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여자들 - 최고의 쌍년을 찾아라
멜라니 블레이크 지음, 이규범 외 옮김 / 프로방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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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0년에 채널 아일랜드 TV를 창립한 티나와 해리 부부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성 어거스틴 섬에서 목가적인 해면 마을을 배경으로 섬 사람들의 일상 드라마 ‘팔콘만’을 만들고 대 히트를 친다. 애석하게도 부부의 아들은 ‘팔콘만’에 애정이 없었고 티나와 해리가 죽고 나자 방송사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뀐다.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무색할 정도로 치열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 내부의 분위기는 활기 있을지언정 즐거워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오랫동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해오던 장수 프로그램이자 가볍고, 즐겁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팔콘만’은 지금 위기다.

 

 팔콘만의 총책임프로듀서인 제이크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개자식이다. 자기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에도 아내 아만다와 함께 해주지 않았다. 아만다는 출산휴가 후 돌아온 회사에서 자신이 강등되었음을, 자신의 남편인 제이크는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음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팔콘만’의 캐스팅과 언론은 책임지고 있는 헬렌 골드의 느닷없는 제안으로 팔콘만의 최고의 쌍년 찾기가 시작된다. 제이크는 헬렌의 아이디어가 몹시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어느새 그 아이디어는 제이크의 것이 된다. 늘 그렇듯이. 

 

「전형적인 제이크였다. 제이크가 이 함정에 대처하는 도널드 트럼프식의 가장 좋은 방법은 ‘뉴스를 속이는 것’이었다.」 _65 

 

 

최고의 쌍년 후보는 한때 잘나갔지만 신경안정제로 버티고 있는 스테이시 스톤브룩, 드라마 악역의 아이콘이었지나 지금은 변변찮은 TV쇼에나 출연하고 있는 리디아 체임버스,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간절하게 연기를 다시 하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 후보는 오스카상 수상 경력이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잊혔던 허니헌터다. 그녀는 소녀스타에서 나이 많은 감독과 연애, 결혼, 불륜, 이혼, 술 등으로 배우 생활을 유지하지 못했다. 

 

 

 

새로운 소유주 매들린 케인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 중심의 인사를 강행하고 오랫동안 팔콘만의 안주인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서린 벨(루시 딘 배역)을 팔콘만의 재기를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생방송에서 죽이자고 제안한다. 알고보니 그녀가 루시 딘을 드라마에서 죽이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고 이 반전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내부자로서 멜라니는 연예계의 모든 속사정을 보아왔다. 그리고 이제 멜라니는 소설을 통해 그 비밀들을 파헤치고 있다.」 _5 

 

 

 

강렬한 제목과 연예계 비밀 폭로라는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사실은 다소 실망스럽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도 한몫했는데 마지막 반전 하나에서 이 스토리가 시작된 건 아닐까 할 정도로 마지막에 가서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분명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인데 동물적인 본능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모습이 과하게 느껴졌다. 연예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섹시한 인물들이기에 서로 육체적 끌림을 시도때도 없이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인지... 

 

 

 

 

경쟁과 자기 성공을 위해 가차 없이 친구를 버리는 제이크, 그는 원래부터 개자식이었기에 기대가 없었지만, 늘 ‘남성 중심적인 팔콘만’에서 여성으로서 불합리함을 겪어 왔고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이 있었던 작가겸 감독 파라의 행동은 실망 그 잡채! 결국은 자신이 중요한 일을 차지하기 위해 그토록 혐오하던 제이크에게 미인계를 쓰다니! 절친한 친구 남편인 제이크와 사무실에서 일을 저지르다니!(물론 목표가 성취 되었음을 아는 순간 저지르긴 했다) 

 

 

캐스팅 담당 헬렌 골드는 오디션을 보러 온 젊은 배우들과 너무도 쉽게 관계를 맺는다. 방음처리가 된 사무실에서! 그 관계가 오디션의 합격 여부와 전혀 상관이 없으며 상대의 동의를 구했다는 식으로 정당화하지만, 오디션을 보러 간 사람 입장은 다르지 않을까? 권력을 쥔 남성들이 저지르던 파렴치한 만행이 성별만 바꿔 행해지고 있다는 느낌에 씁쓸했다. 

