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의 날개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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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적이고 불편한 대화, 칭찬 뒤에 숨은 비소, 겸손 뒤에 자리 잡은 우월감, 이런 것(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다)이 편치 않아 나는 학부모 모임을 피하는 편이다. 어떤 특정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잘못 지적했다간 그 당사자가 그 공간에 있음을 뒤늦게 알고 허둥대며 무마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위험도 있다. 그렇다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긴 싫으니 듣기만 해야 하는데 얼마나 비효율적인 시간과 에너지 소비인가! 다른 의견을 들을 필요도 있지만, 인생의 가치관이나 교육관이 애초에 다른 사람과 소통은 답답하고 은근히 돌려 말하는 누군가의 뒷담화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편견을 갖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2학년 츠바사는 수영도 잘하고 사회성도 좋은데 공부를 ‘즐기며’ 하는, 보기 드물게 건강한 아이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느끼고 전업주부가 된 엄마 마도카에게 이제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란 업무가 주어진 듯하다.



나도 현재 전업주부로 살면서 마도카와 같은 압박감을 느끼게 되곤 한다. 돈을 벌지 않는 대신 아이를 더 잘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다. 아이가 건강하게(정신적, 육체적) 자라도록 하는 것은 전업주부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또 “잘 키우는” 방식에 있어서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최소한 마도카에겐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 입시(일본의 교육과정을 우리와 좀 다르다: 사진 참조)를 준비하는 것, 손에 꼽는 유명 학원에서 최고 레벨 반에 들어가는 것, 명문 중학교에 입학 하는 것을 목표로 아이를 공부 기계로 만드는 일이 “잘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미즈노와 미츠야는 이과 쪽, 오카노와 아이자와는 문과 쪽이구나. 츠바사는 어느 쪽일까.

나는······잘 모르겠어.

츠바사는 국어를 잘하니까 문과 쪽이려나.

뭐, 굳이 나누면 그런 거 같긴 한데, 아이자와한테는 어림도 없고 오카노한테는 맨날 져.


겸손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이가 천하의 에이치, 그것도 SO 집단의 일원으로서 최고봉의 두뇌들에게 인정받으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모습이 기쁘고 자랑스러워 마도카가 츠바사의 머리를 헝클이자, 츠바사는 하지 말라고 도망치며 웃었다.」 _122-123



겸손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경쟁상대와 늘 비교하며 자책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아이가 안쓰러워야 하는 거 아닌가? 최고봉의 두뇌들에게 인정받으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인정받고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 한다는 사실을 마도카만 모르는 것 같다.




마도카는 츠바사가 만들어와서 엄마에게 준 갈릴레오 망원경을 보고 원리가 무엇인지, 무슨 렌즈를 썼는지, 왜 이름이 갈리레오 망원경인지 알길 바라고 자꾸 묻는다.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어 뛰어서 집에 온 아이가 안쓰러워 쉬는 시간을 더 줬다가도 [에이치에서 고생하는 4학년을 전력으로 응원하는 모임] 블로그에 올라온 댓글 하나에 손바닥 뒤집듯 다시 공부시간을 앞당긴다. 쉬는 시간에도 책을 읽는 츠바사인데도··· ‘비일관성’ 최악의 양육 방식 중 하나다.




마도카는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라는 추켜세움에 도취 되어 초고의 목표 지점을 정해놓고 그곳에 다다르지 못할까 노심초사한다. 츠바사의 성적이 하락한 사실을 해외 파견 중인 남편 ‘신지’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아이에게도 아빠에겐 비밀로 하게 한다. 학력에 집착하는 시부모님과의 소통도 부담스럽다. 그런 압박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에게 전달된다. 꾸지람으로, 위하는 말을 가장한 협박으로, 더 고강도의 학습의 강요로. 더 빡빡한 스케줄 변경으로.



“너를 위해서야.”


