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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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도 감옥에 간다. 특히 정통성이 없어 독재에 의존하는 정권일수록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가둔다... 그러나 의인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체를 가둔다 하더라도 영혼은 자유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_<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일부.

 

 

 

이 문장을 보는데 최근 우리 정부가 보여준 세 건의(내가 아는바) ‘입틀막 사건이 떠오른다. 상담심리 기법이기도 한 경청하기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현 정부 덕분에 더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세계사 는 그가 10년 동안 정성들여 써온 칼럼을 엮은 것이다. 칼럼을 쓸 때, ‘발행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민주 시민의 덕성을 함양해야 한다는 스스로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쓰기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이 글에서 충분히 느껴졌다. 신문 칼럼이었기에 한 내용을 깊이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인물, 사건, 문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맛볼 수 있어 즐겁다. 특히 칼럼의 끝에 짤막하게 던지는 결정적 한마디 한마디가 내 속말을 대신 뱉어주는 듯 시원했다(사진 참조).

 

 

 




 

 

<루비콘 강을 건넜다> _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가 세력을 확장할 무렵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올 때 로마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무장을 해제하고 루비콘강을 건너게 되어있었다. 역사가 수에토니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카이사르가 루비콘강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

 

용모가 고상하고 눈빛이 수려한 한 사람이 나타나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로 군인들이 모여들었는데, 그중에는 나팔수도 있었다. 그가 갑자기 나팔을 빼앗아 들고는 진격의 나팔소리를 울리며 강의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카이사르가 신의 전조와 적의 불법 행위가 우리를 부르는 곳으로 가자.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다소 뻔한 표현 대신 루비콘강을 건넜다라는 표현을 써먹어야겠다.

 

 

 

 

<독재의 말로> _빅토르 하나

 

오늘 새벽까지 <독일인의 전쟁 1939-1945>를 붙들고 씨름했기 때문에 독재의 말로라는 제목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지극히 사랑했던 빅토르 하라는 <아만다,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노래로 어머니를 추모했고, 그 마음으로 민중을 사랑했다.

 

 

그는 칠레 민속 음악을 현대 칠레인의 삶에 접목시킨 비올레타 파라의 영향을 받으며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운동)’이 물결치게 만들었다._38

 

 

연극 연출가, 교사, 독재 타도를 부르짖는 운동가였던 그는 살바도르 아옌데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당 대통령이 되는데 일조했는데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 반군에 의해 사살됐다. 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고 미국에게도 외면당했다. 갑작스런 피토체트의 죽음으로 그 죄를 묻지 못했지만 독재자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칠레 사법부의 의지에 따라 독재 아래서 자행된 고문과 살해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4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하나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아직 책임을 물어야 할 지난 숙제들이 많다. 칠레 사법부가 단호하게 독재에 대한 죄를 묻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어쩐지 많이 부러웠다.

 

 

 

<로마인들의 작명법 1>

 

로마 역사서 속 이름들은 낯설고 길어 따라 읽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어떤 방식으로 이름 짓는지 굳이~ 우리가 알 필요는 없지만, 뭐든 알아두면 또 언젠가 쓸 일이 있는 법! 로마에서는 삼명법이란 작명법을 만들었다. 프라이노멘이라 불리는 이름’+ 노멘이라 불리는 씨족’, ‘대가족’+ 그 사람의 특성, 습관, 출신지 등을 알려주는 코그노멘으로 이름이 지어진다. 예를 들면,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이름은 율리우스 가문의 가이우스라는 사람이 훗날 카이사르(권력자,황제)’라는 코그노멘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분홍색 셔츠의 날>

 

