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함께 하는 삶 - 지금부터 당신은 항상 괜찮을 수 있습니다.
김지나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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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괜찮은가? 대체로 괜찮은 삶 속에서 종종 흔들리는 사람도, 대체로 흔들리는 삶에서 가끔 괜찮은 이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항상 괜찮은 삶을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 사는 게 다 그런 거지!’라고 생각할 테지만 저자는 자신있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부터 당신은 항상 괜찮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나’라고 생각하는 몸과 마음은 마음이 만들어 낸 제한적 자아, 즉 에고라고 한다. 에고는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갈망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나’」로서 「만족을 모르고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에서 만족을 구한다」고 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에고인 것이다. 저자는 사랑으로 가득 찬 우주 전체가 ‘진짜 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깨어남’이라고 한다.

이 ‘깨어남’의 상태를 경험하고 참된 자아 정체성을 되찾으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상태가 될 수 있고, 행복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고통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은 상태와 다름없다고 한다. 우리가 고통을 겪는 이유는 끊임없는 떠오르는 과거에 미래에 대한 회한과 걱정 때문이며 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명상 꿀팁≫


1. 불리는 과정 갖기_ 일상 생활에서 수시로 번뇌에서 나의 의식을 떼어놓는 연습하기.

예를 들어,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에 집중,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의 맛에 온전히 집중하기 등


2. 다짐하기_ 명상할 때 떠오르는 다른 생각들을 따라가지 않고 집중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


3. ‘명상이 안 된다는 것은 없다’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_집중이 잘되면 평온함과 고요함 속에 쉼을 얻어서 좋고, 집중이 잘 안 되면 내 안에 남아 있는 집착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은 것이다. _114 요약.

「“물론 제 눈에는 잘못 놓인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 올린 998개의 벽돌도 보입니다.”」 _202

관점의 문제다. 내 현실의 불만스러운 한 가지에 집착하며 삶을 망치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감사하고 만족스러운 일들’에 집중해 보자.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태권도에 갈 수 있는 것, 길든 짧든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 등 모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내게 998가지의 나쁜 것이 있고 2가지의 좋은 것이 있다면 어떡해야 할까? 저자는 그렇다면 2가지에 집중해서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만족감은 내면의 평온을 가져다줄 것이고 그로 인해 외부의 나쁜 상황들도 서서히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의 모습에서 998개가 마음에 안 들지라도 마음에 드는 두 가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찾아내어 보세요.」 _204

사실, 내 아이의 마음에 드는 두 가지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훨씬 많이 찾을 수도 있다. 오늘도 마음에 안 드는 한 가지에 집착해 아이를 혼내고 화를 냈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유난히 감정조절이 어려웠다. 화가 나면서 두근거리는 심장에 집중하기, 화나는 감정을 굳이 막으려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게 두는 것도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책 한 권으로 하루아침에 그게 될 리는 없다. 다만, 통하지 않는 잔소리나 화를 토해내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아이의 좋은 점을 찾아내 좋은 말을 하고, 좋은 말은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그 영향으로 아이 또한 잔소리할 때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사실 이런 경험이 없지 않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할 때, 좋은 말 한마디나 농담 한마디로 다시 좋은 방향으로 에너지의 흐름이 바뀐 적이 분명 있다.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의 삶의 상황을 구성하는

일시적인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무언가가 있으며,

내맡김을 통해서만 거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생명이요. 당신이라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시간 없는 현존의 영역에서 영원히 존재합니다.