산더미 같은 할 일, 하품을 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달래어 책상에 앉히길 반복하며 마도카가 자기 최면처럼 츠바사에게 하는 말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고행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다른 일로 애가 타고 어수선했던 마음이 지금은 츠바사에 대한 소중함으로 꼬가 들어찬다. 저녁은 뭐로 할까. 아이가 좋아하는 미트볼을 만들까.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모두가 말하듯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엔 가득하고 수학을 못하더라도 츠바사는 츠바사다. 이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_152



마도카의 마음이 여기서 고정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이 마음이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_153



한없이 오락가락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도카, 자기만의 가치판단을 잃어버리고 엄마, 선생님, 잘나가는 아이들의 말을 자기 생각처럼 말하는 츠바사의 끝은 어떻게 될까? 단 하나의 목표 호시나미 중학교에 입학하면 성공하는 것일까? 츠바사의 눈을 빛나게 하는 것, 츠바사에게 진정한 행복감을 주는 것은 ‘수영’임을 마도카는 알지만 외면한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츠바사가 졸린 눈을 비벼가며, 피로한 발걸음을 이끌어 학원에 미래를 맡기고 있다.



「“츠바사, 괜찮은 거지?”

이제는 무엇을 얻고자 아이에게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인지 마도카 자신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은 멋대로 움직인다. 성인이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로서 제 아이를 상대로는 입이 이토록 제어 없이 움직인다. 당연히 상처 주고 싶은 것도,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단지 자신의 불안 때문에 떠오르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엄마의 입 앞에서 아들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하얀 뺨을 치켜들고 괜찮다고 대답할 수밖에.」 _193





츠바사는 과연 괜찮을까?
엄마 마도카는 행복할까?
아빠 신지는?



열두 살이 된 츠바사의 하루하루 참담하다.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마음이 소리와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다는 속삭임 중 마도카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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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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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 사람답게 살아가자. _이수현 <미로> 중에서





책을 읽는 이들이 책 소통에 목마르듯 소설가들도 이야기를 짓는 이들끼리의 소통에 목말랐던가 보다.


[문학 서울]은 1919년 소설가 김동인과 주요한이 창설한 동인지(同人誌)인 [창조]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우 작가가 소설가들이 연대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설립한 문예지이다. 다섯 작가의 단편과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다. 다섯 작가 모두 문학 서울에 함께 하게 된 계기로 다른 작가들과 교류와 협업을 꼽았다. 소설가들도 ‘이야기 짓기’라는 외로운 혼자만의 싸움에서 서로 의지하면서도 자극을 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소설가들의 의도야 무엇이든 독자들은 [문학 서울]의 등장이 더없이 반갑고 설렌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_이우

살다 보면 간혹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걸’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취방 장판 사이로 숨어버린 바퀴벌레의 존재나 좋아했던 사람의 파렴치한 행동 같은 것 말이다. 내 배우자의 외도라면 어떨까? 함께 쌓아왔던 사랑과 신뢰와 추억의 높이만큼 더 오래, 더 깊이 추락하게 될 테니···모르는 게 나을까?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온한 어느 주말, 불편한 진실은 무례한 손님처럼 쳐들어온다. 암묵적으로 합의된 승훈과 현서의 룰은 서로의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다. 승훈의 스마트폰이 현서의 엉덩이 밑에서 자꾸 웅웅거려 무심코 쳐다본 화면에 뜬 첫 문장,


“승훈 오빠, 그래도 우리가 만난 시간도 있는데 이렇게 끝내는 건 아닌 것 같아···.”

에 현서는 본능적으로 화면을 터치해서 네 개의 메시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냥 불장난이라고, 마음을 준 적은 없다는 승훈의 변명, 사죄, 용서 구걸 앞에서 현서는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릴 수 없음이 누구보다 괴로워 보인다. 되돌릴 수 있다면 스마트폰을 보기 전으로 되돌아갈 것인지 현서가 되어 생각해 보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현서는 승훈과 함께 살 용기도 혼자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용기도 나지 않는다.


