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평점 :
외로움의 온도
- 작가
- 조진국
- 출판
- 해냄출판사
- 발매
- 2012.06.30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한 잔의 차를 준비하고 책의 맨 뒤를 펼쳐서 거기에 적혀 있는 음악을 틀어 두세요.
바쁘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문득 외롭다. 내 옆에 있는 누구도 나의 외로움을 덜어 줄 것 같지 않다. 혼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어볼까? 여행을 떠날까? 그런데 더 외로우면 어쩌지? 그때 이 책을 들고 음악을 틀고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며 나의 외로움은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고 있다.
<소울메이트>,<안녕,프란체스카>의 작가로 '음악 잘 아는 작가'로 알려진 만큼 책은 음악과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음악(주로 가요)한 곡과 가사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에피소드에 맞는 음악을 찾아서 들었다. 천천히... 음악의 속도로 책을 읽다보니 외로움과 힘듬이 사라지고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아 ~~ 이게 바로 힐링이구나!
책에 나오는 첫 에피소드는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였다. "나는 얼그레이를 마시며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주는 친구의 이야기. 얼그레이란 단어가 왠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첫문장을 그렇게 시작하는 꿈을 가진 친구. 그 동경하는 세상을 향해서 두 친구는 노력했고 그들은 방송국에서 만난다. 그러나 그 친구는 이 세상에 없다. 그 친구가 이상은이 부른 언젠가는의 작사가이다. 서로에게 서로가 없었다면 젊은 날은 어땠을까? 서로의 존재가 삶을 견디게 해주었을 것이다. 젊음도 사랑도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 한 곡의 음악으로 남은 친구를 떠올린다.
책과 함께 젊은 날의 음악과 친구와 찻집 그리고 우리의 방황이 떠오른다. 작가가 나에게 잃어버린 추억을 되살려주고 있다. 학창시절 작은 자취방에서 라디오에 흐르는 음악을 들으면서 방바닥에 뒹굴거리며 천장의 전등을 보던 기억, 친구들과 조그만 밥통에 한 가득 밥을 해서 시골에서 올라온 김치에 맨밥을 싸서 입이 터져라 우겨넣던 일, 음악이 흐르던 조그만 찻집에서 한 잔에 천원이던 커피를 셋이 한 잔만 시켜놓고 한모금씩 나눠마시던 기억, 찻집 방명록을 뒤지면서 내 친구의 글을 찾아 읽어보던 기억.... 문득 그 시절로 돌아가 찻집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지금은 예전과 같은 열정도 없어 대부분의 일들이 그저그런 것들이 되었지만 아직 마음속에는 청춘과 추억이 남아있음을 알겠다. 어떤이를 사랑했던 것도 또 죽도록 미워했던 것도 불같은 열정이 있었음을. 지금 그 마음이 퇴색되어 버렸지만 작은 건드림만 있으면 우루루 터져 나오는 걸 알았다. 이 책을 보면서...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아닌 편지를 써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얼그레이를 마시면서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로 시작하는.....
나는 이 책에서 추억을 보았지만 작가는 결코 추억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의 문제와 고통도 차분히 드려다보게 한다. 현실의 고통때문에 옛날이 좋았지하거나 언젠가는 좋아질거야 하는 우리의 삶에 한마디의 경구를 던져준다.
행복은 결코 '그때'에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에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에만 있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을 발걸음을 꾹꾹 눌러가며 힘차게 살아보자. 그리고 가끔 음악도 듣고 책을 읽으며 추억에도 잠겨보자. 얼그레이 한잔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