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이 피었습니다 큰 스푼
김해등 지음, 이준선 그림, 최성환 감수 / 스푼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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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고 악랄했던 일본이 물러갔는데도 똑같은 삶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분하기도 하고 겁도 났다.」 _p110


#소금꽃이피었습니다
#김해등 글 / #이준선 그림
#스푼북


비금도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던 저자의 아버지와 저자의 이야기이지만, 비금도에서 일제 강점기와 해방의 시기를 맞이한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 그들만의 힘으로 소금 꽃을 피워내는 아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악명 높은 순사 마쓰이의 아들 기요시, 그의 졸병 행세를 하며 기요시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조선 아이들을 괴롭히는 종구. 진모의 숙적들이다. 학교에는 그만큼 악랄한 이또오 선생이 있다. 어리숙한 시오가 징병으로 끌려간 아버지 생각으로 멍한 상태로 실수를 하자 이또오 선생은 가차 없이 아이의 얼굴에 수차례 주먹을 날리고 짚으로 엮어 만든 줄을 머리에 둘러준다. 일명 불량선인 끈인데, 이것을 매면 누구든지 그 사람을 종 부리듯 부릴 수 있다. 아이들은 시오에게 ‘황국 신민의 맹세’를 외우게 하고 자기들의 신발을 닦게 한다. 오로지 진모만이 분노하고 저항하다 불량선인 끈을 하게 된다.



진모의 아버지는 화염 소작인이다. 일본으로 공출되는 소금의 양이 많아 소금을 만들지만, 소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불을 지펴 소금을 굽는 날이면 온 가족이 손을 걷어붙여야 한다. 엄청난 열기와 고된 일을 해도 대부분 지주의 손에 들어가는 불합리한 현실에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데 부잣집 딸 명수란이 가져와 보여준 신문에서 천일염전에 대해 알게 된다.



진모 아버지가 선두에 나서 소작 쟁의(화염 소작인들이 합심하여 소금 수확을 거부)를 시작한 날 마쓰이 순사에게 잡혀가 모진 매질을 당한다. 다음 날 일본의 항복 소식과 아버지가 엉망이 된 얼굴로 돌아온다.



평양염전에서 천일염전으로 소금을 수확해본 손봉훈 아저씨로 인해 진모가 제안했던 이름 ‘시조염전’의 푯말이 세워진다. 시작은 작은 염전이었으나 가산도에서 고도를 거쳐 사랑도까지 둑을 쌓아 바닷물을 막에 갯벌을 늘릴 계획을 한다. 조합원을 모집하고 둑을 만들고 염전을 만들려면 시조 염전을 성공해야 한다.



일본 순사에게 빌붙어 못된 마름으로 활약하던 강오중은 일본이 물러가자 경찰 지서장에게 빌붙는다. 이념따윈 없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부류의 특징을 고루 갖춘 그는 시조염전 설명회에 와서 시국이 불안하니 여럿 모이는 것을 감하라는 경찰서장의 ‘분부’를 전한다.



‘소금도 곰팡이가 난다!’는 말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었던 일이 뜻밖에 생겨 버렸을 때 쓰는 속담이다. 일제 강점기에 그토록 잔악무도하게 사람들을 괴롭히던 마쓰이가 비금도 경찰 서장으로 오다니! 이 말이 딱 어울릴 말이다. 마쓰이는 조선인이었고 황영재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고 나타난다. 옷을 바꿔 입고, 국기를 바꿔 달고, 일본말에서 한국말로 언어를 바꾼 똑같이 악랄하고 야비한 인간에게 또 존댓말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 억울함과 분통터짐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참았을까?



그래도 꿋꿋하게 시조염전을 준비하는 박삼만 아저씨는 진모에게 천일염전의 원리를 설명해준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다녀온 영종도에 씨사이드파크염전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들으니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맞네! 강오중 뒤에 숨은 지주가 우리보다 먼저 시조 염전을 만들어 내고 그걸 내세워서 천일염전 개발권을 독차지하려는 꼼수가 분명하네.」 _p110