이건 마치 뒤에서 들이박은 차로 인해 일어난 일방적인 사고 같다. 현서는 승훈의 외도란 차에 치인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이 한순간에 꼼짝할 수 없는 부상을 당한 것처럼 막막하다. 현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어쩌면 한 개인의 잘 쌓아 올린 자아와 평판은 우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예방책인지도 몰랐다.” _37








「미로」 _이수현


#까대기 라는 책이 있다. 작가님이 직접 까대기 일을 하면서 작업하신 작품이어서 택배기사님들의 고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택배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함을 느꼈다. 이수현 작가의 단편 #미로는 그들의 이야기였고 가장 깊숙이 내 감정을 건드렸다.



중략...



아버지의 술과 구타를 피해 가출 소년으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돼서 제대로 살기로 마음먹은 안 군, 그를 색안경 없이 아버지처럼 대해 준 반장 김 씨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제게 주는 마지막 공평함의 한 조각 같아서 이 일을 쉬이 그만둘 수 없었다. 세상이 모두 그를 향해 문고리를 닫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물류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김 씨는 달랐다.” _180



바로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사람이 죽어도 애도할 여유가 없는, 오히려 식품은 당일 배송이 원칙이라는 둥, 주 고객이 강남, 반포 지역이라 까다롭다느니 하는 당부를 들어야 하는 현실. 그 더운 날 택배사의 지상 진입을 금지한 아파트에서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물건을 나르다 발견한 곳, 입주민 공용시설 옆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세워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택배 기사님들. 한 평 카페에서 잠시 쉬고 가세요.>


그리고,
더운 날 무리 지어 다니며 ‘아파트 단지 내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허용’ 서면에 사인을 받으러 다니는 입주민과의 마주침. 안 군의 눈에서 비실비실 눈물이 새어 나올 때, 나는 왜 비실비실 울고 있는지...



나의 내면만 들여다보지 말고 나의 아픔만 확대경을 놓고 바라보지 말고 타인의 고충, 슬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세상이면 좋겠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지 않은가?


⠀젊은 작가들의 문학에 정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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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아빠이고 싶어서 - 정치컨설턴트 윤태곤의 아이 키우는 마음
윤태곤 지음 / 헤이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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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컨설턴트 아빠의 육아서는 역시 뭔가 다르다!

 

 

 

 

저자에게 아내와 둘이서 함께 벌어 쓸 만큼 쓰고 저축하면서 대출 빚도 갚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 경험으로도 결혼하고 맞벌이 시절이 돈 모으기 가장 좋은 때다. 둘만 있으니 일에 전념할 수도 있고 쉴 땐 푹 쉴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모든 생활 리듬, 방식, 패턴, 경제 상황 등에서 대격변이 일어나고 급기야 내 맘대로 먹고 싸지도 못하게 되기도 한다(이건 내 얘기). 이런 과정에서 저자는 정치 컨설턴트답게 수많은 경우의 변수를 예측하며 가능한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고민한다. 이 책은 그 고민의 흔적들이자 아빠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일과 아이와의 시간 앞에서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는 모든 부모의 공통분모다. ‘남들만큼은 살아야지 싶지만 그 기준은 도대체 뭔가? 국가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는 한 해 5~6천만 원 벌면 중간이라지만, 주변에서 영어유치원이다, 국제 학교다, 무슨 영재원에 보냈다하는 소리가 들리면 벌써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럴 때마다 이성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저자. 위를 쳐다보며 따라가는 액셀과 아래를 보며 만족하는 브레이크를 적절히 번갈아 밟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Q. “나의 액셀과 브레이크는 잘 작동하고 있나?”

글이 꼭지의 끄트머리마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으니 대답해야만 할 것 같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오히려 나는 브레이크를 너무 밟은 거 아닌가 싶은...

 

얘들아~ 우리도 액셀 좀 밟아 볼까?”