2007년 캐나다에서 작은 마을의 한 학교 중3 학생 제이드리언 코타가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급생 데이비드 셰퍼드와 트래비스 프라이스가 분홍색 셔츠 50장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했고 이 일을 알게 된 주지사 로드니 맥도널드가 9월의 둘째 목요일을 교실 폭력에 맞서 일어서는 날로 지정했다. 이 일은 점점 퍼져나갔고 2012년에는 국제연합이 54일을 교실 폭력에 맞서는 날로 공식적으로 지정했으며 지금은 캐나다는 물론 영국,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레바논과 같은 나라에서 이날 분홍색 셔츠를 입고 교실 폭력이나 왕따에 맞서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조한욱 교수님은 제안처럼 학교 폭력의 수위가 점점 심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좋은 캠페인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알퐁스 도데>의 반전 있는 인간성에 놀랐고, <미국이 놓치는 것>을 통해 지적한 의료 민영화의 문제점(의료 민영화를 호시탐탐 노리는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함)에 공감했다. <냉전과 4.3>은 너무 오랫동안 묻혀 있던 제주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게 했다. 미국은 자유와 반공을 같은 선상에 놓고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 지나치게 간섭했다.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소소한 세계사 속에는 제법 커다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릴 땐 참 재미없었던 역사가 나이 들수록 재미있어지고, 과거에서 새롭게 배우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역사가 왜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교유당서포터즈 로 도서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소소한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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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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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독일인의전쟁1939-1945

#니콜라스스타가르트 글

#김학이 옮김

#교유서가

 

 

 

나는 거의 한 달 동안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감히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고 감히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2차대전을 다룬 많은 책,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서 독일인을 가해자로 볼지 희생자로 볼지에 중점을 뒀다면 이 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했다.

 

 

독일인의 전쟁 1939-1945전쟁의 증인들: 나치 치하 어린이들의 삶을 발간하여 나치즘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저자가 독일인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생각으로 그토록 큰 희생과 헌신으로 최후까지 버텼는지에 대해 넓고 깊게 연구하고 탐구한 결과물이다. 넓게는 정보원들이 보고서에 기록한 당시 사람들의 길거리 대화 내용, 독일군 편지를 랜덤으로 검사한 검열관들의 보고서를 참고했고, 깊게는 사회적 출신이 다양한 사람 표본 중에서 특정 개인들을 선택해 오랜 기간 그들의 사적인 희망과 계획이 전쟁 경험의 변화와 어떻게 얽히는지 추적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며 놀랍다.

 

 

 

책의 앞부분에 <편지와 일기의 주요 주인공>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운이 좋게 그 처참하고 혹독한 5년을 버텨내고 다른 누군가는 편지와 일기 속에만 남기도 한다. 한 인물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식이 아니라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등장하고 사라지곤 한다. 이고호 편집자는 편집자의 편지에서 소개하고 싶다던 인물, 수용소 전쟁포로 식사 담당관으로 어떻게든 재소자들에게 두 끼를 먹이려 노력하고 한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어를 배우며 그 언어를 애정했던 야라우쉬는 내 마음에도 묵직하게 자리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을 숨겨주고 생존하게 돕는 시골학교 교사 출신의 나치 장교 빌름 호젠펠트의 이야기도 폭력과 살인과 잔악무도함이 난무하는 전쟁 속에서 굳어가던 심장을 잠시나마 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유난히 꼴보기 싫은 인물은 베를린의 사진 저널리스트인 리젤로테 푸르퍼였다. 우월감에 가득 차 있는 말과 행동, 편법으로 검문을 통과해 고작 한다는 게 불법 쇼핑이었다. 식민 사업(-게르만화-독일인이 이주해오도록 공간을 비우기 위한 강제 이주)이란 명목하에 겨울에 음식과 물, 옷도 갖추지 못하고 추방된 폴란드인(많은 사람이 유대인) 중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화물칸에서 동사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쇼핑에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다니!