 

 

 

아만다를 진심으로 아껴준 댄과 이 책에서 유일한 not쌍년이라 할만한 아만다의 러브라인은 로맨틱드라마를 보는 듯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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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시간 - 길 잃은 물고기와 지구, 인간에 관하여
마크 쿨란스키 지음, 안기순 옮김 / 디플롯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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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년 메리맥강에서 형과 함께 카누를 탔던 소로는 이렇게 썼다.

 

「이전에는 여기에 연어와 섀드, 에일와이프가 풍부해서 인디언들이 가로보를 만들어 잡아들였다. 인디언은 이 방법을 백인에게 가르쳤고, 백인은 물고기를 식량과 거름으로 사용하다가 급기야 댐을 세우고, 나중에는 빌레리카 운하를 건설하고, 로웰에 공장을 세우면서 물고기 이동에 종지부를 찍었다.」 _139

 

소로의 외로운 외침은 진보를 향해 돌진하는 이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리처트 네틀이 자신의 저서에서 ‘연어 개체수 급감의 원인이 원주민의 남획 때문이라는’ 퍼거슨 씨의 말을 언급했고 결국 1883년 메인주에서는 작살 어획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정치망을 사용한 남획, 산업 오염, 공장, 댐, 벌목보다 원주민의 작살 낚시가 문제라고 믿을 리 없다. 뭐든 연어를 보호하는 제스처가 필요했을 것이다.

 

 

 

청정지역으로 인구도 적어 어떤 댐도 필요하지 않았던 가스페반도의 스타그페디아강은 벌목 사업으로 연어에게 닥친 위기가(통나무를 띄워 보내는 시기가 연어 산란기와 겹쳐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오지 못하게 됨) 경제 공황 덕분에 잠시 주춤했다. 1940년 전쟁 총동원을 위해 벌목 규모는 더 커졌고, 1950년대에 나무를 죽이는 가문비나방 애벌레를 죽이기 위해 뿌려 댄 DDT로 연어도 함께 죽어야 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백인들이 오기 전부터 부족끼리 연어를 사고팔았고 꽤 많은 인구가 부족을 이루어 살며 연어를 잡았지만 개체수를 고갈시키지 않도록 관리했다는 기록이 있다. 항상 남획을 경계했고 자연이 주는 풍성한 선물을 결코 당연시하지 않고 연어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였다고 한다. 그들은 연어의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았기에 늘 풍족하게 연어를 얻을 수 있었다. 백인들이 오기 전까지는!

 

 

「시에라네바다산맥 기슭에서 금이 처음 발견되고 5년이 지나자 힘차게 새크라멘토강을 찾아오던 봄의 연어 떼가 사라졌다.」 _190

 

19세기 중반 아프리카계 노예들이 해방되면서 중국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으며 납치, 감금을 거쳐 노예같은 생활을 하면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고 한다. 1875년 미국은 처음으로 중국인을 겨냥해 반이민법인 페이지법을 제정하면서 계약직 중국 노동자들을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undesirables)’으로 규정하고 입국을 금지했다고 한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절대 직접 물고기를 잡는 것과 같은 중요한 일을 할 수 없었고 통조림 포장 작업만 하게 했다.

 

 

원주민에게 땅은 하늘과 같이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203

원주민들이 말도 안 되는 강제 조약(간혹 투쟁하며 버틴 부족도 있었으나 결국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으로 허무하게 강과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1924년까지 미국 시민권조차 취득하지 못하며 당해왔던 억울한 역사에 대해 언급된다.

 

 

 

「정말 신세계가 열렸다. 물고기를 남획하고, 더 많은 물고기를 만들어 강에 풀고, 다시 잡는 것이다. 무한 공급의 길이 열렸다. 레미는 이 기술에 대해 기록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오늘날의 기술과 비슷하다.」 _230

 

레미와 게힌의 연구 결과 덕분에 송어알 부화를 성공시키고 더 많은 물고기를 부화시켜 풀고 다시 잡으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바다로 나간 연어의 대다수가 회유하지 않았고 강으로 돌아온 개체 중 양어장 연어가 몇 마리인지 알 수 없었다.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은 해결책이 못되었던 것이다.

 

「양어장은 연어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 즉 서식지 파괴나 훌륭한 서식지에 닿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용지물이었다. 」 234

 

 

태평양 연어 첫 양식은 1872년, 새크라멘토강의 지류인 맥클라우드강, 당시 세계 인구와 식량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물고기 개체수는 감소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238

 

프랑스에서 시작된 양어장은 영국, 캐나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규모 양어장 지원도 있었지만 고갈된 강에 단 한 번도 물고기를 채우지 못한 채로 대체로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페놉스콧강의 양어장은 연어가 돌아오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그것은 서식지 개선 덕분이었다.

