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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평점 :
그렇게, 우리 사람답게 살아가자. _이수현 <미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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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들이 책 소통에 목마르듯 소설가들도 이야기를 짓는 이들끼리의 소통에 목말랐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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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서울]은 1919년 소설가 김동인과 주요한이 창설한 동인지(同人誌)인 [창조]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우 작가가 소설가들이 연대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설립한 문예지이다. 다섯 작가의 단편과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다. 다섯 작가 모두 문학 서울에 함께 하게 된 계기로 다른 작가들과 교류와 협업을 꼽았다. 소설가들도 ‘이야기 짓기’라는 외로운 혼자만의 싸움에서 서로 의지하면서도 자극을 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소설가들의 의도야 무엇이든 독자들은 [문학 서울]의 등장이 더없이 반갑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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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몰랐더라면」 _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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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간혹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걸’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취방 장판 사이로 숨어버린 바퀴벌레의 존재나 좋아했던 사람의 파렴치한 행동 같은 것 말이다. 내 배우자의 외도라면 어떨까? 함께 쌓아왔던 사랑과 신뢰와 추억의 높이만큼 더 오래, 더 깊이 추락하게 될 테니···모르는 게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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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온한 어느 주말, 불편한 진실은 무례한 손님처럼 쳐들어온다. 암묵적으로 합의된 승훈과 현서의 룰은 서로의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다. 승훈의 스마트폰이 현서의 엉덩이 밑에서 자꾸 웅웅거려 무심코 쳐다본 화면에 뜬 첫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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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 오빠, 그래도 우리가 만난 시간도 있는데 이렇게 끝내는 건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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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현서는 본능적으로 화면을 터치해서 네 개의 메시지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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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불장난이라고, 마음을 준 적은 없다는 승훈의 변명, 사죄, 용서 구걸 앞에서 현서는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릴 수 없음이 누구보다 괴로워 보인다. 되돌릴 수 있다면 스마트폰을 보기 전으로 되돌아갈 것인지 현서가 되어 생각해 보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현서는 승훈과 함께 살 용기도 혼자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용기도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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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뒤에서 들이박은 차로 인해 일어난 일방적인 사고 같다. 현서는 승훈의 외도란 차에 치인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이 한순간에 꼼짝할 수 없는 부상을 당한 것처럼 막막하다. 현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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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 개인의 잘 쌓아 올린 자아와 평판은 우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예방책인지도 몰랐다.” _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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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_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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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라는 책이 있다. 작가님이 직접 까대기 일을 하면서 작업하신 작품이어서 택배기사님들의 고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택배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함을 느꼈다. 이수현 작가의 단편 #미로는 그들의 이야기였고 가장 깊숙이 내 감정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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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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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술과 구타를 피해 가출 소년으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돼서 제대로 살기로 마음먹은 안 군, 그를 색안경 없이 아버지처럼 대해 준 반장 김 씨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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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제게 주는 마지막 공평함의 한 조각 같아서 이 일을 쉬이 그만둘 수 없었다. 세상이 모두 그를 향해 문고리를 닫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물류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김 씨는 달랐다.” _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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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사람이 죽어도 애도할 여유가 없는, 오히려 식품은 당일 배송이 원칙이라는 둥, 주 고객이 강남, 반포 지역이라 까다롭다느니 하는 당부를 들어야 하는 현실. 그 더운 날 택배사의 지상 진입을 금지한 아파트에서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물건을 나르다 발견한 곳, 입주민 공용시설 옆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세워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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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님들. 한 평 카페에서 잠시 쉬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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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운 날 무리 지어 다니며 ‘아파트 단지 내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허용’ 서면에 사인을 받으러 다니는 입주민과의 마주침. 안 군의 눈에서 비실비실 눈물이 새어 나올 때, 나는 왜 비실비실 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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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만 들여다보지 말고 나의 아픔만 확대경을 놓고 바라보지 말고 타인의 고충, 슬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세상이면 좋겠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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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의 문학에 정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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