 

 

 

 

 

 

아빠와 사회인으로서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최적화 상태, 즉 워라벨을 맞추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고 전략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빠 모티베이션을 높이는 방법 중 아내의 칭찬을 가장 먼저 언급하는데, 평소 신랑 칭찬에 박한 내게 새로운 깨달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빠들이여 끝까지 들어보라. 진심 어린 칭찬을 받기 위해서는 진짜 잘하기내가 먼저 아내를 칭찬하기가 필요하단다. (칭찬받고 싶으면 잘~하시면 됩니다~ ㅋㅋㅋ)

 

 

 

 

어쨌든, “엄마의 아빠 칭찬은 그 가성비가 얼마나 높을까?” 저자가 던진 질문에 깊이 생각하고 좀더 지혜로운 엄마가 되자 다짐해 본다.

 

 

 

 

 

기다림 끝에 임신, 출산 준비 과정, 출산 후 영아기 육아 경험, 어린이집 적응기, 인지와 정서의 발달이 가져오는 또 다른 고민(예를 들면, 죽음에 대한 공포 같은), 평소에 삐딱하게 봤던 영유(영어유치원)’에 대한 미련, 시대에 맞게 젠더 프리하고 키우고자 다짐했지만, 막상 핑크핑크에 샤랄라한 옷을 입은 아이가 너무 예뻐서 결심이 무너지는 경험, 아빠 따라 만날 지기만 하는 롯데의 팬이 되어주는 이진이, 언제까지고 딸의 음식과 독서의 가이드가 되고 싶다는 아빠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연신 공감의 끄덕임이 이어진다. (! 아들 셋 맘인 내 상황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도 없지 않다.)

 

 

 

저자는 아빠의 독박육아경험은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완전 옳다!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일어나는 수많은 돌발 상황과 집에 있으면서도 왜 쉴 수 없는지 온전히 이해하려면 혼자! 오롯이! 겪어봐야 한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남기며 글을 닫을까 한다.

↓↓↓

 

첫째, 가능한 한 빨리 깊이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게 좋다. 둘째, 도와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내를 육아의 주체로 세우고 아빠의 보조자 역할을 하면 편해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빨리 시작하면 요령도 빨리 생긴다. 요령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힘도 덜 든다. 대신 재미와 행복의 공간이 더 커진다. 이런 구조는 공부나 일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빠 육아의 몫을 늘려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또 있다. 아빠와 아이가 제대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고 아빠가 육아 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부부간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진다._248

 

 

 

 

 

 

Q, “괜찮은 아빠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아빠가 될 준비를 하는 것,

책으로 예습하고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것과

실제 아빠가 되는 건 다르다.

특히 영아기에는 한두 시간마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이 앞에서는

그냥 머릿속이 하얘져버린다._62

 

 

 

 

미리 훈련과 연습을 많이 해두면, 몇 대 맞고 나서는 저절로 주먹과 발이 움직인다. 어차피 닥치면 다 하게 마련이지 하고 준비를 안 했다면, 더 많이 맞고 코피 터질 수밖에.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준비를 많이 하면 덜 맞을 수는 있다._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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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 오늘의 행복을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나’ 옮겨심기
리틀타네 (신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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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잘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거라 예상했던 삶에는 의외로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삶은 그저 예측하지 못한 방향과 형태로 계속될 뿐이었다.” _225

 

 

 


 

 

그러다 큰일 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걱정 반, 꾸짖음 반으로 협박처럼 하곤 했던 말이다. 더러운 손으로 코를 파거나 눈을 비벼서 나는 큰일은 고작해야 독감이나 장염에 걸리거나, 결막염으로 한 일주일 고생하는 것일 텐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큰일이 난다고 그랬나 싶다.

