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 ‘청소를 제일 잘한다’는 업체로 거듭나기까지 청소업의 모든 것
박주혜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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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꼭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닫힌 문은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은 보지 못한다. -헬렌켈러_p180

 

#청소일로돈벌고있습니다

#박주혜

#설렘

 

세 번의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나는 오로지 아이들만을 위해 사는 부가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다. 그 느낌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별개로 나를 참 괴롭게 했고 고민 끝에, 막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마친 뒤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었다. 2년 정도 일을 했는데 둘째의 초등 입학과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다시 일을 그만둔 지 2년 반이 지났다. 요즘 다시 부가적인 존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슴 아픈 일들과 맞물려 마음이 조금 무거웠는데 인친이신 주혜님의 이 책이 꽁꽁 숨어 있던 나의 파이팅을 잡아 고개들게 해 주었다.

 

저자는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입주지원센터 매니저가 추천해 준 청소전문업체에 입주 청소를 맡겼는데 정말 성의 없는 청소와 불친절한 태도에 실망함과 동시에 짧은 시간 일하고 제법 많은 돈을 벌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같으면 분명 와 청소일이 제법 돈이 되겠다!’라고 감탄하고 끝났을 텐데 저자는 자신의 제2의 직업을 청소일로 정한다.

 

청소일을 배우고 싶어 소위 청소전문업체에 전화를 해서 직접 일을 하면서 배워보려 했으나, 퐁퐁과 락스와 수세미와 걸레 2장과 집에서 화장실 청소해봤죠?”라는 말이 전부였다고 한다. 기존 업체들에게 배울 것이 없다는 다소 오만한 결론을 내린 저자는 친언니와 함께 연구하고 배우며 창업 준비를 한다. 저자는 세 아이를 키우며 창업을 하고 신뢰받는 청소회사로 성장시킬 뿐 아니라 국비지원 청소전문 교육학원까지 운영하기에 이른다. 그 많은 일을 육체적으로도 해내는 것이 정말 대단해 보였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정신력에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원장님,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결격사유가 뭐예요?”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분노조절장애가 있으면 힘들 것 같네요라고 대답하자 훈련생들은 일제히 빵 터졌다._p35

 

어느 사회, 하다못해 꼬마들이 모여 노는 무리 안에서도 갑을관계는 항상 발생한다. 핫한 장난감을 가진 아이는 갑이 되고 없는 아이는 을이 되어 갑의 말을 따라야 한 번 만져볼 수 있는 것이다. 청소업계에서 고객은 단연 갑의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 준다.(물론 좋은 고객이 훨씬 더 많다고 함) 이유 있는 컴플레인이 아니라 부당한 트집들과 인격적인 모욕과 sns에 올려서 매장시키겠다는 협박까지 글을 읽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직접 그 상황에서 을의 위치에 놓인다면? 나는 과연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늘상 난 힘든 건 참아도 억울한 건 못 참아!’를 외치고 다니는 나라면 대판 싸웠을 것이다. 저자의 인내심과 더 후에 일을 생각하며 참는 지혜로움과 어른스러움에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일이라면 나이 드신 어른들이 노후에 소일거리로, 또는 생계를 위해 하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는 편견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강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고 단단한 벽돌 같은 그 편견도 이제 고무 벽돌(만약 있다면)같이 조금은 말랑해지는 듯하다. 청소도 이제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있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청소일에 내 시간과 노동을 쓰는 것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을 쓰는 것을 더 선호하니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꾸준히 말한다. 이 분야는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이 분야에 일하는 분들이 이제 자격지심을 버리고 자긍심을 가지실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청소는 아무나 하거나, 할 게 없어서 하건, 누가 해도 다 시켜주는 직업이 아닌,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준비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전문 직업이라는 시선의 변화.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이 변화가 점점 더 확대되기를 고대하고, 청소업에 종사하는 분들 모두가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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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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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와 그들의 가장 내밀한 욕망, 행복에 대한 그들의 몸서리 나는 의지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벽이 가로놓여 있는 걸까?」 _p97


#마음의파수꾼

#프랑수아즈사강

#소담출판사


#스포주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작가 ‘사강’의 작품을 드디어 읽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사놓고 아직 펼치지 못한 건 어쩌면 사강의 저 말에 나는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된 사회에 속해 사는 한 누군가에게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않고 오롯이 ‘나’만 파괴하는 것이 가능할까? 


