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 가장 비싼 시나리오 작가 95명의 노하우와 실전연습
마딕 마틴 외 지음, 셰리 엘리스 외 엮음, 안희정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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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평단 모집글에서 인기 드라마 대본집이 보인다. #나의아저씨 대본집과 #그해우리는 대본집 서평단에 응모했다가 시원하게 미끄러지기도 했다. 내가 울고 웃으며, 설레고 심쿵하며 보았던 드라마가 배우의 입과 행동으로 표현되어 카메라에 담기기 전의 모습이 궁금했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나오는 파트는 인물들 각각의 지문이 있을지, 아니면 베테랑 배우들이 상황에 맞게 알아서 연기하는 건지 알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내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된 기분이다.


95명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소재, 초고, 구조, 주제, 장면, 인물, 주인공, 고쳐쓰기, 계약하기 아홉 가지 항목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와 실전연습 방법을 짧게 소개하고 있어 실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에게 꽤 매력적인 책일 것이다. 


<앨런 와트> _이야기는 이미 당신 안에 있다.

“글쓰기는 우리가 삶에서 미처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를 전개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 _19쪽 

그래서 진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이야기에 대한 ‘생각’, ‘두려움’을 떨쳐내는 실전 연습법을 소개한다. 


<크리스티나 M. 킴> _조사를 통해 소재를 확장하자.

해상구조대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를 위해 수많은 책과 영화, 인터넷 검색으로 해상구조 훈련과 기본 지식에 관한 기초를 쌓았지만, 진실하게 쓸 수 있다는 느낌이 오지 않았던 킴은 해상 구조대원인 그레그를 따라다니며 진짜 그들의 일과, 언어, 경험담들을 보고 듣게 된다.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워 보여서 뭔지 모를 열정 같은 게 샘솟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윌리엄 M. 에이커스는 초고를 쓸 때 개요 작성이 고역이고, ‘마음껏 창작하고 싶은 자유는 레이저프린터로 뽑은 말끔한 개요를 마주하는 순간 원자 크기로 산산조각 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마이클 아자퀴는 ‘시나리오를 끝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바로 집필 전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라는 상반되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작가들이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입을 모아 ‘작법서의 부정적인 면’을 지적한다. 작법서에 나오는 공식대로 따라 쓰면 판에 박힌 그저그런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피터 그리브스>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나는 시나리오 쓰기 교사들을 절대적으로 혐오하는데, 그들 대다수가 가짜 약장수처럼 보여서다... 이런 멍청이들 때문에 영화 시나리오의 취향과 결이 마치 공장에서 만든 슬라이스 치즈처럼 똑같아지고 균일해지고 있다.” _318쪽


피터 그리브스는 대사에서 상투적 단어들을 걷어내기 위한 실전 연습으로 최고의 동의어 사전과 비속어 사전도 함께 구비하고 상상력을 붙드는 대사를 만들라고 말한다. 


<T. J. 린치> _서브텍스트는 맥락 속에서 이해된다.

대사는 자연스럽게 들려야하면서 정보도 전달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데, 해설을 위장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서브텍스트’라고 한다. 서브텍스트는 텍스트 밑에 잇는 것, 누군가의 말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뜻을 말한다. 말로 “나는 지금 불안해”라고 하는 것보다,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등의 행동이 인물의 초조함을 더 강조해주는 것 처럼.


마지막으로 <미셸 월러스타인>이 남긴 글은 완성된 시나리오는 들고 갈팡질팡 하는 새내기 작가들에게 큰 용기와 위로가 될 것 같다. 


“에이전트를 찾아내 도움을 받는 비결은 당신이 그들을 찾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그들도 당신을 찾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다.”_467쪽


장편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 긴 스토리를 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장면과 장면, 사건과 사건을 개연성 있게 이어나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는 자연스러운 톤의 대사, 또 대사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의 분위기까지 고려해야 하며 인물들의 동작, 표정 하나까지 그리듯 써야 하는, 소설과는 또 완전히 다른 형식의 글쓰기였다. ‘시나리오’가 완성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너무 많은 작가의 글을 싣다 보니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음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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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 편 가르기 시대 휘둘리지 않는 유권자를 위한 정당정치 안내서
에즈라 클라인 지음, 황성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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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믿는 사실은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_p134


#우리는왜서로를미워하는가

#에즈라클라인 지음 #황성연 옮김

#윌북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있을 수 없듯이 정치에서 완전히 옳거나 완전히 틀린 정당도 존재할 수 없다. 듣는 귀와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고이 모셔두고 시끄러운 입만 달고 나와서 하는 정치 토론들에 염증을 느낀다. ‘나의 의견만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식의 싸움판으로만 보이는 정치 이야기는 이제 신물이 나고, 내 잘못은 슬쩍 뒤로 감추고 “쟤가 먼저 그랬어!”라고 우기는 아이들 싸움처럼 답답하다. 


