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희나 - 내 안의 다정함을 깨우다
오한숙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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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희나

#오한숙희

#나무를심는사람들

 

 


 

 

우리 아파트는 ㅁ자 모양으로 둘러서 있고 ㅁ자 속에 주차장이 있어 소리가 잘 울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어어~ 어어~ ~~”소리가 아파트에 울려 퍼진다. 발달장애 아이들을 많이 만나왔기에 내겐 익숙한 소리라 아이가 저 소리를 내는 동안 민원이 들어 올까, 맘 졸일 부모님이 걱정스럽다. 당장 우리 아이부터 이렇게 묻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엄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날씨 변화에도 민감해서 비 오는 날은 유난히 힘이 든 것 같다고 이해해주자고 말했다. 그 뒤로는 아이들도 불평하지 않았다.

 

 

 

장애에 대해 아는 것은 이렇게 다름을 있는 그대로 보는 당연함의 태도를 장착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딱히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원하지 않는 친절을 베풀고 과도한 관심을 보이라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도 언급된 우호적 무관심과 잔잔한 응원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돌봄을 1/n 하자는 것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 열 명이 동네 아이 열 명을 지켜보아 주면 백 개의 개성이 세상에 드러난다._47

 

 

 

자폐적 스펙트럼 상에 올려놓고 자기를 해부해봤을 때 완벽히 그 스펙트럼 밖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장 나부터 계획에서 틀어지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설렘보다 긴장이 더 크고 후각이나 청각이 너무 예민해 남들보다 늘 두 배쯤 유별나게 군다. 둘째는 자기가 한 번 맞다고 생각한 일(누가 봐도 아닌 경우에도)에 대해 의견을 굽히거나 이해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하다.

 

 

 

소음처럼 들리던 희나의 웅얼거림을 누군가는 노래로 듣고 어른도 쉽지 않은 테이프 중앙에 곧게 붙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어떤 아이의 능력을 타인이 발견해주기도 한다. 크레파스로 색을 계속 덧칠하는 줄만 알았는데 전문가는 색을 쌓는 작업이라고 예술적 가치를 찾아낸다.

 

 

 

 

 

날뛰는 희나가 무서워 뒤로 피하는 사람, 제 아이를 확 감싸며 혐오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 쯧쯧 하는 나이 든 분들의 표정, 그 시선들이 한 장의 사진처럼 동시에 우리 앞에 펼쳐진다._106

 

 

잠시 희나 엄마의 자리에 나를 세워본다. 희나의 엄마로 그 자리에 선다면? 나는 차분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희나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아니, 처음엔 미안함이겠지만 쯧쯧거리는 소리나 희나를 비난하는 말이 들리는 순간 겨우 눌러 둔 어디를 향한 것인지 모를 분노가 터져 나와 그들에게 항변할 것 같다. 버스에 올라선 더 문제다. 앉고 싶다고 의자, 의자 외치는 희나, 급기야 야아아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게 왜 병신을 데리고 버스를 타!”

 

 

뭐라고? 내 눈을 의심했다. 면허취소 정도 음주 상태가 아닌데 저런 말을 한다고? 글로만 봐도 온몸이 경직되며 화가 올라오는데 내 아이를 대상으로 저런 말을 듣는다면 도대체 나는? 나도 희나 엄마처럼 울음을 참고 아유,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감이나 조용히 해요!”라는 할머니의 벼락같은 목소리가 얼마나 속시원하던지..

 

 

 

장애를 가지고 세상을 사는 일은 서러움과 분노를 넘어서야 하는 일이다. 장애와의 동승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현실로 인정하는 일, 희나의 길 찾기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무서워서 외출을 피한다면 희나와 나는 진짜 자폐가 되는 것이다._109

 

 

 

이 벼락 버스의 경험이 마치 앞으로 받을 수모에 대한 예방접종이라도 된 듯이 더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이 느껴진다.

 

 

 

희나와 동행하는 삶이 결코 쉽거나 마냥 행복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도망가고 싶고 엄마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생각은 나도 해본 적 있는), 어떻게든 정상에 가깝게 만들어 보려는 온갖 노력을 거친 엄마의 결론은..

 

 

지금 이대로 나는 좋다!”

 

 

 

그 동안의 과정들과 노력들, 눈물과 웃음과 기쁨, 좌절과 감사함, 그 모든 시간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올치, 잘했지! 희나도 희나 엄마도, 이모도, 할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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