 

 

 

독일인의 전쟁을 시작한 건 분명 독일 나치였다. 단치이 나치 지구당위원장은 본국의 지시에 따라 폴란드 내 독일인 도시인 중립 자유도시단치히 주민들이 폭력을 겪고 있고 폴란드 정부에 의해 식량 공급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언론 공작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급기야 친위대 경찰대에게 폴란드 군복을 입혀 글라이비츠의 라디오 방송 기지를 공격하도록 해 독일은 폴란드의 선공에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19399월 전쟁을 시작했다.

 

 

 

나치는 독일은 평화를 원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이 평화 제안을 거부했다며 책임을 영국에게 돌렸다. 프라이부르크를 디종으로 착각한 독일 비행기가 폭탄을 투하한 것을 프랑스에 뒤집어씌우고 독일인들은 분노했다. 영화뉴스를 통해 독일 영웅화,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 선전과 언론플레이는 대단했고 전쟁을 원하지 않던 독일인들은 승리를 맛보면서 각성제를 투여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학살... 소련군이 독일군에게, 독일군과 친위대, 인민돌격대가 소련군과 유대인에게 가하는 잔인한 폭력, 강간, 살인. 전쟁은 말할 수 없이 끔찍하다.

 

 

그 수나 방식은 익히 들어 아는 것 외에도 다양했고 참담했다. 처음에 독일인들은 유대인 학살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영국의 폭격으로 쾰른-루르 에센-함부르크에 이어 베를린까지 이어지자 이를 자기들이 폴란드에서 저질렀던 일, 유대인에게 가했던 일에 대한 유대인의 복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치가 주장하고 실행한 유대인 절멸에 묵인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유대인에 대한 죄책감은 미안함보다 공포감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패배하면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행했던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행할 것이라는 히틀러의 주문이 독일 국민의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기 딸이 강간당하는 걸 피하게 하려고 다른 아이 숨은 곳을 가리키는 엄마, 뼈만 남은 재소자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독일인들, 비를 맞고 떨고 있는 유대인 아이들을 다독여 데려가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치의 일(사살)을 하는 독일인 여자, 점령지의 여성과 아이들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군인들, 학살 수용소의 존재와 실태를 알면서도 침묵한 모든 독일인.

 

 

그 많은 고통과 죽음에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런 엄청난 책을 쓴 작가, 번역가, 편집자(오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세 분 모두 존경합니다!




#교유당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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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외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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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슬픔이사라진다

#이루카 엮고 옮김

#아티초크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면 좋을 거 같지만 마냥 좋기만 할까? 영화 #인사이드아웃 에서 라일라의 마음속에 슬픔이를 가둬두고 슬퍼할 일에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게 했을 때 오히려 라일라는 혼란스러워한다. ‘슬픔이는 죄가 없다. 오히려 눈물로 불편한 감정을 실컷 흘려보내고 감정을 정리하는 시작이 된다. 그렇다면 사라져야 하는 슬픔은 어떤 걸까? 자연스럽게 발생한 이별, 뜻밖의 상실이 아니라 부당한 일로, 억울하게, 타인의 폭력에서 비롯된 슬픔이 아닐까? 대체로 당하는 자들은 약자와 소수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겐 꼭 미선나무꽃을 선물하고 싶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미선나무의 꽃말이니까.

 

 

 

첫째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 시집을 읽다가 중학교 과정을 훑어보는 과정으로 국어 인강을 듣던 아이가 에 대해 한 말이 생각났다.

 

 

! 시는 정말 음악처럼 정말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네!”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 이론을 꽤 오래 공부했는데 그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론은 시도 음악이랑 닮아서 흥미롭지만 어렵다는 거였으나, 그 표현이 제법 기특하게 들렸다. 또 어쩜 내 감상이랑 닮은 것도 같다. 시는 흥미롭고 매력적이지만 어렵다.

