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 오늘의 행복을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나’ 옮겨심기
리틀타네 (신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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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잘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거라 예상했던 삶에는 의외로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삶은 그저 예측하지 못한 방향과 형태로 계속될 뿐이었다.” _225

 

 

 


 

 

그러다 큰일 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걱정 반, 꾸짖음 반으로 협박처럼 하곤 했던 말이다. 더러운 손으로 코를 파거나 눈을 비벼서 나는 큰일은 고작해야 독감이나 장염에 걸리거나, 결막염으로 한 일주일 고생하는 것일 텐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큰일이 난다고 그랬나 싶다.

 

 

 

아이들이 크면서 독감이나 결막염 따위가 그다지 큰일이 아님을(물론 그 당시는 온 가족이 괴롭긴 하다) 알아가듯 저자 리틀타네도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20대를 뒤로하고 귀촌을 결심하고 나서 이렇게 살아도 큰일 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오히려 귀촌 후 인생이 술술 풀렸다고 해야 맞으려나?

 

 

 

 

책을 읽고 나서 20만 귀촌 유투버인 저자의 채널 #리틀타네의슬기로운백수생활 을 둘러보았다. 책을 출간하며 남긴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분들, 내 인생 리셋하고 싶다. 생각하는 분들에게 자기 인생을, 자기 자신을 믿어보시라. 용기 내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한 걱정했던 나도 아들 셋을 키우며 이제 제법 사소한 것에는 무덤덤할 줄 알고, 숙제 한 번 못해 가도 큰일 나지 않고 단원 평가 반타작을 하고 와도, 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는 정도로 감정이 양은냄비처럼 끓어오르지는 않는다. 첫째를 키울 때 나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덤덤함이다. 둘째 신생아 때 처음 알게 된 동네 언니들이 내게 늘 이렇게 말한다. “너 정말 많~이 내려놨지~!!”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내 몸이 축나는지도 모르는 체 쉼 없이 달리는 저자의 모습에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게 완벽한 엄마이고자 몸과 마음을 닳아지도록 소모했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테네 작가는 성악으로 인생의 진로를 정했지만, 대학에 떨어지자 어차피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는데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보자하는 마음으로 인도로 떠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또 파랑새를 찾으러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정신없이 공부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허무감에 느닷없이 사막에서 진흙으로 집을 짓는 흙집 커뮤니티 칼어스에 합류한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곳에서 바라본 내 삶은 그리 잘못되지도 위태롭지도 않았다. 나는 아마 잘 살아가고 있었다._88

 

 

 

때로는 세상의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인생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도 한다._104

 

 

 

 

뒤늦게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가 나름대로 스펙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20대 전반은 마음 가는 대로 방황을 통한 경험 쌓기로 20대 후반은 온통 돈 버는 것에 다 썼고 통장은 꽤 두둑해졌지만, 돈을 번 대가로 심신이 피폐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건 전부 돈을 벌다가 생긴 일이었다. 하기야 공짜가 없는 세상에서, 하물며 돈에 대가가 없을 리가.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헌납한 값을 치르고 있었다. 돈이 내 삶을 잡아먹고 있었다._148

 

 

 

 

나만의 길을 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그건 아니라고 하니까, 잘못됐다고 말하니까. 어느 날 문득 기존의 궤도에 더 이상 속하고 싶지 않다고 느낀대도 그런 말들은 계속 가슴속에 남는다. 꿈꾸는 삶을 살려고 할 때마다 신발 안의 작은 돌멩이가 되어, 날 불편하게 하고 발걸음을 쉬이 옮기지 못하게 한다. 나 또한 그 순간에 놓일 때마다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엔 늘 신발을 벗어 돌멩이를 털어내는 쪽을 택했던 것 같다._150

 

 

 

 

 

그래서 리틀타네는 귀촌했다. 비록 그가 꿈꿨던 낭만적이고 한적한 시골 생활은 오간 데 없이 잡초와 벌레와 추위와 더위와 처절하게 싸우고 고봉밥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든 귀촌 생활이지만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활기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귀촌이 모든 이에게 답이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녀에겐 100점짜리 정답이었다. 즐거운 둥그런 돔집에서 즐거운 리틀타네의 삶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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