강오중의 뒤에 숨은 지주는 조선인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8할의 소작료를 거둬가더니 독립된 후에도 여전히 건실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소작민들의 권리를 착취하려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야 차고 넘치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이 시리다. 가진 자의 욕심은 무한하다. 반드시 햇볕 짱짱한 칠월이 오면 천일염을 거둬야만 한다. 열두 명의 시조 염전의 일꾼들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로 다짐한다. 자신도 끼워서 열세 명으로 해달라는 진모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는다. 이 웃음이 7월에 다시 피어오를 수 있을까? 소금이 부족해서 온 나라가 난리인데 저 지랄하는 역적이라는 비난에 귀를 닫고 묵묵히 해나간다. 과연 그들은 비난과 방해 공작 속에서 시조 염전을 성공시켜 천일 염전의 개발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이 오래가 이렇게나 감동적인 노래였을 줄이야! 어른 발이 부족하면 아이 발로, 쇠가 아니면 돌이다! 비금리 시조 염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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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어른의 하루 - 날마다 새기는 다산의 인생 문장 365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윤연화 그림 / 청림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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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훌륭하신 다산 정약용 선생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야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형 정약전과의 형제애, 그분이 자식들을 가르치고 위했던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그분의 인생 문장을 매일 볼 수 있는 일력을 펼치고 읽어 내려가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문장과 내 생각을 한 줄씩 덧붙여 본다.



1월 5일 _새벽은 어른의 시간이다.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순간, 나는 새로워진다.

어른의 시간, 새로워져야 할 시간에 늘 자고 있으니 늘 새로워지지 못하는 것인가? 새벽형 인간은 나의 로망이기도 한데 늦은 밤의 여유를 포기하지 못하겠으니 어찌할꼬.


1월 7일 _나만의 질문을 찾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세상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이 된다.

이 글귀는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만 연신 내뱉는 부류의 사람들에게 고이 접어 보내드리고 싶다.



1월 29일 _성공의 길은 다양하지만 실패의 길은 포기, 하나뿐이다. 하나의 길이 막혔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실패의 길은 포기 외에 없다니, 꼭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라니, 이보다 더 큰 위로와 격려의 말이 어디 있을까! 쉽게 포기하는 우리 둘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3월 28일 _모두에게 똑같은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나를 잃고 남을 잃는 길이니, 만장일치란 사람에 대한 모독이다.

참으로 옳다. 너무도 다른 세 아이가 똑같이 한 메뉴를 좋아할 수 없음은 당연하고, 똑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리 없고, 똑같은 옷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나의 편의를 위해 만장일치가 되길 바랐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모독이었구나.


3월 31일 _인간은 서로 물들고 물들이는 존재다. 내가 누군가로 인해 물들 듯이 나 또한 누군가를 물들일 수 있다.

‘물들다’라는 말은 참 묘하다. 앞에 단풍이나 노을과 같은 단어가 오면 더없이 아름다운 표현이다. 반면 김칫국물과 같은 오염 물질이나 어떤 나쁜 습관 같은 것과 ‘물들다’가 연결되면 불쾌감을 주거나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최소한 누군가에게 김칫국물같이 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님은 알지만 나는 노을처럼, 단풍처럼 옆에 머무르며 물들고 싶은 사람인가? 자신은 없으나, 지금처럼 꾸준히 읽고 나를 살피고 진심으로 소통한다면 좋은 물을 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4월 4일 _사람과의 신의를 지키는 일은 먼 이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나 또한 신의를 매우 중요시하기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 하나 있다. “엄마가 약속 안 지킨 적 있어?” 나 스스로 아이들과의 신뢰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꼭 할 수 있는 약속만 한다.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얼렁뚱땅 뭔가 해주겠다는 약속 남발을 극도로 주의한다. 우리 아이들도 신의를 지키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4월 20일 _내가 돈을 지휘하고 있는가, 돈이 나를 지휘하고 있는가? 돈을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가장 소중한 것을 놓아야 한다.

돈을 붙잡기 위해 무엇까지 놓을 수 있나? 비물질적인 것 중 무엇을 놓을 수 있나? 양심? 신의? 사랑? 가족? 돈에게 내맡겨진 삶은 슬프다.



5월 9일 _형은 먼저 태어난 나요, 동생은 나중에 태어난 나다. 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막둥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작은 소리로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둘째, 동생들이 귀찮게 하면 외동이고 싶다는 첫째 아이에게 큰 소리로 낭독해주고 싶다. 나는 지금 내 곁에 언니가 없다는 건 상상하기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소중한데 말이다. 좀더 크면 형제의 소중함을 알겠지?



5월 11일 _아이의 눈에는 부모의 품격이 깃든다. 자식은 곧 부모의 거울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다.




5월 23일 _“외로운 천지 가운데 나의 형 정약전을 잃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얻는 바가 있어도 장차 어디에 말하겠는가?”