도로시 시모어.

배우로서 큰 성공을 거머쥔 스물다섯을 지나, 스물다섯 살 반에 결혼, 몇몇 소송에 휘말려 빈털터리가 된 스물일곱 살 후로 시나리오 작가로서 웬만큼 성공도 했고 딸과 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마흔다섯 살의 여성이다. 지금은 근사한 남자 폴 브레트가 그녀에게 목을 매고 있다. 


도로시는 폴과 함께 드라이브 중 폴의 차에 뛰어든 ‘루이스’라는 젊은 청년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보호자도 없는 그를 도로시는 집으로 데려와 다리가 나을 때까지 머물게 하는데 다리가 다 나아도 루이스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기 오리에게 일어나는 각인현상을 도로시에게 경험한 듯 오직 그녀만을 쫓는다. 도로시와 루이스는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과거를 알게되고 친밀해 진다. 


「한마디로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두 인간 존재가 맺을 수 있는 매우 진화되고 기묘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런데 루이스는 지나간 내 사랑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_p38


대화 도중에 도로시의 두 번째 전남편 프랭크가 떠났을 때 그녀가 마치 병든 짐승 같았다는 이야기를 루이스는 유심히 들었고 얼마 후, 프랭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악명 높은 권력자이며 도로시와 원한 관계가 있는’ 제리 볼튼도, 도로시의 두 번째 전남편 프랭크를 빼앗아간 여배우 슈림프도, 촬영장에서 도로시에게 모욕을 준 감독 빌 매클리도 사망한다. 


솔직히 프랭크의 사망 소식부터 나는 예감했지만, 도로시는 너무 늦게 눈치챈다.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녀는 루이스를 가차 없이 경찰에 넘길 수 있었을까? 도로시를 사랑하지만 도로시를 탐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루이스! 이렇게 말하면 진정한 플라토닉 러브 같지만, 그녀를 괴롭게 한 모든 사람을 처리(?)하는(결코 그녀가 바란 일이 아님에도) 그의 행동은 그저 미친 짓일 뿐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도로시는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간기능 장애가 올 정도로 큰 고민을 하지만 결국 그녀는 눈을 감기로 한다. 한 번의 스크린 테스트로 할리우드 배우가 될 정도로 매혹적인 외모에 신비스러운 느낌을 가진 20대 중반의 청년이 마흔다섯 살인 자신에게 지극히 헌신적이고 다정하며 절대 자신의 허락 없이 다시는 살인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데 어쩌겠는가? 


소설의 중반부를 넘어서 드러나는 ‘매사 무감동하던 루이스가 도로시에게 극단적인 사랑을 느끼게 된 이유’가 나의 입맛을 쓰게 만든다. 


「난 열여섯 살까지 고생을 많이 한 편이에요.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죠. 그런데 열여섯 살이 지나자 모든 사람이 날 원했어요. 남자, 여자, 모두요····하지만 거기엔 조건이 있었죠/ 당신이 내게 베푼 친절이 순수한 선의에서 나왔다는 걸 알았을 때,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_p117


달콤시큼한 사랑 이야기를 예상했으나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 같은 소설이다. 사강과 첫 만남으로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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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세 아들 육아는 책읽기가 전부다 - 아들의 약점은 채우고 강점을 키우는 기적의 책육아 로드맵
박지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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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습관과 환경의 결과물이라서 주변에 재미있는 책이 있고 부모가 책을 읽는다면 아이는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_p263

 

 