 

피터 그레이도 인상적 243

 

사람들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서든 연어의 멸종을 보고 싶지 않은 진심어린 마음에서든 연어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왔다. 양어장에서 부화시켜 기른 더 많은 파를 방류하거나 알을 낳고 죽어가는 켈트를 돌보고 회복시켜 다시 산란하게 하기도 했다. 근본적인 문제가 서식지 파괴임을 알면서 거기는 손대지 못하고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양어장에서 대량 생산된 스몰트가 방류되는 것은 개체군 생존의 기반인 유전적 다양성에도 위협을 가하게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야생 물고기는 양어장 DNA를 가지고 있지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애매한 표현을 쓴다. “자연에서 낚았다” 253

 

 

자, 그럼 연어 양식 자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어떨까? 고농도 배설물, 양식 연어의 탈출은 서로 다른 연어 종이 섞이게 만든다. 손톱보다 조금 작은 갑각류 기생충인 바다물이는 민물에서 살 수 없기에 연어가 강에 들어갈 때 떨어져나가 죽는데 바다 양식장에 우글대는 연어는 그들에게 거대한 디너 파티장이나 마찬가지이다.

 

 

273. 하천 관리자와 생물학자, 환경 운동가, 자연보호론자는 양식장을 봉쇄하거나, 연어가 회유하는 장소에서 먼 곳으로 이전하거나, 바다에서 끌어내 육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육지로 이전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서 양어업자들은 바다물이를 죽일 화학물질 사용을 시도했고 이는 다른 갑각류에도 영향을 미쳤을뿐더러 확학물질을 사용한 연어를 먹는 것에 대한 안전성과 바다물이가 화학물질에 대해 내성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바닷물이를 주로 먹는 참놀래기와 도치를 이용해보기로 하자. 야생 물고기와 양식 물고기의 접촉은 전염병을 일으킬 위험이 크며 그를 방지하기 위해 스몰트 상태의 연어에게 백신을 접종하자고 한다.

 

 

이쯤 되면 나는 정말 묻고 싶다. 연어를 꼭 먹어야 하는가? 단백질 대체용으로 꼭 연어를 양식해야 할까? 다큐멘터리 시스피라시를 보고 어업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축산업 못지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대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그들은 더 이상 잡거나 양식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책은 정말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양식 연어는 붉은 색을 내기 위해 색소를 먹인다는 말이 나돌았고 나또한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야생이든 양식이든 연어 살의 색은 카로테노이드라는 천연 색소에서 나오는데 연어에 함유된 카로테노이드는 아스타잔틴으로, 이는 연어의 먹이인 갑각류에 들어있다. 연어는 갑각류를 먹음으로 색소를 흡수하고 살의 색이 옅어지는 것은 강에서 오랫동안 금식을 하다가 산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식 연어는 갑각류를 먹지 않아 살이 옅은 상태를 유지한다. 상아색 연어를 원하는 소비자가 없기에 양어업자들은 효모와 박테리아에서 아스타잔틴을 추출했고 또 아스타잔틴을 산업화하는 방법을 배워 연어 사료에 첨가하게 된 것이다. 자연에서 추출한 것이든 산업적으로 생산한 색소는 거의 차이가 없고 둘 다 화합물은 화합물이라고 책에서 말한다. 이것이 팩트다.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은 유전자 변형연어(일반 양식 연어를 기를 때 걸리는 시간의 절반이면 시장에 판매 가능한 크기로 자람)가 인간이 소비하기에 적합한 식품이라고 판정했다고 한다.(유전자변형동물로는 처음 시판 승인이라고 한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미국식품의약국이다. 유전자 변형 연어가 부적합하다고 말하려면 기존에 GMO식품들에 대한 불신도 다시 불거질 수 있을테니 당연한 결과다.

 

 

 

 

전 세계 남아 있는 대서양연어가 150만 마리밖에 안 된다. 오늘날 대서양 연어를 자브려는 어부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졌음에도 이런 결과라는 것이 충격적이라 한다. 그린란드 밖에서 이뤄지는 덴마크 연어 어업이 문제였고 뷔프손은 북대서양연어기금을 모금하고 그린란드에서 연어가 자랄 수 있게 허용하는 대가로 일종의 방목비를 지불하고 대체 어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2017년 사망했고 그 조직은 계속 운영되고 있지만 개체수를 과거 수준으로 복구하겠다던 뷔프손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에 강 복원 프로그램들이 시도되었고 아일랜드의 여러 강과 트위드강과 템스강, 라인강 등에서 회유하는 개체 수가 증가하는 희망적인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곳에서 강을 복원하기 위해 드는 비용에 비해 결과는 초라했기에 복원 프로그램들은 중단되고 지원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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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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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세요, 이제 하느님이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시는지 보게 될 테니까요.

