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 세계를 하나로 뭉치게 한 우크라이나의 영웅
앤드루 L. 어번.크리스 맥레오드 지음, 오세원 옮김 / 알파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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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_p133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특별군사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내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민간인 대학살의 참상에 치를 떨고 있던 날, 우크라이나 국민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피할 안전한 통로를 제공했으나 그는 “난 탄약이 필요해요. 탈출 수단이 아니라!”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남았다. 12차례의 암살 시도가 있었고, 400여 명의 러시아 용병이 가족을 노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지금까지 키이우에 남아 함께 싸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올렉산드로비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대인 부모님을 둔 배우겸 코미디언 출신이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16세에 토플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법학과를 졸업한 지식인이다. 1977년 연극에 매력을 느껴 ‘크바르탈95’라는 공연자들의 모임을 결성해 점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국민의 일꾼>이라는 정치 풍자 드라마에서 골로보로드코라는 역사 교사역을 맡았는데 그 교사가 내뱉은 분노의 장광설이 이슈가 되었고(실제 극에서 그 교사가 대통령이 됨.) 젤렌스키 정치 입문의 발판이 됐다고 한다. 


“정말 지긋지긋해! 난 이게 끝이야! 수학은... 과학이야! 그리고 역사는 제길! 우리는 놀라지. 왜 우리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으면 똑같은 실수를 하는 거지? 왜냐하면 그들은..... 수학자들이기 때문이야. 그들이 아는 것은 자신의 부를 나누고, 더하고, 곱하는 것밖에 없어!” _ p171

(<국민의 일꾼>에서 역사 교사 골로보로드코 대사 일부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서 서방 세계, 특히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나치화 되어간다, 나치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우며 전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푸틴은 언론을 장악해 가짜 뉴스와 자신들의 침략과 학살 행위를 숨기려 한다. 나치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을 은폐하고 국민들에게 거짓 증거들로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51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잔인함과 교활함을 폭로하고 있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크렘린이 장악한 모스크바 TV 프로그램만 맹신하는 일부 러시아인들을 제외한 전 세계인이 보고 있고 그들도 자신의 편이 악하다는 것을 언젠가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날이 올 것이다.  


모두가 휴전 기간으로 생각하던 2022년 3월 9일, 러시아는 마리우폴 어린이와 산부인과 병원을 공습했고, 우크라이나 난민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 중이던 미국 기자와 폭스 뉴스 기자 2명을 살해했다.(현지 시작 23일, 우크라이나 종군 기자가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되어 총 6명의 언론인이 희생됨.) 책에서는 3월 8일까지 사망 474명, 부상 861명의 사상자가 집계되었다고 나와 있으나 5월 11일 유엔 발표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3천 300여 명(그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마리우폴 공습으로 많은 어린이들의 죽고 다치게 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에 우쿠라이나 상공 비행금지구역 선포를 요구했으나 그것이 몰고 올 후폭풍을 염려한 나토는 받아들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수많은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가 무기와 구조품 등을 지원하고 있고, 290여 개의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 국민은 집에 돌아갈 수 없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아야 하고 수시로 아빠, 아들, 남편이 죽어가는 모습을 때론 무섭게 펑펑 터지는 폭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생명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저자가 혼잣말처럼 던진 “전쟁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여러 장면이 그려졌다. 전쟁이 끝난 것에 환호하는 남은 사람들,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 잔해더미 속에 갇혀버린 시신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작은 신발, 탄환의 조각들... 가장 크게 자리할 허무함. 어떤 명분이 수많은 생명보다 가치 있을까? 푸틴과 연관된 주요 경제인, 부유한 러시아인들을 ‘올리가르히’라고 부른다. 각국으로 빠져나간 그들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가해 푸틴으로부터 끊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역부족이다. 러시아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어야 할 것이다. 


“러시아 점령자들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죽이고 있다. 의식적이고 냉소적으로.” 

“러시아 어머니들에게 전해주세요. 그녀들의 아들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부명히 알려주세요. 당신들의 남편, 형제, 동포들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_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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