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 - 방향 잃은 삶을 위한 철학 나침반
강용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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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끔 독서는 자기 치유의 시간이 된다. 어떤 책이 치유의 책이 되어 줄 수 있을지 책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최근에 평소라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들이 마구 몰려들어 생각도 마음도 복잡해졌다. 흔들리고 무너지고 불안하고 아팠다. 끊임없이 답을 구하고 있지만, 막상 찾았다고 생각했던 그 답이 어느 날은 맞았다가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그런 시간에 조카가 보내 준 책을 읽었는데 답을 발견했다기보다는 마음이 치유되고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이 담긴 책이었고, 그 뒤에 쇼펜하우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이 책 <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는 그런 쇼펜하우어와 평소 좋아하는 철학자인 니체의 콜라보레이션이라 더욱 반갑게 읽어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가 되어 가고 있었고,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거 같다.

 

어느 고서점에서 철학을 통해 만난 두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

물론 이 둘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기에 (쇼펜하우어: 1788222~ 1860921, 니체 : 18441015~ 1900825) 물리적으로 만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니체가 한 고서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책을 발견하고 며칠 밤을 읽었고, 충격을 받았고 그의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염세주의의 대명사인 쇼펜하우어는 태어나지 않았더라면~’하고 후회하며 살았고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는 적극적인 용기를 강조했던 사람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달라 보인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고 있는 이 불안과 절망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을 직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두 철학자의 도움을 받아서.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두 철학자의 생각을 펼쳐놓는다.

 

나는 왜 괴로울까?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 주변의 사람들, 가족, 친구)

어떤 길을 선택할까? (운명, 인식의 문제, 욕망, 긍정)

나 자신을 바꾸는 법은? (본성과 성격, 신체와 정신, 개성, 교양)

 

이 책을 읽는 동안 쇼펜하우어의 생각에 깊이 공감을 하기도 하고, 니체의 생각에 공감을 하기도 한다. 누구의 생각에 공감하느냐가 뭐 중요하겠는가? 나의 지금 상황과 생각에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가장 공감이 되었던 내용은 다음 문장이었다.

 

인생은 참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요령껏 주사위를 던져도 좀처럼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조건이 개입하기 때문이여, 그것은 내 역량 밖의 문제다. 그렇다고 주사위 던지기를 멈출 수는 없다. 그러면 아무 숫자도 나오지 않을 테고, 그것은 진정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미 던진 주사위의 숫자는 바뀌지 않지만, 앞으로 주사위를 던질 기회는 많고 또 내가 원하는 숫자가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주사위를 잘 던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때가 되었을 때 용기 있게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다.

 

인간은 갖지 못한 것을 소망할 때 불행하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욕망의 크기를 줄이거나 성취를 늘려야 한다. 고통과 행복은 우리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나와 세계, 그리고 운명을 마주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리고 던진 주사위의 숫자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주사위를 잘 던져보고 또 던져보자. 시지프스처럼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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