한때는 정치인들이 하는 말들을 귀담아듣고, 그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과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한 적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이중성에 놀라고, 정신적 나약함에 실망하고, 본의 아님을 알지만 내로남불 하게 되는 모습들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충격적이었고(많은 이들이 예상했었으나 믿고 싶지 않음) 산적한 나라 현안들보다 자축 쇼에 열을 올리는 그의 얼굴이 보기 싫어 뉴스를 멀리 했다. 이 책은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당파성(지지하는 당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아니라 반대하는 당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기인하는 당파적 행동)’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했다. 미국은 지금 이 부정적인 당파성에 빠져있고 그것은 양극화를 부추기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미국은 빨강과 파랑으로 나뉘었고, 부유한 백인과 비백인으로, 기독교와 나머지 종교들과 무교로, 시골과 일구가 밀집한 도심로 분열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분열은 존재했으나 그 양상이 달라지고 깊어져 정치적 정체성은 ‘메가 정체성’이 되었으며 여러 정체성들이 하나로 통합되어 한 가지 정체성에 위협이 가해질 때, 모든 영역의 정체성이 활성화되어 반응하게 되었다. 예전에 미식축구는 민주당원도 공화당원도 다 같이 좋아하는 스포츠였으나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기 시작한 일)의 그 행동 이후로 미식 축구에 대한 사랑도 정치적으로 양극화되기 시작한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언론과 쇼설 미디어이다. 시골에 사는 백인 노인들은 하루종일 폭스 뉴스만 보고 그것만이 옳은 정보라 믿는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우리나라 아랫지방 시골 어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이다. 디지털 학자 제이넵 투펙치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과격화를 부추기는지 추적한 결과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단순히 과격화 엔진이 아니라 정체성 엔진임을 보여준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것은 그들의 정체성이 되며 무엇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더 잘 조직된다.  


2017년 실시한 정치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아주 많은 글을 접하면 반대 집단에 대한 글도 읽게 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없어서 커지는 고정관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VS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틀렸다는 말을 듣는 것은 반성이 아닌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반대되는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정치적 양극화를 악화할 수 있다.”는 두 가설을 시험했다. 결론은 비관론자들의 승리였고 한 달 동안 통로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인기 있고 권위 있는 목소리에 노출된 결과 양극화는 증가했다. 다시 말해, 공화당원들은 더 보수적이 되었고, 민주당원은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지만, 더 진보적으로 되었다는 말이다. 


에즈라 클라인은 미국 정치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의 배경과 원인, 그 과정을 여러 사례와 논문, 리서치 결과를 통해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미국의 양극화는 동기, 기술, 정체성, 정치 기관들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의 논리적 결과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양극화를 벗어날 것인가? 클라인은 그런 방법은 없고 양극화 속에서도 기능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내폭(정치적 재난에서 정부의 운영이 경색되지 않도록), 민주화(승자 독식의 선거와 달리 제 3의 정당이 생존할 수 있게 등), 균형을 이야기한다. 클라인이 말한 ‘정체성 마음챙김’은 꽤 흥미롭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들이 있고, 어떤 것은 거대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라는 말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남성과 여성의 분열, 두 정당의 분열, 노동자와 기업의 분열 끝없이 분열해가고 있는 사회안에 있는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나의 정체성에 반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인식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자신의 탈양극화가 이뤄지면 각 정체성 간의 양극화의 간격이 좁혀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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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 세계를 하나로 뭉치게 한 우크라이나의 영웅
앤드루 L. 어번.크리스 맥레오드 지음, 오세원 옮김 / 알파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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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_p133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특별군사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내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민간인 대학살의 참상에 치를 떨고 있던 날, 우크라이나 국민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피할 안전한 통로를 제공했으나 그는 “난 탄약이 필요해요. 탈출 수단이 아니라!”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남았다. 12차례의 암살 시도가 있었고, 400여 명의 러시아 용병이 가족을 노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지금까지 키이우에 남아 함께 싸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올렉산드로비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대인 부모님을 둔 배우겸 코미디언 출신이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16세에 토플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법학과를 졸업한 지식인이다. 1977년 연극에 매력을 느껴 ‘크바르탈95’라는 공연자들의 모임을 결성해 점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국민의 일꾼>이라는 정치 풍자 드라마에서 골로보로드코라는 역사 교사역을 맡았는데 그 교사가 내뱉은 분노의 장광설이 이슈가 되었고(실제 극에서 그 교사가 대통령이 됨.) 젤렌스키 정치 입문의 발판이 됐다고 한다. 


