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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의 한 사람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여기에 서서 다른 곳을 꿈꾸며 사는 나에게 '내 눈앞의 한 사람'은 때로는 귀찮고 또 때로는 버겁기만 한 존재일 때가 많다.
매일 보는 얼굴, 매일 듣게 되는 비슷한 이야기.
거기에서 벗어나고픈 날이 많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한다.
이곳을 떠나 훌쩍 다른 곳으로 낯선 이들 속으로 떠나는 것.
나는 그게 좋다.
그러나 그곳에 가면 왜 이곳의 그 귀찮은 존재들이 그리운 건지.
우리는 여행지에서 우리 스스로 낯선 이방인의 존재가 된다. 우리는 익명의 관찰자가 된다. 낯선 장소, 낯선 언어 속에 온몸으로 그들을 이해하려 드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통해 많을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눈 감고 지나치던 것들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오소희 작가의 <내 눈앞의 한 사람>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게 된 인생의 소중한 단상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오소희 작가의 여행과 자신의 여행이 다르다는 것, 그 다름에서 어떤 것이 생겨나는지 알게 된다. 관광객인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고 지나간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일상 속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각을 나눈다. 여행을 떠난 이들의 만남, 혹은 여행객과 여행객을 만난 사람들의 만남. 이 지점에서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듯하다.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 뒤돌아보며 생기는 관조적인 태도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만든다. 조금은 넓어진 마음의 공간에는 내가 안아야 할 많은 이들을 넉넉히 품어볼 수 있을 것이다.
물에서 바라본 뭍은 아주 작더라. 거기서 들리는 소리도 아주 작았어. 의아할 정도였지. 어째서 나는 저 작은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세상의 전부인 듯 매달렸을까? 어째서 곤충의 윙윙거림처럼 작은 목소리들에 일희일비하며 괴로워했을까? 그제야 깨달았어. 사람의 일이란 그처럼 작은 거라는걸. 내가 생의 한 토막을 내어줬던 일도, 거기서 비롯된 좌절도, 달빛과 바닷물에 녹이고 나니 그저 한 방울이었던 거야.
여행에서 만난 사랑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통해 내 눈앞의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의 너른 공간을 갖고 싶다. 그럼 여행을 떠나야겠지. ㅋㅋ
폴 서루는 <여행자의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당신만의 여행을 위해 친구를 사귀라고 했다. 다음 여행에서는 '친구'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