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지는 히다리 포목점

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난 집에서 똘이라는 토이푸들종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가끔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보면 너처럼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공원에 나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애기들 엄마처럼 우리 강아지 엄마들은 강아지를 주제로 수다를 떤다. 처음 만났는데도. 강아지는 우리에게 낯선이와도 대화의 창구를 열어주는 돌다리가 되어준다. 강아지와 오래 생활하다 보면 표정도 읽게 된다. 안아달라고 하는지 간식이 필요한지 나가자고 하는지..... 때론 같이 가고 싶다고 조르기도 한다.

    이 책에서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건 강아지가 아니고 고양이이다. 일본은 고양이가 우리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존재한다고 한다. 밤에도 눈이 보인다거나 하는 이유등으로 복을 가져다 주는 동물이며 어느 손을 들고 있냐에 따라서 색깔에 따라서 여러가지의미를 부여한다고 한다.

  불완전한 존재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들 한가지씩 부족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아마 우리도 모두 그런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모리오는 자신의 얼굴이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해 가능한 자기 존재를 지우고 싶어한다. 그래서 숨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엄마의 재봉틀 밑.

    에우- 양손의 새끼손가락의 크기가 다르다. 비대칭이다. 그리고 게으르다. 매번 아르바이트에서 짤린다.

    요코- 양쪽 귀가 비대칭이다. 거기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하다.

고양이

    이런 불완전함을 가진 존재들이 고양이를 통해 친구를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된다.

모리오는 재봉틀밑에서 엄마의 재봉틀 소리를 들으면 위안을 받고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엄마만은 언제나 모리오에게 다정했다. 엄마가 돌아가신후 엄마의 재봉틀을 가져와 직접 치마를 만들고자 한다. 맘에 드는 천을 찾아 헤맬 때 검은 고양이(사부로씨)의 안내로 히다리 포목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재봉틀소리를 듣고 또다른 위안을 얻게 되는 아랫집소녀를 만나 친구가 된다.

비대칭이란 공통점으로 친구가 된 에우와 요코는 요코의 고양이 사장님의 암과 죽음을 계기로 서로 마음의 문을 연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작은 에피소드이고 사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주제로 이 책은 되어 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이 주인공들과 같이 나도 불완전한 존재이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에 그다지 잘 적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가 거창한 어떤 것에 위안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작고 사소한 일들로 위안받고 다시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인거다. 나처럼 화났을 때 강아지의 애교에 그 강아지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의 시시한 대화에 맘이 풀리곤 하니까...... 우리는 내 고민을 해결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내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손잡고 걸어줄 그런 존재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길에서 같이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