“정말 지긋지긋해! 난 이게 끝이야! 수학은... 과학이야! 그리고 역사는 제길! 우리는 놀라지. 왜 우리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으면 똑같은 실수를 하는 거지? 왜냐하면 그들은..... 수학자들이기 때문이야. 그들이 아는 것은 자신의 부를 나누고, 더하고, 곱하는 것밖에 없어!” _ p171

(<국민의 일꾼>에서 역사 교사 골로보로드코 대사 일부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서 서방 세계, 특히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나치화 되어간다, 나치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우며 전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푸틴은 언론을 장악해 가짜 뉴스와 자신들의 침략과 학살 행위를 숨기려 한다. 나치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을 은폐하고 국민들에게 거짓 증거들로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51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잔인함과 교활함을 폭로하고 있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크렘린이 장악한 모스크바 TV 프로그램만 맹신하는 일부 러시아인들을 제외한 전 세계인이 보고 있고 그들도 자신의 편이 악하다는 것을 언젠가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날이 올 것이다.  


모두가 휴전 기간으로 생각하던 2022년 3월 9일, 러시아는 마리우폴 어린이와 산부인과 병원을 공습했고, 우크라이나 난민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 중이던 미국 기자와 폭스 뉴스 기자 2명을 살해했다.(현지 시작 23일, 우크라이나 종군 기자가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되어 총 6명의 언론인이 희생됨.) 책에서는 3월 8일까지 사망 474명, 부상 861명의 사상자가 집계되었다고 나와 있으나 5월 11일 유엔 발표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3천 300여 명(그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마리우폴 공습으로 많은 어린이들의 죽고 다치게 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에 우쿠라이나 상공 비행금지구역 선포를 요구했으나 그것이 몰고 올 후폭풍을 염려한 나토는 받아들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수많은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가 무기와 구조품 등을 지원하고 있고, 290여 개의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 국민은 집에 돌아갈 수 없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아야 하고 수시로 아빠, 아들, 남편이 죽어가는 모습을 때론 무섭게 펑펑 터지는 폭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생명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저자가 혼잣말처럼 던진 “전쟁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여러 장면이 그려졌다. 전쟁이 끝난 것에 환호하는 남은 사람들,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 잔해더미 속에 갇혀버린 시신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작은 신발, 탄환의 조각들... 가장 크게 자리할 허무함. 어떤 명분이 수많은 생명보다 가치 있을까? 푸틴과 연관된 주요 경제인, 부유한 러시아인들을 ‘올리가르히’라고 부른다. 각국으로 빠져나간 그들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가해 푸틴으로부터 끊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역부족이다. 러시아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어야 할 것이다. 


“러시아 점령자들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죽이고 있다. 의식적이고 냉소적으로.” 

“러시아 어머니들에게 전해주세요. 그녀들의 아들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부명히 알려주세요. 당신들의 남편, 형제, 동포들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_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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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회복력 - 건강한 나와 연결하는 힘
야스민 카르발하이로 지음, 한윤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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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추고, 휴식하고,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능력은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_p69

 

 

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당사자가 개인 또는 집단 상담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자기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지 못한 심리적 갈등이나 트라우마를 가진 심리상담사는 그것과 유사한 문제를 가진 내담자를 만날 경우, 평정심을 잃고 감정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해 볼 때, 심리적 어려움을 잘 극복해낸 상담사라면 자기와 같은 문제를 가진 내담자를 대할 때, 이론적으로만 배운 상담사보다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자기 회복력의 저자 야스민 카르발하이로는 학업, 외모, , 친구, 연애에 걸친 모든 면에서 무결점의 완벽한 삶을 살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공황발작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공황발작 증상의 원인이 심리적인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결국 일반적인 불안장애로까지 이어진다. 뒤늦게 일반 심리치료와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통해 타고난 성격을 바꾸고 사고와 행동을 재정비한 뒤 타인과 동행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 심리치료사가 된다. 저자는 이 불청객 같은 공황발작을 수호천사라고 다정하게 부르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내 마음에 불안을 흘려 넣은 공황발작이 없었더라면, 예전에 그랬듯 난 지금까지도 나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도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그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었을 것이다.”_p13

 

저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타인 앞에서 특정한 모습을 연기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이자, 나의 인격 안에 존재하는 단편적인 부분을 퍼포먼스-라 부르는데, 이는 성과, 목표 달성, 통제, 현 상태의 최적화에 관한드라이브(drive)자신의 본모습 대신 타인이 바라거나 원할거라 예상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인 패닉(panic)이라는 두 가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 두 시스템이 계속 활성화되어 있으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서 더 좋은 성과, 발전에 집착하고 타인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려 노력하는 퍼포먼스-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고 결국 퍼포먼스-에 빠지고 만다. 이 덫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케어(care)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잠시 멈추고 생각하면서 를 위한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내는 것) ‘접촉된-와 연결되어야 한다.