내 생일에 가장 가슴 아픈 글귀가 있다. 저 한마디에 그 사무치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오롯이 전해져와 눈물이 날 것 같다.



6월 13일 _동물은 오늘을 살기에 일희일비하고, 인간은 오늘을 쌓기에 윌취월장한다.

혹, 일희일비하고 있지 않은가? 나 또한 뜨끔해진다. 동물로 살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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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리적 최소주의자, 지구에 삽니다 - 제로 웨이스트로 먹고 살기 우리학교 진로 읽는 시간
소일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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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외면이 가진 힘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멋진 행동을 하지 않는 외면의 힘은 허무하게도 쉬이 사라져 버린다.」 _p67


기후위기 강의, 다큐멘터리, 뉴스, 책 등을 접하면서 나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매주 화요일마다 산더미같이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보면서 죄책감에 얼굴 붉히는 나는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 #제로웨이스트샵 #안녕상점 에서 해주신 기후위기 강의는 나를 제로웨이스터의 삶에 한 발자국 들여놓게 했다. 샴푸바 만들기 활동으로 만든 샴푸바는 비누를 손안에서 두 바퀴 정도 돌린 뒤 여러 번 비비면 거품이 풍성하게 났고 세 번 정도 이 과정을 반복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제외하면 매우 훌륭했다. 한 달 정도 사용하고 있는데 머릿결은 예전 그대로이고 염려했던 두피의 유분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매일 나물 반찬 한 가지를 만드는 나로서는 비닐 장갑을 최소 1장은 사용할 수밖에 없다. 비닐 장갑 없이 맨손으로 버무리면 참기름이 잔뜩 묻고 결국 비누로 씻어야하는데 습진 때문에 비누 사용을 최소화하는 나에게 큰 고민이었다. 손처럼 조물거려주는 도구는 없나? 그냥 손으로 비비거나 다회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버물리고 있다. 뭔가 더 하고 싶지만 막막하고 뭘 해야할지 몰라 답답했던 내게 가이드 같은 책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기기 전부터 제로웨이스터였던 저자는 ‘삶에서 1000가지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기’를 목표로 세우고, 블로그의 첫 번째 글을 ‘999번’으로 시작했다. 6년간 매일 한 편 이상의 글로 ‘비움’의 과정을 기록했고 민음사로부터 출판제의를 받아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라는 책을 출간했다. 현재는 작가, 강사로서 활동하면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라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무작정 일본 교토로 떠났던 저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안전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경주 지진이 일어나자 이제 더이상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았고, 옷장과 책장에 그득그득한 물건들이 갑자기 위험해 보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좀더 단순하고 간결하고 작고 적은 삶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어찌나 낙천적인지 파키스탄에 일어난 대홍수가 우리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 굳게 믿고, 40도를 넘나드는 폭염도 극심한 한파도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그저 안타까워할 뿐 내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누군가는 제로웨이스트다 뭐다 개인이 해봐야 얼마나 많은 걸 바꿀 수 있겠냐고 정부와 기업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할 수도 있다. 솔직히 정부와 기업은 현재로선 그다지 믿을만하지 않다. 개인이 움직이고 바뀌어야 정부와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휘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 중립’을 위한 제도와 정책은 텀블러의 무게를 기꺼이 무릅쓰고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한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_p33


저자 소일이 실천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터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해 보면서 좀더 노력해야 겠다 다짐해 본다. 나도 실천하고 있는 것만 체크해 보았다.

◎손수건 들고 다니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
◎텀블러, 컵 들고 다니기 √
◎개인 식기
◎포장 음식점에 용기 들고 가기
◎비누로 머리 감기 √
◎비닐봉지, 랩, 쿠깅 포일, 유산지, 지퍼 백, 키친타월 등 일회용품 안쓰기
◎화장품 안 바르기
◎생수(판매하는)대신 정수 주전자(정수기) 사용하기 √
◎에어컨 사용하지 않기(집에 아예 없음)
◎채식 위주의 식사하기(플렉시테리언: 유연한 채식주의자) △
◎옷 30벌만 놔두고 처분하기(지인 나눔, 기부)
◎소비 디톡스(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