예수는 이 생명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한 가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_에크하르트 톨레」 _217

지속적인 ‘만족함’ ‘평온함’ 상태에 있으려면 나에게 있는 것을 바라보고 이루어진 것에 감사하라고 한다. 밖의 것을 바라보며 내게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내가 이루지 못한 것에 번뇌하지 말라 한다. 참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것, 그렇지만 해볼 만한 것이기도 하다. 내 생각들을 내려놓고 ‘참나’에게 맡기는 일은 나의 고민과 걱정에 잠식당하지 않고 신께 맡기고 의지하는 신앙과 닮아있다. 아직은 서툴지만 지켜보고 침묵함으로 에고를 잠잠하게 하고 참나를 끌어와 좋은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머릿속에 ‘깨달은 자’, ‘수행자’의 상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춰서 나를 다 바꾸려고 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런 완벽함이란 것은 원래 없습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이 깨달은 사람입니다.」 _256

「참나를 찾고 깨어남 이후에도 에고는 있습니다. 에고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고는 점차 참나를 닮아갑니다.」 _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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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렘 입숨의 책 - 구병모 미니픽션
구병모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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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고작은 남의 고작과 같을까? 너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실은 그에게는 전부가 아니었을까? 이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만한 것이, 너에게도 언젠가는 생길지 모른다._116

 

 

 

 

 

 

 

화장花葬의 도시_2021

 

! 진정 기괴한 장례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장 火葬이 아니다. 화장 花葬이다. 혹시 시신을 꽃 속에 묻는 걸 상상했다면 구병모 작가를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이 경우는 일상생활 공간과 거리가 있었다 뿐, 꽃으로 덮이기 전에는 흘러내리고 녹아내린 살점마다 피어난 유충을 보게 되니 생활환경에 좋지 않다고 일부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한다._16

 

나도 소설 #소년이온다 속 시체 더미가 떠올라 순간 나도 모르게 흐읍하고 숨을 삼키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몸속에 나노 시드를 심고 사람이 죽으면 그 나노 시드는 사체를 영양분 삼아 그 사람의 생전의 모습(성품, 행위 등)을 품은 꽃이 피어난다. 살점과 유충을 걱정하며 찾은 도시의 묘지는 대부분이 색색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로 뒤덮여 있다. 사람들로부터 추앙받던 성인의 몸에서 사악한 꽃이 피어나자 그의 과거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실시했고, 리베이트를 비롯한 25건 이상의 강력범죄에 연루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착한 척하며 살아도 죽으면 다 뽀록 난다는 얘기다. 살아생전에 밝히지 못한 악행을 후에라도 밝힐 수 있다면 좋은 일일까? 그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은 급기야 우울과 좌절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 모든 짐은 남은 이들이 지게 되지 않을까? 한 도시에서 시작한 미래의 씨앗 프로젝트는 세 번의 세대가 지나기 전에 실패한다. 그 이유가 이 글의 핵심이고 반전이다. 14페이지의 단편이 이토록 강렬하고 굵직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니 놀랍다.

 

 

 

 

동사를 가질 권리_2022

 

책의 제목이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입에 붙지 않아 로뎀 입술? 로렘 잎숨? 여러 번 다시 보고 읽어 보기도 했다. 로렘은 분명 사람 이름일 거라 추측하기도 했다.

 

 

*로렘 입숨은 1500년대부터 인쇄와 조판 산업에서 레이아웃을 편집하는 데 쓰인 무작위 더미 텍스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빠르게 후루룩 읽히는 가독성 좋은 글을 쓸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어느새 스토리텔링이며 콘텐츠의 홍수 한복판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낯설게 여겨야 한다]고 믿는 구병모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그가 주로 긴 호흡으로 문장을 쓰고 스쳐가듯 읽을 때 한눈에 문장이 흡수되지 않는 글을 쓰는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동사를 가질 권리>에서 글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날아라, 오딘_2018

 

그동안 위기에 짓눌리고 상황에 중독되며 군령과 지시에 따라 많은 개체를 죽음의 길로 보내고서도 알지 못했던, 굳이 알아내지 않으려 애썼던 감각이 너를 보자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올랐고, 수없는 죽음에 얽힌 통곡과 원망과 비난이 내 귓바퀴를 할퀴었다. 나는 이 죄를 씻지 못할 것이다. 네가 온 날부터 시작된 이 환청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_89

 

 

전시 상황에 많은 동물이 총을 맞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얼마 동안 버티는지 등의 고통스런 실험에 사용되고, 일부 동물들은 훈련 과정을 거쳐 등에 폭탄을 짊어지고 적의 탱크를 폭파시키는 작전에 희생된다. 유기된 아이들로도 부족해지자 국가를 위해 가족 같은 반려동물들이 착출된다.