우리 집 첫째는 12, 둘째는 10, 셋째는 6살 같은 8살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남자아이라서 특별히 힘든 점을 크게 못 느꼈다. 그저 활동적이고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정도의 피곤함이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스스로 할 일이 늘어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글쓰기, 문제집 풀기 등 집중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니 나의 잔소리는 사채 이자처럼 불어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00 해야지~”, “00해라”, “00 했니?” 확인하고 시켜야 함은 물론, 말을 해 줘도 까맣게 잊고 딴짓하고 있기 일쑤에 문제집 한쪽 푸는데 열 번은 족히 일어나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내 가슴에 불을 질러 댔다. 나는 책에서 도움을 찾았고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 아들의 뇌등 몇 권의 책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들을 머리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읽기의 중요성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내가 알고 나니 아이들이 그 중요성과 책읽기의 즐거움에 푹 빠지게 하고 싶은 욕심은 더 커졌고 이 책이 그런 나에게 진짜 기적의 책육아 로드맵이 되어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엄마들이 느끼는 과도한 피로는 단지 아들이 단체 생활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수행 능력이 떨어져서만은 아니다. (여자로 자란)엄마의 어린 시절 경험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에 부딪히거나, 예상 범위를 훌쩍 벗어나 행동하는 아이가 너무나 낯선 탓이다._p9

 

엄마는 아들의 행동과 말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저자는 아이의 기질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육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들 키우기를 고민하는 엄마부터 아들이 책과 친해지기를 원하는 엄마들을 위한 참고서답게 책읽기가 아들의 약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채워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아들 엄마가 흔히 하는 책육아 고민과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책이 재미없대요.” _아이의 읽기 수준을 파악한다.

정말 재미있을 것(엄마 기준) 같은 책을 준비해서 최대한 흥미롭게(역시 엄마 기준) 읽어주었는데, 아이가 아 재미없어 안 볼래.”라고 하면 김이 새다 못해 살짝 부아가 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남자아이식언어는 짧고 단순하며 애매하게라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재미없어라는 말 속에 내용이 지루하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으라고?/ 엄마가 좋아하는 책이잖아/ 나에겐 좀 어려워라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재미없다는 말 한마디에 좌절하지 말고 솔루션을 따라보자. 읽기 수준의 기준은 옆집 아이의 책장이 아닌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교과서로 하며, ‘더 쉽고, 더 흥미로운 책으로 아이가 책을 더 읽고 싶어하게 만들자. 내 아이의 읽기 수준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일 만화책만 봅니다” _읽기 과도기인지 점검한다.

수학도둑, 마법천자문, 실험왕 등 이제 막둥이까지 만화책에 빠져 그림책은 의무적으로! 만화책은 적극적으로 보기 시작했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게 본 챕터다.

 

초등1,2학년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남자아이들이 만화책을 더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만화책만 읽는다면 아이의 읽기 능력을 확인해 줄 필요가 있으며 만화책에 대한 집착을 놀이터, 축구, 보드게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전환해 주라 말한다.

 

학습 만화만 읽어도 될까요?”_3가지 함정을 기억한다.

만화책에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은 아직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에게 어디에서 봤다는 경험이 되며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아는 척하며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학습 만화만 읽는 것은 읽기 실력에 큰 도움이 안 되며/ 일부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부가적인 이야기가 과하게 붙고/ 아이들은 정작 도움이 될 지식 박스는 경쾌하게 건너뛴다는 결정적인 함정을 갖고 있다.

 

학습 만화만 읽는 경우, ‘만화책을 읽기책과 병행하게 하기/ 만화책으로 개념을 이해했다면 관련 글줄책으로 읽기 확장하기/ 지식 박스까지 세트로 읽기를 솔루션으로 제시한다.

 

<part4>에는 5~10세 아들을 위한 책육아 로드맵을 통해 분야별 책들을 읽기 시기와 읽기 팁, 추천 도서들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꼭 아들이 아니어도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읽어보면 좋을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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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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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_p68




「내 첫사랑은 누런 이빨을 가지고 있다. 두 살, 두 살 반인 나의 눈 안으로 그가 들어온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많은 소설가가 첫 문장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고 들었다. 겨우 2000자 정도 되는 서평에서도 첫 문장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어떤 풍경 묘사나 시대적 배경 설명으로 글이 시작되면 몰입감이 떨어진다. 더 구체적이면서 다소 충격적이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그다음 문장을 빨리 읽어 내려가게 하는 시작이 좋다. 『가벼운 마음』의 첫 문장처럼 말이다. 