들어보세요, 이제 하느님의 지혜, 하느님의 법의 위력에 감탄하게 될 테니까요.」 _39

 

 

 

#바이블

#필리프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니케북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할 일도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먹고살기 바빠서, 누군가는 지금 삶이 너무 재미있고 만족스럽기에 ‘죽음’이나 ‘영혼’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힘들뿐더러 ‘신’에 대해 떠올릴 여유조차 없다. 성경은 그저 학생들에게 교과서처럼 교회에 들고 다니는 준비물 정도로 여겨지는 일이 많고 진리를 찾고자 상고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간혹 영원한 스테디셀러로 모든 분야에서 인용되고 소설이나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 성경에 호기심을 느껴 ‘창세기’를 펼쳐 읽기 시작하더라도 레위기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바이블』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굉장히 창의적이고 오묘한 느낌의 그림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첫 장부터 ‘어떻게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까?’하는 질문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스러운 문체 대신 이해하기 쉬운 글로 풀어내 누구나 부담 없이 읽기 좋다. 저자가 성경에서 가져온 굵직하거나 중요한 사건들을 특별한 화자를 통해 전달하거나 희곡이나 시 같은 문학 장르로 바꿔 쓰는 등의 변화를 주어 끝까지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강에 버려진 모세가 이집트 왕자로 자라게 된 배경, 모세가 이집트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모세와 아론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애굽)으로부터 약속의 땅으로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애굽에 내려진 열 가지 재앙은 생뚱맞게도 초파리가 전해준다. 책의 곳곳에 싱거운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이 있는데 이 설정 또한 그렇다. ‘브즈즈즈즈즈’ 크크

 

하나님이 주신 임무를 회피하려 니느웨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배를 탄 요나는 거센 폭풍의 원인이 자신임을 알고 스스로 바다에 던져짐을 자처하는데 이 내용은 그 배에 있던 한 소년의 입을 통해 이야기한다.

 

눈치없이 자신이 형들과 부모로부터 섬김을 받게될거라는 꿈 해몽을 형들 앞에서 해대다가 애굽으로 팔려간 요셉의 이야기는 희곡 형식으로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이다. 인물들의 이름이 우리가 읽는 성경과 조금씩 달라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평소 성경에서 그냥 보아 넘기던 부분들을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약에서 예수께서  많은 이적을 행하시는데, 고침은 받은 ‘나병환자’의 고통과 상태를 혐오스러울 정도로 표현해주니 그의 감사함이 얼마나 컸을지 새삼 공감이 갔다. 또 자신의 죽음을 이미 알고 계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깨어있으라 하지만 그들은 그것조차 하지 못했고 예수께서 온전히 홀로 두려움과 고통의 밤을 보내시는 부분에서 그의 사랑을 더 실감했다.

 

 

 

성경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예수를 표현한 그림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천사를 표현한 그림들도 뻔하다. 이 책의 삽화를 그린 레베카 도트르메르의 그림은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해석이 담겨 있다. 흑백만으로 어둡게 표현한 그림들과 쨍한 색감의 강렬한 그림들이 섞여 있어 더 빠져들게 된다. 한 작품 한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소장 욕구 뿜뿜).

 

 

 

 

물론 성경과 다르게 비틀어 표현한 부분, 상상해서 지어낸 부분, 의미가 다소 변색 된 부분도 없지 않다. 개인적으로 성경이 종교인이나 읽는 경전이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예수의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더 생각할 수 있게 쓰여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그럼에도 『바이블』이 사람들에게 성경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고 가치있다. 옮긴이의 말처럼 「신자가 아닌 독자에게라면 성경에 대한 ‘교양’을 쌓는 단순한 과정을 넘어 신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개별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 실존과 구원에 대한 성찰의 깊고 넓은 한 통로를 발견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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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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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ell

 

막둥이와 동갑내기 아이가 있는 지인과 함께 신나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돈가스집을 찾았다. 어디에 주차할지 물어보러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눈에 보일 정도로 꽉 찬 기름 연기에 혀를 내두르며 차를 돌렸던 적이 있다.