 

실제로 전쟁터에서 탱크 폭파 작전에 개들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참고) 이 시간에도 실험실에서 약에 취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무기력하게 죽어가고 있는 동물들이 실존한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 당신 곁에서 꼬리를 흔들며 촉촉한 눈망울로 놀자고 말하는 아이를 자폭작전에 내 손으로 내몰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상상해보라.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마지막에 화자를 바꿔놓음으로써 작가가 말하는 바가 더 오싹하고 강렬하게 전달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역시 놀랍다!

 

 

 

 

 

예술은 닫힌 문_2022

 

... 그 가운데 간혹 어떤 팀들은 목숨을 걸고’, ‘사력을 다해’, ‘이번이 아니라면 정말 죽음뿐이라는 생각으로’, ‘이걸로 진짜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같은 표현을 간단히 동원함으로써 자신의 간절함을 피력했지만, 그 죽음이 문자 그대로의 사망을 가리킨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_98

 

수많은 서바이벌 예능을 보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인구도 현저히 줄어드는데 사회문화 전반은 더욱더 서바이벌 경쟁과 승자 독식에 미쳐 돌아간다. 이런 사회에서 예술은 얼어 죽을······ 같은 마음이 든다’(109)

 

 

누가봐도 노래가 완벽하지만 감동이 없다’,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며 탈락이 되는 경연자들을 볼 때마다 본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차라리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더 노력할텐데.. 완벽한데 감동이 없다면 더이상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에도 꽤 좋은 연주와 노래를 한 첫 번째 팀은 탈락해서 구덩이로 떨어진다. 마치 죄인이 지옥에 떨어지듯. 반면 박자도 음도 어이없을 만큼 맞지 않은 세 번째 팀은 관객의 폭소를 유발하며 살아남는다. 과연 공정한가? 하루아침에 실력이 좋아질 리 없는 이 팀이 똑같은 방법으로 폭소를 유발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가에게 거슬리는 무언가는 모두 글이 되나 보다. 그냥 보아 넘기지 않기에 가능할 것이다. 거슬리는 무언가에 대한 집요하게 파고드는 생각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생각하게 하는 글이 탄생하게 하는 것이리라.

 

 

 

 

한두 작품은 조금 난해한 느낌이 있었으나, 완전히 열린 결말로 급하게 마무리하는 어떤 단편들과 달리 완성도 있고 깊이 있는 작품에 감탄했다.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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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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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입을 모아 김혜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하이텐션, 긍정, 투명’... 그리고, 어른다운 어른!

 

그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어른으로 보이지만 지금보다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자 끊임없이 묻고 통찰함으로써 자신을 다듬어 나간다. 40을 넘기면서 불혹까지는 아니더라도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다는 신독(愼獨)’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김혜민 피디의 말에 나도 40의 문턱을 넘은 나를 살피게 된다.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은 인생을 살면서 꼭 가져야 하는 초능력이다. 초능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힘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힘의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지만, 이 능력이 발휘되면 폐허가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_30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는 친절함을 선택하라영화 원더 속 어기 담임 선생님의 말._36

 

 

친절함의 위력과 중요성에 크게 공감한다. ‘친절하기 위해서는 경청하고 공감해야 하고, 너그러움을 가지고 참아주고, 마침내 도와줘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친절이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일 같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기도 함을 일깨워준다.

 

불친절한 점원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경주에 가서 밥이 애매할 때 가끔 가는 국밥&밀면집이 있었다. 아빠가 잘 아시는 분의 아들이 하는 가게인데 그 아들이란 분은 인상도 좋고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게 잘하신다. 반면 갈 때마다 손님을 구걸하러 온 거지 보듯 대하는 안주인 여러 번 우리의 기분을 언짢게 했다. 난 평화주의자이지만, 경우 없는 꼴은 또 못 보는 편이라 불쾌감을 표현했고 주방에서 사장 아저씨가 나와서 사과하신 적도 있다. 그 뒤, 또다시 도를 넘는 그 안주인의 무례함으로 우리 가족은 다시는 그 식당에 안 가기로 했다. 손님에게도, 가족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단 사실을 아직 모르는 걸 보니 그분은 괜찮지 않은 어른이다.