저자 본인도 혼자했다면 외롭고 지쳐 해이해졌을지 모른다.미니멀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같이 쓰레기 줍기 등 공통 관심사를 블로그 이웃과 나누고 배우고 또 실천했기에 윤리적 최소주의자 소일이 자라날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는 삶을 유지하며 그 일이 직업으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보람되고 즐거울 것이다. 나도 혼자는 힘들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제로 웨이스트 같이 하실 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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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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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부르듯, 잘 살아온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불러온다_레오나르도 다빈치

 

 

 

 

 

책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을 아시나요? 프레데릭 바지유의 가족모임이란 작품의 일부랍니다. 그림은 물론이고 화가의 이름도 저에게는 생소한데요. 경보가 자주 울리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진짜 화재 경보가 울리면 가장 먼저 대피시킬 것이라 말할 정도로 높이 평가하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나, 모나리자만큼이나 꼭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상하길 바란다는 성 안나와 성모자와 같은 작품이 아니고 굳이 이 그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아마도 안타까운 운명의 화가 장 프레데릭 바지유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모네, 르누아르, 시슬레, 모네, 피가로 등 인상파 동료들에게 준 심적·물적 지지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자 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바지유의 또 다른 작품 마을 풍경이 표지 그림이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네요.

 

 

 

저자는 2년여간 바티칸 박물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했고, 6년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도슨트로 활약했으며 연평균 400회 이상 강의를 진행하는 미술사 강사로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럽 미술사를 알기 쉽게 재미있게 풀어내는 미깡(미술 깡패) 도슨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분이래요. 그래서인지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고 작품에 대한 해석의 깊이가 남다르다 느껴집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미술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는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가 빠진 점도 신선한 느낌이 드네요.

 

 

 

특히, 영국의 개그맨이자 방송인이 조나단 루스에 의해 출간되었던 다빈치가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이라는 레스토랑의 요리사였다는 내용의 책은 만우절을 기해 기획된 허구의 책이라고 밝혔음에도 한 음식 전문 출판사에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삭제하고 재출간했으며, 그 책이 전 세계로 번역 출간되어 20년 동안 사실인 양 전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인데요. 상업적 이득을 위해 전 세계인을 기만한 이 출판사가 어떤 처분도 받지 않았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저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시작으로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으로 우리를 차례차례 안내하면서 작품과 화가, 조각가, 그 작품의 역사적 배경들을 우리가 잘 소화할 수 있게 딱 알맞은 양과 맛으로 적절히 버무려 천천히 즐기게 해준답니다. 가끔 쓴맛에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매운맛에 마음에 불이 나기도 하지만 다양한 맛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족감을 주는 책이에요.

 

 

쓴맛과 매운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프랑스 낭만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그 이야기는 그림만큼이나 충격적이에요. 프랑스는 새롭게 식민지가 된 세네갈을 개척하기 위해 파견된 메두사호, 선장 경험은 물론 항해 경험도 전무한 쇼마레 장군은 메두사호의 베테랑 선원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빠른 길로 가려다가 좌초돼요. 함장과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안전한 구명선에 오르고 남은 150명의 일반 시민과 노예들은 돛과 갑판의 나무판자를 뜯어내어 20미터 정도의 임시 뗏목을 만들어 타죠. 쇼마레는 뗏목과 연결된 밧줄을 끊고 육지에 도착해서도 구조선을 보내지 않아요. 자신들이 만행을 숨기려고요. 뗏목에 있던 이들은 파도에 휩쓸려 가고, 남은 식량을 자치하기 위해 유혈사태가 벌어져 60여 명이 살해당하고, 결국은 인육을 먹으며 버티던 15명은 13일 만에 발견되지만 결국 단 3명만 생존해요.

 

제리코는 이 끔찍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림을 그려요. 실제 시체를 구해와 부패 과정을 그려보고 생존자와 인터뷰, 뗏목을 직접 제작해보는 등의 노력 끝에 메두사호의 뗏목이 탄생하죠. 제리코 덕분에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음에도 쇼마르 함장의 징역 3년 형이 전부였다는 말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달달한 이야기가 필요한 기분이지요? 장 프랑수아 밀레와 테오로드 루소의 우정은 우리 마음을 데워주기 충분해 보여요. 가난한 밀레를 돕기 위해 루소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밀레의 작품을 높은 가격으로 사요. 훗날 우연히 루소의 침실에 걸린 자신이 작품을 목격하죠. 아마 저라면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을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밀레에게 보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루소는 먼저 세상을 떠나버려요. 밀레는 자신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루소의 가족을 돌보았고, 말년에는 자신의 화풍이 아닌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 루소의 화풍으로 자신의 유작인 을 완성해요.