 

 

touch

 

신혼여행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던 비싼 마사지, 간지럼을 유독 많이 타는 내겐 타인이 등부터 종아리까지 온몸을 주무르는 자극은 힐링이 아니라 일종의 고문이었다.

 

 

taste

 

어릴 적 편식이 심했다. 달고 고소하고 담백하고 적당히 매콤한 맛 외에 시고 쓰고 짠맛은 모두 피했던 것 같다. 지금도 차라리 쓴 한약은 먹을 수 있지만 느글느글한 양배추즙, 양파즙은 삼키기가 너무 힘들고 신맛에 취약하다.

 

 

 

hearing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몇 번 나이트클럽에 갔었다. 나름 흥부자인 나와 친구들은 신나게 놀아보리라 야심차게 나이트에 갔지만 늘 두 시간도 못 채우고 나왔다. 끊이지 않고 심장을 때리듯 쿵쿵 울리는 나이트 음악 소리가 나의 체력을 4배속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vision

 

살아 움직이는 털뭉치들이나 꼬물거리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몸이 베베 꼬인다. 만지고 싶고 껴안고 싶어 안달이 난다. 봄에 움트는 여린 이파리들에 마음이 들뜨고 탁 트인 청량한 바다를 보면 마음속에 쌓여있던 고민이 씻겨나가듯 시원한 기분이 든다. 여름, 나무 향기를 강렬하게 내뿜는 숲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연지곤지 찍고 단장한 단풍산을 보면 가을의 쓸쓸함이 덜어진다. 하얗게 쌓인 눈이 몰고 오는 추억의 쓰나미는 또 어떻고.

 

 

 

synesthesia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고, 배우들이 하나씩 등장하며 매력적인 음색으로 노래를 시작되고 여러 명의 군무가 이어지면서 각각의 배우들은 자기만의 색깔로 표정 연기를 한다. 모든 인물의 표정을 한꺼번에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내 눈은 우왕좌왕한다. 아무도 나를 터치하지 않았지만, 음악의 진동은 내 잔털을 곤두서게 하고 많은 자극을 받아들이고자 쏠린 피로 머리가 묵직해진다. 강렬한 붉은 색은 내 코에 피비린내가 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보며 나의 모든 감각이 생생해지는 경험을 했다.

 

 

 

 

감각의 박물학은 말 그대로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에 대한 다양한 연구, 예술, 작가의 경험, 역사 속 독특한 사례, 과학적 설명을 아름다운 글로 전시해 놓은 듯한 책이다. 나는 감각이 예민한 편이다. 특히 후각과 청각에 예민해서 삶이 피곤하다 여겨질 때가 가끔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예민한 감각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우리의 감각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한 기본 수단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 의사들은 후각에 의존해 질병을 진단하기도 했고 인큐베이터 속 조산아들에게 접촉은 피와 살이 되기도 한다. 쓴맛의 미뢰는 혀의 가장 뒤쪽에 있어서 위험한 것이 넘어오면 구역질을 일으켜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시끄러운 소리는 영구적인 청력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청각을 통해 우리는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추억에 빠질 수도 있다. 인체의 감각수용기의 70%가 눈에 모여 있어 우리는 주로 세계를 봄으로써 그것을 평가하고 이해한다고 한다. 시각은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하고 밀접한 것이라 ‘모든 아름다움’이 더 유리한 사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감각에 더 많은 감각수용기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우리의 감각은 변화와 새로움이 없으면 졸기 시작하고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늘 새로운 것에 열광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발전하게 되는 것일까?

 

 

감각을 통해 들어온 자극은 모두 전기 자극으로 뇌에 전달된다. ‘뇌는 눈멀고, 귀 멀고, 말 못 하고,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육체는 정말 전기로 노래하고, 마음은 그것을 교묘하게 분석하고 고찰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실재는 만장일치의 허구다.’ _후기 중

 

저자의 말이 맞다면 교묘하게 분석하고 고찰하는 마음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그 마음은 ‘영혼’일까? 파고들수록 생각할수록 어려워지지만 생각하게 하는 책은 언제나 옳다.