 

 

 

 

의미가 일의 깊이를 더해준다면, 재미는 일의 수명을 늘려준다. _45

 

결혼 생활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방은 바로 재미. _47

 

 

인생에서 재미란 참 중요한 요소다. 김혜민 피디는 전 사수였던 남편을 만나고서야 군인이었던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뭔가 부족했던 2%재미였다는 사실을 알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한다. 지금도 같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시사 이슈를 두고 토론하며 결혼 생활 10년 동안 여전히 서로를 놀리는 재미있는 부부로 살고 있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콩깍지가 씌여 무조건 다 좋은 그 감정 말고 함께 있을 때 진심에서 터져 나오는 호탕한 웃음을 나눌 상대를 찾아보시라!

 

 

 

여기 모인 라디오 피디 지망생 모두 라디오 피디가 될 수 없어요. 모두 1등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라이도 피디가 되기 위해 여러분이 준비했던 일들, 책을 보고, 글을 쓰고, 뉴스를 찾아보고, 타인의 어려움에 집중하고 공감하고, 약자를 향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들은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꿈을 꾸면 돼요. 꼭 꿈 안 이뤄도 돼요. 꼭 라디오 피디 안 해도 돼요. 괜찮아요.”_168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응원보다는 꼭 그 길만 답이 아님을, 때론 포기가 답일 수 있고,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봐도 된다는 격려와 공감이 20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 것이다.

 

 

 

김혜민 피디는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소년심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등의 드라마 속 인물들을 소환하고, 떠올리면 누구나 슬픔에 잠길만한 실제 사건 속에서 괜찮은 어른이 갖추어야 할 태도를 찾아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김혜민 피디는 그만큼 어른으로서 태도들에 대해 깊이 고민했구나 싶다. 때론 좋은 어른들에게 감동받고 자신을 돌아보았을 것이고(과연 나는?), 때론 나쁜 어른에게 실망하고 자신을 돌아봤을 것이다(설마 나도?). 나 또한 나를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스스로 나는 아직 덜 괜찮은 어른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 책 속에 어른답게 거절하고 사과하고 염치를 알고 친절을 베풀며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기품있게 복수의 마음을 다스리는 현명한 스승들이 있다. 지난날의또는 이 시대에 괜찮은 수많은 어른의 이야기가 나를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의 자리로 한 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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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임볼로 음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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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범의 아들딸이여, 우리를 해하려는 자, 각오하라. 우리의 포효를 잠재울 수 없을지어니.」



「펙스턴이 파헤치기 시작한 날부터 순수성을 잃은 우리 땅에서 오염된 농작물과 공기에 자욱한 오염물과 물에 섞여 들어간 오염물에 죽은 아이들을 기억했다.」 _13~14


코사와 마을 아래로 유전이 흐른다. 펙스턴은 정부에게서 땅을 샀고 모든 책임은 정부가 지기로 했지만 정부는 코사와 마을의 안위 따위에 관심이 없다. 산수를 제일 잘하던 왐비의 경련 같은 기침과 죽음, 그 뒤로 이어진 친구들의 죽음을 보고서 아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겁에 질린 채로 일어나고, 온종일 두려움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에 진저리가 났다.」 _19

