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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반양장)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평점 :
시인 윤동주 그리고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나는 두 인물을 각각 따로 만났다.
시인 윤동주는 교과서에서 그리고 올해 일본 여행을 하면서 더 알게 되었다. 일본의 도시샤대학에 그리고 교토의 우지에 그의 시비가 있었다. 일본으로 가는 여행길에 오랜만에 윤동주의 시를 다시 읽으며 새롭게 그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일제 강점기에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의 시는 죽고 나서야 그의 친구와 후배들에 의해 알려졌다.
빈센트 반 고흐는 1853년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890년 프랑스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37세로 죽었다. 그는 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화가였지만 죽은 뒤 그의 그림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윤동주의 시를 다시 읽으면서 슬프기만 하지 않아 놀랐었다. 따뜻하고 밝고 여린 아름다운 시와 동시처럼 발랄한 시가 많았다. 세상을 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고흐를 따라갔던 여행에서 그의 그림을 직접 보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게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광기 어린 모습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와 그림이 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색채로 가득 찬 희망이 담긴 작품임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시인과 화가는 서로 다른 시기 그리고 장소에 존재하였고, 그 둘을 모두 좋아하는 나로서도 도저히 둘을 함께 떠올리기 힘들었지만, <동주와 빈센트>라는 이 책 속에 둘은 마치 친구처럼 조화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든,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놀랍게도 이 두 작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윤동주의 <서시>에는 별과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 책에는 이렇게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고흐의 그림과 윤동주의 시가 서로 의논하여 한 명은 시를 쓰고 다른 한 명은 그 시에 걸맞은 그림을 그린 것처럼 나온다.
참 재미있는 기획이다. 덕분에 한참을 그림에 그리고 시에 빠져있었다.
힘든 어느 날 이 책을 들고 있으면 위로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