‘누런 이빨’을 가진 이와 ‘두 살, 두 살 반’의 나이에 첫사랑에 빠졌다니 첫사랑이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는 ‘늑대’였다. 그 사실은 어릴 적부터 사자, 호랑이, 곰 같은 맹수와 절친이 되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나를 흥분시켰다. 늑대와 사랑에 빠진 뤼시의 가족은 서커스단과 함께 유랑하며 트레일러에서 생활한다. 밤중에 뤼시 부모님의 트레일러 집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모든 사람을 깨웠다. 사라진 뤼시는 늑대 우리 안에서 늑대의 배를 베고 곤히 자고 있다. 천막을 설치하는 동안 관객을 끌기 위해 전시된 늑대는 길들일 수 없을뿐 전혀 위험하지 않았지만, 늑대 우리 위에 빨간 글씨로 적힌 ‘크라쿠프 지역의 늑대’라는 안내판은 ‘무서운 짐승이라는 증거’로 충분했다. 이런 식의 ‘이름’으로 인해 갖게되는 선입견과 편견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한지 잠시 생각하게 했다. 


 「두렵게 만드는 건 이름이다. 이름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실체 자체도 없다.」_p11


 뤼시가 8살 때, 늑대가 죽었고 소녀는 늑대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의 무덤에 꽃과 과일(늑대가 개양귀비꽃만 먹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을 산더미처럼 놓아주기 위해 혼자 길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바그너, 라벨, 슈베르트를 사랑하는 간호사 아주머니를 만나 그 집에서 하룻 밤을 보낸다. 이날의 경험이 훗날 뤼시가 바흐를 ‘내게 무언가를 주는 것들’로 받아들이고 ‘뚱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늑대의 죽음 뒤로 뤼시의 가출은 시작되었고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이름을 지어내 경찰들을 따돌렸다. 


뤼시의 가출 행동을 우리 사회로 가져와 생각한다면 심각한 탈선일 텐데도 소설 속에서 이 일은 그냥 가벼운 에피소드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행동에 다소 엄격한 편인 나조차도 뤼시의 가벼운 마음에 중독되는 건지 그냥 그럴 수도 있고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열일곱 살은 아직 어린 나이란다. 그래도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아서 기쁘다. 나는 그게 좋아. 아주 좋은 신호야. 우리가 너를 잘 키웠고, 오로지 자기 마음에만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쳤다는 얘기니까.」_p98

 

겨우 열일곱 살에 결혼하려는 딸의 결정 앞에서 뤼시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자기 마음에만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 옳은 일인가? 물론 어떤 결정에 있어서 자기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오로지’와 ‘(자기마음에)만’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가르침대로 뤼시는 자기마음에만 귀를 기울여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로망’의 곁을 떠났다. 그 과정 또한 내가 보기에는 잔인했다. 동동 떠다니는 듯 가벼운 마음을 지닌 뤼시는 그만큼 자유로워 보였다. 여성으로 절대 그럴 수 없는 시대에 대한 반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일까? 결혼이라는 방에 들어서면서 얻게 되는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이름에 갇힌 여성들의 영혼을 해방해주고 싶은 보뱅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여전히 여성이 보이지 않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_p120


뤼시가 자신을 잃고 타인에 이끌리는 삶으로 치우치려 할 때, ‘자신의 수호천사’는 온힘을 다해 뤼시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이끌었다. 뤼시는 정신병원 입원을 앞둔 할머니를 모시고(우연히 친해진 보호자가 없는 양로원의 할머니다)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뤼시를 통해 자신의 수호천사를 만나고 완전한 자신을 만난 할머니는 익숙하지 않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한다. 김연덕 시인의 말처럼 ‘주인공의 가벼움이 타인의 가벼움을 가능케 한’ 것이다.