펙스턴의 대표단이 내뱉는 속 빈 강정같은 말들에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한번 실망하고 무력감에 빠지는 모습에 화가 났다. 그 큰 유전회사가 아이들이 마실 생수만 지원해주는 일도 할 수 없다니, 어떤 안정 장비도 없이 종일 고사리손으로 코발트를 채굴하는 콩고의 아이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마을의 광인으로 알려진 콩가가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고 대장(텍스턴 대표)에게 소리치고 노란 가래침을 대장의 발 앞에 뱉었다. 한때는 뭐든 잘하는 미남으로 마을에서 촉망받던 남자였던 콩가는 어느 날 들리기 시작한 목소리 때문에 광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대장의 운전기사를 숨기고 차키를 빼앗아 들고 와선 대표단을 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고상한 척하던 대장이 새된 소리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고소했지만, 족장이 군인들이 들이닥쳐 모두를 죽일 것이라는 말을 하자 다들 위축되어 콩가를 말리기 시작했다. 광인에게 손을 대면 저주를 받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함부로 콩가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사람들은 콩가의 몸에 신령이 깃들어 저들과 싸우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왐비의 아버지 루사카는 저들을 포로로 잡고 펙스턴과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빠는 나중에 어른이 되거든 어린 시절을, 내가 너무나도 작고 약해서 보호가 필요했던 기분을 잊지 말라고 했다. 자기 역시 한때는 어린아이였다는 사실을 잊은 사람들이 세상의 많은 고통을 야기한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아빠를,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빠를 잃은 상실감을 과연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_48



툴라의 동생 주바가 무당 자카니의 도움으로 죽음의 기로에서 돌아서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족들의 마음이 되어 함께 기도했다. 주바는 살아났지만, 툴라의 아빠는 더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며 누가 봐도 덫인 듯한 그곳, 베잠으로 떠났다. 아빠를 기다리는 열흘이 얼마나 긴지 묘사하는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이번엔 툴라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그 시간을 힘들게 버텨야 했다. 스무날이 지나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고 정부에서 일하는 우자베키의 아들 고노는 그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엄마는 조산하고 아기는 죽었다. 툴라는 복수를 다짐했다.




툴라의 삼촌, 실종된 말라보의 동생 봉고는 일이 이렇게 되고 루사카의 추천으로 지도자가 되었다. 코사와를 도와줄 몇 명의 베잠 사람 이름만을 요구했지만, 대표단은 입을 열지 않았고 한 명은 죽어가는 상황에서 봉고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그 무거운 책임감을 봉고는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일었다.


「모든 사람이 꼭 해야만 하는 일만 한다면, 아무도 자기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은 누가 하니? 형은 의무와 즐거움은 무관하다고 말했다.」_146

항상 타인의 위해 희생하던 말라보 형이 봉고에게 했던 말이다. 말라보와 같은 마음들만 모인 세상은 정말 얼마나 아름다울지 잠시 상상해 봤다. 애석하게도 세상은 그렇지 못했고, 펙스턴의 대표단 중 ‘아픈 사람’이라 불리던 사람이 기자인 자신의 조카를 소개했고 덕분에 코사와의 비극을 미국에 알릴 수 있었지만 ‘아픈 사람’은 결국 죽어버렸고, 코사와에 학살이 일어났다.


코사와의 이야기가 미국에 전해지고 복원 운동 단체가 힘을 쓴 탓에 펙스턴으로부터 얼마간의 보상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들이 코사와를 방문하고 떠나는 길에 여인들과 소녀들이 입을 모아 노래했고 가슴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와 나의 눈시울도 붉혔다.

「우리의 이야기는 반드시 전해져야 해. 모두에게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닐지언정, 말하는 사람의 입을 기쁘게 하는 이야기는 아닐지언정, 우리의 이야기는 반드시 전해져야 해.」 _189




툴라는 남달랐다. 그녀는 복원 운동 단체 사람을 통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코사와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고향에 남겨진 동기들과 편지로 서로의 용기를 북돋우며 펙스턴에 대항하고, 정부에 저항하기 위해 사랑도 뒤로 하고 남은 삶을 바친다. 혁명을 꿈꾸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 소설은 소설답지 않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수 있는, 그렇기에 주먹을 불끈불끈 쥐게 된다. 표범의 피가 흐르는 코사와의 사람들, 그들은 아름다웠다.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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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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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솔직히 저는 지난 제 삶에 아쉬움이 참 많아요. 어릴 때 책을 더 많이 읽지 못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매달려 보는 욕심을 내지 못한 것, 변화와 모험을 피하고 안전한 길만 선택해왔던 것들 같은 것들이죠.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DNA MIX 기계 앞에 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으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열정을 잘 다스리기만 한다면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겠다고 느꼈거든요. 더글러스 허버드가 DNA MIX 기계와 상관없이 어느 날 문득 잠자고 있던 트롬본에 대한 열정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면서 경험하는 행복감과 충만감을 누군가는 DNA MIX 기계의 결과지를 통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테스트 결과가 지금이 자기 모습 그대로 나오거나 한 학생처럼 ‘접착제’ 같은 게 나온다면 다소 의기소침해질 순 있겠지만요.

