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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이 피었습니다 ㅣ 큰 스푼
김해등 지음, 이준선 그림, 최성환 감수 / 스푼북 / 2022년 11월
평점 :
「지독하고 악랄했던 일본이 물러갔는데도 똑같은 삶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분하기도 하고 겁도 났다.」 _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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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이피었습니다
#김해등 글 / #이준선 그림
#스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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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던 저자의 아버지와 저자의 이야기이지만, 비금도에서 일제 강점기와 해방의 시기를 맞이한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 그들만의 힘으로 소금 꽃을 피워내는 아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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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순사 마쓰이의 아들 기요시, 그의 졸병 행세를 하며 기요시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조선 아이들을 괴롭히는 종구. 진모의 숙적들이다. 학교에는 그만큼 악랄한 이또오 선생이 있다. 어리숙한 시오가 징병으로 끌려간 아버지 생각으로 멍한 상태로 실수를 하자 이또오 선생은 가차 없이 아이의 얼굴에 수차례 주먹을 날리고 짚으로 엮어 만든 줄을 머리에 둘러준다. 일명 불량선인 끈인데, 이것을 매면 누구든지 그 사람을 종 부리듯 부릴 수 있다. 아이들은 시오에게 ‘황국 신민의 맹세’를 외우게 하고 자기들의 신발을 닦게 한다. 오로지 진모만이 분노하고 저항하다 불량선인 끈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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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모의 아버지는 화염 소작인이다. 일본으로 공출되는 소금의 양이 많아 소금을 만들지만, 소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불을 지펴 소금을 굽는 날이면 온 가족이 손을 걷어붙여야 한다. 엄청난 열기와 고된 일을 해도 대부분 지주의 손에 들어가는 불합리한 현실에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데 부잣집 딸 명수란이 가져와 보여준 신문에서 천일염전에 대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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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모 아버지가 선두에 나서 소작 쟁의(화염 소작인들이 합심하여 소금 수확을 거부)를 시작한 날 마쓰이 순사에게 잡혀가 모진 매질을 당한다. 다음 날 일본의 항복 소식과 아버지가 엉망이 된 얼굴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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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염전에서 천일염전으로 소금을 수확해본 손봉훈 아저씨로 인해 진모가 제안했던 이름 ‘시조염전’의 푯말이 세워진다. 시작은 작은 염전이었으나 가산도에서 고도를 거쳐 사랑도까지 둑을 쌓아 바닷물을 막에 갯벌을 늘릴 계획을 한다. 조합원을 모집하고 둑을 만들고 염전을 만들려면 시조 염전을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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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순사에게 빌붙어 못된 마름으로 활약하던 강오중은 일본이 물러가자 경찰 지서장에게 빌붙는다. 이념따윈 없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부류의 특징을 고루 갖춘 그는 시조염전 설명회에 와서 시국이 불안하니 여럿 모이는 것을 감하라는 경찰서장의 ‘분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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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도 곰팡이가 난다!’는 말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었던 일이 뜻밖에 생겨 버렸을 때 쓰는 속담이다. 일제 강점기에 그토록 잔악무도하게 사람들을 괴롭히던 마쓰이가 비금도 경찰 서장으로 오다니! 이 말이 딱 어울릴 말이다. 마쓰이는 조선인이었고 황영재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고 나타난다. 옷을 바꿔 입고, 국기를 바꿔 달고, 일본말에서 한국말로 언어를 바꾼 똑같이 악랄하고 야비한 인간에게 또 존댓말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 억울함과 분통터짐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참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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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꿋꿋하게 시조염전을 준비하는 박삼만 아저씨는 진모에게 천일염전의 원리를 설명해준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다녀온 영종도에 씨사이드파크염전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들으니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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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네! 강오중 뒤에 숨은 지주가 우리보다 먼저 시조 염전을 만들어 내고 그걸 내세워서 천일염전 개발권을 독차지하려는 꼼수가 분명하네.」 _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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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오중의 뒤에 숨은 지주는 조선인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8할의 소작료를 거둬가더니 독립된 후에도 여전히 건실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소작민들의 권리를 착취하려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야 차고 넘치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이 시리다. 가진 자의 욕심은 무한하다. 반드시 햇볕 짱짱한 칠월이 오면 천일염을 거둬야만 한다. 열두 명의 시조 염전의 일꾼들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로 다짐한다. 자신도 끼워서 열세 명으로 해달라는 진모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는다. 이 웃음이 7월에 다시 피어오를 수 있을까? 소금이 부족해서 온 나라가 난리인데 저 지랄하는 역적이라는 비난에 귀를 닫고 묵묵히 해나간다. 과연 그들은 비난과 방해 공작 속에서 시조 염전을 성공시켜 천일 염전의 개발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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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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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래가 이렇게나 감동적인 노래였을 줄이야! 어른 발이 부족하면 아이 발로, 쇠가 아니면 돌이다! 비금리 시조 염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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