 

 

 

아이들이 크면서 독감이나 결막염 따위가 그다지 큰일이 아님을(물론 그 당시는 온 가족이 괴롭긴 하다) 알아가듯 저자 리틀타네도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20대를 뒤로하고 귀촌을 결심하고 나서 이렇게 살아도 큰일 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오히려 귀촌 후 인생이 술술 풀렸다고 해야 맞으려나?

 

 

 

 

책을 읽고 나서 20만 귀촌 유투버인 저자의 채널 #리틀타네의슬기로운백수생활 을 둘러보았다. 책을 출간하며 남긴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분들, 내 인생 리셋하고 싶다. 생각하는 분들에게 자기 인생을, 자기 자신을 믿어보시라. 용기 내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한 걱정했던 나도 아들 셋을 키우며 이제 제법 사소한 것에는 무덤덤할 줄 알고, 숙제 한 번 못해 가도 큰일 나지 않고 단원 평가 반타작을 하고 와도, 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는 정도로 감정이 양은냄비처럼 끓어오르지는 않는다. 첫째를 키울 때 나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덤덤함이다. 둘째 신생아 때 처음 알게 된 동네 언니들이 내게 늘 이렇게 말한다. “너 정말 많~이 내려놨지~!!”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내 몸이 축나는지도 모르는 체 쉼 없이 달리는 저자의 모습에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게 완벽한 엄마이고자 몸과 마음을 닳아지도록 소모했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테네 작가는 성악으로 인생의 진로를 정했지만, 대학에 떨어지자 어차피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는데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보자하는 마음으로 인도로 떠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또 파랑새를 찾으러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정신없이 공부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허무감에 느닷없이 사막에서 진흙으로 집을 짓는 흙집 커뮤니티 칼어스에 합류한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곳에서 바라본 내 삶은 그리 잘못되지도 위태롭지도 않았다. 나는 아마 잘 살아가고 있었다._88

 

 

 

때로는 세상의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인생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도 한다._104

 

 

 

 

뒤늦게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가 나름대로 스펙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20대 전반은 마음 가는 대로 방황을 통한 경험 쌓기로 20대 후반은 온통 돈 버는 것에 다 썼고 통장은 꽤 두둑해졌지만, 돈을 번 대가로 심신이 피폐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건 전부 돈을 벌다가 생긴 일이었다. 하기야 공짜가 없는 세상에서, 하물며 돈에 대가가 없을 리가.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헌납한 값을 치르고 있었다. 돈이 내 삶을 잡아먹고 있었다._148

 

 

 

 

나만의 길을 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그건 아니라고 하니까, 잘못됐다고 말하니까. 어느 날 문득 기존의 궤도에 더 이상 속하고 싶지 않다고 느낀대도 그런 말들은 계속 가슴속에 남는다. 꿈꾸는 삶을 살려고 할 때마다 신발 안의 작은 돌멩이가 되어, 날 불편하게 하고 발걸음을 쉬이 옮기지 못하게 한다. 나 또한 그 순간에 놓일 때마다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엔 늘 신발을 벗어 돌멩이를 털어내는 쪽을 택했던 것 같다._150

 

 

 

 

 

그래서 리틀타네는 귀촌했다. 비록 그가 꿈꿨던 낭만적이고 한적한 시골 생활은 오간 데 없이 잡초와 벌레와 추위와 더위와 처절하게 싸우고 고봉밥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든 귀촌 생활이지만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활기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귀촌이 모든 이에게 답이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녀에겐 100점짜리 정답이었다. 즐거운 둥그런 돔집에서 즐거운 리틀타네의 삶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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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희나 - 내 안의 다정함을 깨우다
오한숙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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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희나

#오한숙희

#나무를심는사람들

 

 


 

 

우리 아파트는 ㅁ자 모양으로 둘러서 있고 ㅁ자 속에 주차장이 있어 소리가 잘 울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어어~ 어어~ ~~”소리가 아파트에 울려 퍼진다. 발달장애 아이들을 많이 만나왔기에 내겐 익숙한 소리라 아이가 저 소리를 내는 동안 민원이 들어 올까, 맘 졸일 부모님이 걱정스럽다. 당장 우리 아이부터 이렇게 묻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엄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날씨 변화에도 민감해서 비 오는 날은 유난히 힘이 든 것 같다고 이해해주자고 말했다. 그 뒤로는 아이들도 불평하지 않았다.