진짜 나를 알아보는 자가 테스트’(50문항)를 통해서 나의 상태를 평가해볼 수 있는데, 나는 117점을 받아 때때로 퍼모먼스-나에 이끌려 갈 수 있으니 기쁜 마음으로 연습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또 다소 성실한 나는 해 보기로 한다.

 

자기 회복력 프로그램은 그라운딩(GROUNDING: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의 안정 찾기)/ 디톡싱(DETOXING: 가짜 나를 흘려보내고 진짜 나와 접촉하기)/ 러빙(LOVING: 습관이 아닌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기)/ 본딩(BONDING: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심잡기)/ 바운딩(BOUNDING: 나만의 적정 거리 찾기)/ 그로잉(GROWING: 진짜 나로 도약하기)의 총 6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딱히 이 6단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 번 아웃 상태인 사람, 우울증, 낮은 자존감, 지나친 완벽주의로 괴로운 사람 등에게 굉장히 유용한 프로그램임 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 치료사와 만나 상담을 진행할 때 이야기다.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혼자 프로그램을 따라가고 훈련하고 연습하기에는 내용이 복잡하고 덜 구체적으로 보인다.

 

이전에 나는 아동발달센터에서 일했었다. 매 시간마다 10분 부모 상담을 하며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극들을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가시지만, 다음 상담 시간에 여쭤보면 실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명을 들을 땐 이해되지만 막상 혼자 그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말하고 대처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해서 자기 스스로 6단계를 따라 연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 주변을 신경쓰며 보여지는 나를 만들어가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으로, 신체 치료, 마음챙김 코칭에 대한 정보를 얻어 치료사를 찾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로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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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부터 아이까지 - 가족을 만들어가는 숙제에 관하여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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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을 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을 벤다이어그램으로 표현했다.
'부부가 원의 중심이 되어 나머지 가족들과 적절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저자는 부부가 중심에 있지 않고 아이나, 부모가 중심이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부부 사이가 좋고 안정되면 아이들도 (기질적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안정적으로 잘 자라고 가정에 어떤 문제가 닥쳐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있으니 가족에 있어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단 말에 공감한다.

"시댁이나 친정에 어떠한 일이 생겨도 남편은 여전히 무조건 내 편이다." _23쪽

무조건 아내편인 남편? 내 남편으로선 좋곘으나 아들 셋 엄마 입장에서 조금은 아프게 들리는 말이다. 아들 셋 엄마가 아니더라도 다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은 언제나 아내가 옳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주고 보듬에 주되 아닌 것은 바로 잡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생각이다.

저자 부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은 마음에 출산을 미루다가 시험관 시술을 통해 쌍둥이를 낳는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간단한 일처럼 들리지만 말할 수 없는 힘든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일이다. 저자의 전작 <나는 난임이다>에서 그 과정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 35세부터 여성이 생리학적 나이는 고령임신에 해당한다.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대부분 결혼하자 마자 출산을 해야하고 자연스럽게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저자는 그래서 좀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경제적 준비가 될 때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냉동 난자, 냉동 배아를 제안한다.

어렵게 얻은 쌍둥이를 베이비시터 손에 맡기면서 생긴 에피소드들, 할배 같은 아저씨에게 "할머니? 엄마? 할머니?" 소리를 들으며 분노하기 보단 아이들이 들을까 두려워했던 이야기, 너무 다른 두 아이를 동시에 키우며 당황스러웠던 경험 등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에 웃음이 난다.

특히 이 집 첫쨰와 둘째는 어쩜 우리집 첫쨰, 둘째와 이리도 닮았단 말인가!

아이의 어떤 행동에 화가 날 때, 감정과 상황을 분리하는 연습은 나도 늘 시도하던 바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늘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남편이 있었기에 저자는 좀 더 빨리 그 방법을 터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들 셋을 키우며 제법 많이 안다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놓치고 있던 것을 하나 배웠다.

진정으로 도와준다는 것은 내 마음이 편하고 싶은 이기심을 이타심으로 위장한 것이 아닌가!

아이가 숙제를 못해가서 혼날까봐, 그러면 내가 속상한 아이를 봐야하고내가 개념없는 부모가 되니까 그걸 피하고자 미리 하게 하고, 잔소리하는 것은 아닌가? 뜨끔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고민을 하고 있는 분,
가족 관계에서 자꾸 삐걱대는 소음이 발생하고 계신 분들이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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