나는 간혹 너무 무거운 사람이다. 뤼시에게서 가벼운 마음을 조금 얻어 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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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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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을 뚫어지게 바라봐. 그럼 지구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_케이트 템페스트

 

#2050거주불능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

#데이비드월러스웰즈

#추수밭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알게 된 하얀 하늘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지구에 닥쳐올(일부는 이미 와있는) 12가지 기후 재난 시나리오로 인해 회전의자에서 떨어져 머리를 세게 부딪혔을 때만큼 정신이 혼미해졌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어쩌면 모르고 싶었던 재난 영화 같은 우리 지구의 미래 모습들이었다.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해수면 상승, 치솟는 산불, 그저 어느 하루 날씨처럼 익숙해져 가는 재난들, 갈증과 가뭄, 오염으로 사체가 쌓이는 바다, 높아져 가는 공기 중 CO2 농도와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 더욱 강하고 빨라진 바이러스와 존재도 몰랐던 수많은 박테리아의 출현, 무너지는 경제, 점점 부족해지는 자원을 두고 일어날 전쟁, 개인 간에 발생하는 분노와 폭력, 연쇄적인 재난으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와 재난 트라우마와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의 문제와 같은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어졌다.

 

이제 그만, 우리 모두 정신 차려!”

 

지구 온난화가 문제로 인식된 지 70~8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문제에 대처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는커녕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방식에 이렇다 할 조정을 가하지 않았다._p75

 

제임스 핸슨이 1988년 미국 의회에 나가 최초로 지구 온난화에 관해 증언하면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설립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과학의 침묵현상(기후 학자들이 내놓은 부정적인 기후변화 예측이 대중에게 일으킬 파장이 염려되어, 또는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조심하게 되는 현상)으로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잘 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2018IPCC 보고서(기온이 1.5도 상승할 때에 비해 2도 상승할 경우 일어날 기후 재난을 경고)를 통해 과학의 침묵 현상은 봉인해제 되었다. 2010년 러시아에서는 폭염으로 총 55,000명이 사망했고, 2017년 휴스턴에서는 허리케인 하비가 초래한 ‘50년 만에 한 번겪을 법한 폭우가 텍사스를 덮쳤으며, 같은 해 10월에 북부 캘리포니아에서는 단 이틀 만에 172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2018년이 되어서야 봉인해제를 한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기후 학자들의 수많은 연구 논문과 책,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제법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지금처럼 삼시 세끼 고기반찬에, 치즈가 잔뜩 들어간 피자나 샌드위치를 즐겨 먹고, 물도 전기도 석유도 팡팡 쓰면서 탄소 발자국을 꽝꽝 찍으며 돌아다니기를 계속 유지한다면 아주 빨리 그것들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다 알고 있다.

 

규모(bigness) 편향이란 말이 있다.

기후 변화는 너무나 규모가 거대하고 영향이 강렬해서 우리로 하여금 마치 태양을 보고 피하듯 반사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_p243

 

저자는 과학이 내놓은 오해의 여지 없이 명확한 편임에도 책에 나오는 잠정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아마도, 어쩌면, 추측건대와 같은 단어가 강박적으로 따라 붙는 이유가 인간 행동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 행동이라는 변수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재난을 멈추는 데 필요한 도구가 모두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탄소세를 도입할 수 있고 더러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몰아내도록 정치적 기구를 활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농경 기술을 적용할 수 있고 세계인의 식단에서 소고기와 우유를 줄여 나갈 수 있으며 녹색 에너지와 탄소포집 기술에 공공 투자를 할 수도 있다._p341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꼭 필요하다. 희망이 없다면 용기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자칫 안이한 삶으로 돌아갈까 염려스럽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드시 불편함이 따르고 경제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더 많은 부와 자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내려놔야 할 것이다.

 

병든 세상을 인식하더라도 정치적 참여로 마무리 짓지 않는다면 웰니스를 얻는데서 그치고 만다._p283

 

, 당랑규선(螳螂窺蟬) :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고 엿본다는 말로, 눈 앞의 이익에 어두워 뒤에 따를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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