 

 

「언어는 촉각의 은유에 젖어 있다. 우리는 감정을 느낌이라고 부르고, 무엇인가 접촉할 때 신경이 곤두선다. 인생에는 가시돋친 문제, 간지러운 문제, 끈적거리는 문제가 있으며, 때로는 가죽 장갑을 끼고 부드럽게 다루어야 할 문제도 있다.」 _127

 

 

「“오늘 당신의 자녀를 안아주었습니까?”」 _143

 

 

「세상에서 가장 위안을 주는 소리 가운데 하나가 혀끝을 잇몸 바로 뒤에 부딪쳐서 라,라,라,라,라,라 하고 노래하는 소리다.」 _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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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 상 ㅣ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김일동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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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꿈을 꿨어요. 나와 함께 한 무리도 있고 나를 배척하는 무리도 있었고요. 뭔가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꿈이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진 않아요. 아마도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을 보고 자서 그런 꿈을 꿨나 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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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키키는 밀림 속 작은 강가에서 늘 낚시를 하고 있어요. 바늘 없이 떡밥만 매달아 놓은 낚싯대에 모여든 물고기들은 키키를 비웃으며 떡밥을 한 입씩 먹고 가요. 강가 야자나무 위에 사는 악어새 순임은 키키가 잠들면 키키의 입안을 청소해주는데요. 어느 날 악어의 입안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매우 기뻐해요. 그 뒤부터 순임은 키키를 더 유심히 관찰했고 나와 똑같은 의문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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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렇게 무의미한 낚시를 계속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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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몇 년 동안이나 말이죠. 순임도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가 봅니다. 잠자는 키키를 깨워 묻지요. 키키는 자신이 꿈속에서 봤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 하얀 고래의 배 속에 있는 보물선에 대해 이야기해요. 고래의 배 속에서 만난 연어를 유인하기 위해 바늘 없는 낚시를 하고 있는 거래요. 키키는 순임이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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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보물선이라··· 카, 생각만으로도 행운이 찾아온 것 같아요. 키키, 우리 연어를 함께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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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이제 함께 연어를 기다려요. 또 몇 년이 흘러요. 키키는 함께 기다리는 순임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함께 연어를 기다려주는 이유를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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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너는 나에게 네잎클로버처럼 행운 그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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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는 곧 그 보물선을 진짜로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날이 너무나도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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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확고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허황돼 보이는 꿈을 누군가가 이토록 격하게 응원해주고 지지해준다면 얼마나 벅차고 힘이 날까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나를 믿고 끄덕여줄 친구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반대로 나는 누구에게 그런 친구일 수 있을지도 스스로 묻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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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 닳고 닳은 어른이라, 어느 세월에 연어를 만나 하얀 고래가 어디 있는지 물어 멀고 먼 바다에 다다르고, 넓고 넓은 바다에서 하얀 고래를 어떻게 찾을까 너무나 막막했어요. 동화 속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지요! 어느 날 갑자기 연어가 나타나고 숲속 친구들을 만나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어느덧 바닷가에 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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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에서 이탈해 혼자가 된 아기코끼리 코코와 튤립 꽃밭에서 홀로 바람에 날려 바위틈에 뿌리내린 외로운 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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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패턴이 다른 주행성동물 무리와 분쟁이 점점 커져 가시나무에 고립되어버린 부엉이 무리에서 떠나고 싶은 쌍둥이 부부와 부부(이름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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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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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와 순임이 찾는 보물선을 탐내고 몰래 뒤를 쫓는 몽몽과 뿡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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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재력가 두더지 두두와 그의 친구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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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남을 돕는 일에 인색한 반달곰 바바와 다람쥐 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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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키키와 순임에 대비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는 우리 세상사가 모두 들어있어요.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하얀 고래의 배에 창과 칼을 꽂는 일을 서슴지 않는 동물들은 자기가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원주민을 학살하던 제국들을 떠올리게 해요. 나의 평온한 삶 외에 무관심한 바바와 치치같은 사람들, 더 많이 가지고 싶은 탐욕에 빠져버린 두두와 지지같은 사람들...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키키와 순임같은 사람들이 존재해서 살만한 세상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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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와 순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요. 결국에 그들은 보물선을 차지하게 될까요? 몽몽과 치치, 두두로부터 보물선을 하얀 고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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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가 두 권을 모두 읽었는데 함께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아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키키와 순임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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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는 사랑과 인정이 없어요. 상처만 가득해요.” _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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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너무나도 넓고 광활할 거야. 보물선에 대한 작은 단서 하나를 찾기도 어려울 수 있어. 누가 봐도 무모해 보일 수 있겠지. 하지만 코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_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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