미국 남부에 위치한 디어필드라는 작은 마을, 식료품 가게에 DNA MIX 기계가 들어오면서 단조롭던 사람들이 일상이 바뀌기 시작해요. 볼 안쪽을 면봉으로 문지른 뒤 글자가 적힌 구멍 안으로 넣으면 곧 결과지가 나와요.

「더글러스 앨런 허버드. 눈 색은 갈색. 머리색도 갈색. 가능한 신장은 188센티미터. 가능한 체중 88킬로그램. 가능한 자녀 수 없음. 가능한 신분 ‘휘파람 부는 교사’」

이런 식으로 말이죠. 마술사, 인형 조종사, 제빵사, 왕족, 수영 국가 대표, 연인, 카우보이, 투수 등의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은 당장 자기 신분에 맞는 옷을 주문하러 옷가게를 찾고 수영장을 만들고, 엄청난 습도와 더위 속에서 거구의 몸으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요, 타인의 반응과 상관없이 여자들이 자기에게 빠질 거라는 자신감에 휩싸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인기도 없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학생들이 이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현재 자기 모습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니 더욱 결과를 맹신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걱정스러워하는 고등학교 교사 더글러스는 갑자기 달라진 아내 셰릴린의 차에서 발견한 아내의 이름이 적힌 푸른 종이에서 ‘가능한 신분 왕족’을 발견해요. 둘은 제가 부러울 정도로 소문난 잉꼬부부예요. 그런 그들 사이가 ‘왕족’이라는 결과 하나로 인해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해요.

더글러스의 학교 학생 제이컵은 쌍둥이 형 토비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예요. 운동선수에 잘 웃고 밝은 성격의 그야말로 인기남이었던 토비와 달리 제이컵은 포켓몬 마니아인 소극적인 아이였지만 둘은 더없이 좋은 친구이자 형제였어요. 토비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가 사고가 나던 날 옆에 있어 주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제이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음주운전 사고로 죽은 줄 알았는데 토비의 전 여친이었던 음침한 분위기의 트리나가 제이컵에게 형의 사고의 책임이 그 친구들에게 있다고 말하면서 접근해요. ‘복수’를 꾸미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제이컵을 끌어들이려고 하죠.

트리나의 외삼촌이자 카톨릭 제단 고등학교의 신부인 피트는 마을 사람 모두의 고민을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신앙심도 배려심도 유머러스함까지 나무랄데 없는 피트는 트리나의 불안전한 환경을 걱정하고 살피는데요.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은 제이컵의 아버지 행크 리슈 시장과 교사 더글러스와 즐거운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남의 집 창문에서 기어나오는 트리나를 보지만 못 본체 해요.

책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비극을 가지고 있어요. 셰릴린만을 짝사랑한 듀스의 입장에선 단 한번도 그녀에게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것이 엄청난 비극이죠. 아내와 아들을 연달아 잃은 행크, 쌍둥이 형제를 잃고도 슬픔 속에 홀로 방치된 제이컵,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살고 있지만 단조로운 자신의 삶이 왠지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셰릴린, 트리나의 삶은 어디부터 비극이 시작된 것인지 찾아야 할 만큼 아프기도 해요. 그럼에도 이 책은 희망과 사랑과 소통과 꿈을 이야기하고 있어 매력적인 소설이에요. 월시의 전작 『마이 선샤인 어웨이』를 꼭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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