 언제 커피한잔하자고 한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그것도 우리의 지금 이런 현상과는 동떨어진 차에 대한 시! 차에 대한 시는 차의 덕을 칭송했다는 초의선사의 시와 "낮에는 차 한잔, 밤에는 잠 한숨, 푸른산 흰구름이 다 함께, 무생사를 이야기하네"라는 유명한 서산대사의 시 정도만 알고 있었다.

오늘 그들의 차시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선혜스님의 시를 만났다.

 

차 한 잔의 휴가

 

흰 구름 머물다 간

산봉우리 아래

늙은 소나무에 에워싸인

외딴 정자 하나

 

돌솥에서 일어난

산바람 소리-

누각 마루로 야단스러이 달려오면

산빛을 담아 달인 반야차

 

흰 구름도 띄우고

조약돌도 얹어서

추억 속 그리움에 드리고

먼 길 떠나는 길손에게 드리고......

 

차 속에는 차를 기른 땅과 비와 해와 바람과 구름과 새하얀 낮달도 들어있다. 자연속에서 태어난 차를 마시면서 이 차를 키워낸 자연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자연에게도 한 잔 권하고 먼 기억 속 그리움에도 한 잔 권하고 또 떠나가는 임에게도 권한다. 

차는 혼자도 마시고 아이들과도 마시고 오랜만에 만난 그리운 이들과도 마신다. 혼자 마시는 차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색의 징검다리가 되고, 그리운 이들과 마시는 차는 그리움의 회포를 풀고 따뜻한 기운이 도는 우정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차는 시비 잦은 세상을 살아가는 위안의 감로수가 되기도 한다.

 

명상

 

아침을 열어

밝은 내일을 떠오르는

둥근 해처럼

희망의 꿈을 밝히며 살기

 

어두움을 펴서

산과 들녘 마을을 쓸어안는

고운 달처럼

편안한 품으로 살기

 

작설차를 달이어

이웃과 한자리에 앉아

밝은 마음 담아 마시며

다정한 친구가 되기.

 

시인은 차를 통해 이렇듯 희망의 꿈을 밝히기도 하고 편안한 삶을 희구하기도 하고 밝고 다정한 친구가 되기는 삶을 살고자 한다. 우리의 삶도 이랬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 정신없을 때 오히려 조용히 차를 우려내며 독다의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의 풍파에 지친 "나"를 위로해 보자.  언제나 말이 없는 자연에 감사하고 오랜동안 잊고 지내던 그리운 이들과도 추억속에서 만나 그동안의 사연을 주고 받아보자. 우린 지금 이런 시간이 필요할 때이다.

 

오늘, 오랜동안 묵혀 있던 다기를 꺼내고, 아직 향이 남아있기를 바라며 차를 꺼내 나를 위해 애쓴 자연과 그리운 친구들과 그리고 힘들게 사느라 고생하고 있는 나를 위해 차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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