 

 

 

장애에 대해 아는 것은 이렇게 다름을 있는 그대로 보는 당연함의 태도를 장착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딱히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원하지 않는 친절을 베풀고 과도한 관심을 보이라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도 언급된 우호적 무관심과 잔잔한 응원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돌봄을 1/n 하자는 것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 열 명이 동네 아이 열 명을 지켜보아 주면 백 개의 개성이 세상에 드러난다._47

 

 

 

자폐적 스펙트럼 상에 올려놓고 자기를 해부해봤을 때 완벽히 그 스펙트럼 밖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장 나부터 계획에서 틀어지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설렘보다 긴장이 더 크고 후각이나 청각이 너무 예민해 남들보다 늘 두 배쯤 유별나게 군다. 둘째는 자기가 한 번 맞다고 생각한 일(누가 봐도 아닌 경우에도)에 대해 의견을 굽히거나 이해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하다.

 

 

 

소음처럼 들리던 희나의 웅얼거림을 누군가는 노래로 듣고 어른도 쉽지 않은 테이프 중앙에 곧게 붙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어떤 아이의 능력을 타인이 발견해주기도 한다. 크레파스로 색을 계속 덧칠하는 줄만 알았는데 전문가는 색을 쌓는 작업이라고 예술적 가치를 찾아낸다.

 

 

 

 

 

날뛰는 희나가 무서워 뒤로 피하는 사람, 제 아이를 확 감싸며 혐오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 쯧쯧 하는 나이 든 분들의 표정, 그 시선들이 한 장의 사진처럼 동시에 우리 앞에 펼쳐진다._106

 

 

잠시 희나 엄마의 자리에 나를 세워본다. 희나의 엄마로 그 자리에 선다면? 나는 차분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희나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아니, 처음엔 미안함이겠지만 쯧쯧거리는 소리나 희나를 비난하는 말이 들리는 순간 겨우 눌러 둔 어디를 향한 것인지 모를 분노가 터져 나와 그들에게 항변할 것 같다. 버스에 올라선 더 문제다. 앉고 싶다고 의자, 의자 외치는 희나, 급기야 야아아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게 왜 병신을 데리고 버스를 타!”

 

 

뭐라고? 내 눈을 의심했다. 면허취소 정도 음주 상태가 아닌데 저런 말을 한다고? 글로만 봐도 온몸이 경직되며 화가 올라오는데 내 아이를 대상으로 저런 말을 듣는다면 도대체 나는? 나도 희나 엄마처럼 울음을 참고 아유,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감이나 조용히 해요!”라는 할머니의 벼락같은 목소리가 얼마나 속시원하던지..

 

 

 

장애를 가지고 세상을 사는 일은 서러움과 분노를 넘어서야 하는 일이다. 장애와의 동승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현실로 인정하는 일, 희나의 길 찾기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무서워서 외출을 피한다면 희나와 나는 진짜 자폐가 되는 것이다._109

 

 

 

이 벼락 버스의 경험이 마치 앞으로 받을 수모에 대한 예방접종이라도 된 듯이 더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이 느껴진다.

 

 

 

희나와 동행하는 삶이 결코 쉽거나 마냥 행복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도망가고 싶고 엄마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생각은 나도 해본 적 있는), 어떻게든 정상에 가깝게 만들어 보려는 온갖 노력을 거친 엄마의 결론은..

 

 

지금 이대로 나는 좋다!”

 

 

 

그 동안의 과정들과 노력들, 눈물과 웃음과 기쁨, 좌절과 감사함, 그 모든 시간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올치, 잘했지! 희나도 희나 엄마도, 이모도, 할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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