 

서문에서 저자는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단 한 점이라도 있다면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여러분의 인생에 진정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저에게 이 이 그런 작품으로 다가왔어요. 언젠가 오르세 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저는 이 작품을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만날 것 같아요. 친구 루소와 나란히 묻히길 바란 밀레, 둘의 우정만큼 따뜻하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을 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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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 문제적 심리 사전
한민.박성미.유지현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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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숙적인 조커, 스파이더맨의 그린 고블린이 편집성 성격장애? 우리 둘째의 배꼽을 빼놓았던(도둑들이 당하는 장면들에서) <나홀로 집에 2>의 비둘기 부인이 과거의 실패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 사회로부터 고립된 조현성 성격장애 노숙자의 전형적인 캐릭터? 영화 <에일리언> 감독 한스 기거가 조현형 성격의 소유자?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는 강박성 성격의 표본? 스티븐 호킹의 두 번째 아내 일레인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저 다 ‘나쁜 악당’, 또는 ‘돌아이’, ‘사이코패스’ 정도로 싸잡아서 평가내리던 영화나 현실 속 범죄자들의 심리와 범죄를 저지르게 된 성격적 특성과 취약성을 엿볼 수 있다.

(문화심리학자, 문화와 심리학을 공부하는 ‘어떤 책방’의 강사, 범죄심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세 명의 저자가 다양한 성격 유형의 특징과 원인, 그러한 성격 유형이 일으킬 수 있는 범죄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잘 알려진 영화나 책, 실존하는 문제적 캐릭터들의 사례를 담고 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부디 이 책이 창작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어, 매력적인 이야기를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1~3장에서는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믿음이 강한 ‘자기 확신’ A군 성격 스펙트럼, 감정적이며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는 ‘타인 통제’ B군 성격 스펙트럼, 불안을 느끼며 두려워하는 ‘불안 초조’ C군 성격 스펙트럼 등 세 가지 성격 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9가지 방어기제와 5가지 성숙한 방어기제, 5장은 재미있는 MBTI 성격 스펙트럼, 6장은 문화와 사회적 영향을 받는 정신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 고려하면 좋을 다양한 정보를 알려 주고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보는 실전 파트가 있다.

특정 성격 유형이 나올 때마다 다양한 인물들이 스쳐 지나갔다. 강의실 손잡이를 잡지 못해 학생들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던 강박적 성격의 이상심리학 교수님, 자기 말은 항상 옳고 정의롭다 생각하며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에 공감할 줄 모르는 자기애성 성격의 지인, 어떻게든 내 눈을 피해 인사를 회피하려던 회피성 성격의 이전 아랫집 사람, 프로 관종러라는 말이 딱 어울릴 히스테리성 성격의 한 인물.

인사를 하는 내가 도깨비라도 되는 듯 얼른 집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어쩔 수 없이 마주치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닥하던 옆집 아주머니도 떠오른다.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불만을 토로하는 습관이 있었고 늘 눈을 위로 치켜뜨고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로 사람을 바라봤다. 허구한 날 복도(복도식 아파트)에 나와 펄럭펄럭 큰소리로 이불을 털어댔고 가끔은 이웃과 큰 소리로 싸웠다.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위치에 유모차를 내놓았음에도 거기에 대해 불만스럽게 말하더니 급기야 우리 유모차에 정체불명의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놓아두기까지 했다. 물증은 없었으나 우리의 심증은 너무도 확실했다. 그의 또 다른 특징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보내 주신 토마토를 나눠드렸을 때, 마치 뭔가를 받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는 듯 불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뭐 토마토 먹을 사람도 없는데···” 띠용~!

사회성이 떨어지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아마도 조현형 성격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그는 옆집 젊은 여자가 자신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유모차를 복도에 내놨고, 먹다 남은 필요 없는 토마토를 자기에게 버렸고, 모든 불쾌한 상황이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느꼈을지 모를 일이다.

심리학적 표현으로 ‘잘 기능하는 사람’, ‘적응적인 사람’도 약간의 성격장애 특성(반사회성, 편집성 성격장애)과 약간의 신경증 특성(불안, 우울장애 등)을 가지고 산다. 완벽히 안정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다양한 방어기제로 나를 보호한다. 이타주의, 억제, 예상, 유머, 승화 등의 성숙한 방어기제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다.

문제적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끼거나 장르물을 써보고 싶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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