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는지, 어떻게 내가 그 책을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나는 강한 인상을 받았고, 나의 닉네임을 '나무처럼'이라고 정했다.
그 책은 나무 의사인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였다.
나무의사 우종영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이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의 전화를 받은 것처럼 반가웠다.
이 분은 이 책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분의 책으로 인해 내가 좋아하게 되었던 '나무' 그리고 '야생화'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줄까?
10년 전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배신의 상처로 절망 속에 살던 나를 구해주었던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나는 나무를 찾아 공원을 헤맸고, 복잡한 실타래로 잔뜩 얽혀있던 내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나무와 꽃과 풀에 집중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칼로 난도질당했던 마음도 어느덧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랬던 나에게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과거를 떠올리는 단서가 되고 있지만, 이제 그것도 담담한 걸 보니 많이 치료가 되었나 보다.
이번에 만난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저자는 아픈 나무를 치료하는 나무의사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내가 나무를 돌본 게 아니라 실은 나무가 오히려 나를 살게 했다.'라고 말한다. 그때의 나처럼.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당신도 나무처럼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인 나무에게서 저자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 법' '일단 잘 멈추는 것부터 시작하는 법' '오래된 숲처럼 적당한 틈이 있어야 하는 까닭' '나무 키우기와 아이 기르기의 공통점'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chapter 4, 5는 구체적으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인도에 살게 되면 데려가고 싶은 붉나무,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교훈을 느끼게 해주는 메타세쿼이아,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지만 자기 방식대로 살고 있는 대나무, 향기로운 백리향까지 16가지의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무는 움직일 수 없는 탓에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고, 생존하려면 주변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재빨리 대응해야 하기에 어쩌면 사회적 조건에 묶여 꼼짝도 못 하는 인간에 비유될 수 있다.
인간은 발로 걷고, 자동차를 이용하고, 심지어 비행기를 이용해서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지만,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경제적인 조건, 사회적인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만든 정신적 굴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인간이 작은 변화에도 재빨리 대응하는 나무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많다. 심지어 조용히 땅으로 돌아가는 지점까지.
말하지 않고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다시 나를 처음으로 돌아가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