 

 

한 행을 서너 번 읽는 건 보통이고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도 항복하게 되는 시들의 연속이ㅇ었다. 시인에 대해서 알면 좀더 이해가 쉬울까 해서 시를 읽고, 뒤에 있는 작가 소개를 뒤적여 시인의 이름을 찾았다. 이런 시인이라면 이런 의도로 이런 시를 썼겠구나, 마음대로 추측하기도 하고 도무지 알 수 없기도 했지만, 심장에 꽂히는 표현에 행복하기도 했다.

 

 

<아몬드꽃>_ 토머스 무어

 

 

불행한 때

행복한 때를 꿈꾸면 희망은

잎 없는 가지에 피는

은빛 아몬드꽃처럼 싹튼다네

 

 

왜 아몬드꽃을 희망에 비유했는지 궁금해서 아몬드꽃을 검색해 봤다. 아몬드꽃은 이른 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려 유럽과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봄의 전령사로 불리고, 꽃말이 희망이란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그 생리도 생김새도 벚꽃을 닮은 희망을 품은 아몬드꽃은 한 송이만 보면 핑크에 가깝지만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은빛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아몬드꽃하면 고흐가 조카를 위해 혼신을 다한 작품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떠올랐는데 이제는 희망이란 꽃말이 생각날 것 같다.

 

 

 

<오월의 꽃>_ 에밀리 디킨슨(106)

 

분홍색이고 작고 어김없고

향기롭고 키가 작고

사월엔 안 보이고

오월엔 눈에 띄고

이끼에게 소중하고

무덤가에 있다고 하고

모든 인간의 영혼 속

울새와 가까이 있고

싱싱하고 작은 꽃

네가 장식한

자연은

죽음을 거부한다.

 

 

 

스무고개 같은 시다. 도대체 그 오월의 꽃의 정체는 뭘까? 알 도리가 없어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빨강 카네이션>_ 엘라 윌러 윌콕스(110)

 

 

.....

 

그런 뒤 사랑은 불꽃을 보았다.

큰불이 곧 꽃으로 바뀌었다.

그 꽃은 아름답기로나 향기로나

장미마저 부끄럽게 했다.

 

사랑은 꽃을 바라보았고 꽃은 시들지 않았다.

사랑이 그 꽃을 땄고 꽃은 색이 더 선명해졌다.

추위에도 더위에도 기가 꺾이지 않았다.

향기와 빛깔도 변하지 않았다.

 

 

....

 

 

사랑은 그때부터 카네이션 옷을 입었다.

 

 

 

윌콕스에 의하면, 에덴동산에서 영원히 사는 둘만의 상징, ‘죽지 않는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 된 꽃은 카네이션이다. 부모님과 스승의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품기에 빨강 카네이션이 선정된 이유가 이것일까?

 

 

많은 시인이 장미를 찬미한 만큼 그에 견줄만한 아름다운 꽃을 찾았던 듯하다. 윌콕스도 그러했고 에머슨도 철쭉을 장미의 경쟁자로 노래했다. 제인 테일러도 제비꽃이 낮은 초록 화단에 숨어 있지 않았다면 장미 대신 정자를 꾸밀 수 있었을 거라했다. 나는 빤한 장미를 노래한 시보다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시들에 더 끌린다.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으로 뽑히기도 한 대한민국 초등학교 졸업한 누구라도 알만큼 유명한 윤동주 시인도 글 쓰는 일은 쉽지 않으셨던가 보다.

 

 

<화원에 꽃이 핀다>_ 윤동주(117)

 

...

 

하나의 꽃밭이 이루어지도록 손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고생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딴은 얼마의 단어를 모아 이 졸문을 지적거리는 데도 내 머리는 그렇게 명철한 것이 못됩니다. 한 해 동안을 내 두뇌로서가 아니라 몸으로서 일일이 헤아려 세포 사이마다 간직해 두어서야 몇 줄의 글이 이루어집니다.

....

봄바람의 고민에 찌들고 녹음의 권태에 시들고, 가을 하늘 감상에 울고, 노변의 사색에 졸다가 이 몇 줄의 글과 나의 화원과 함께 나의 일 년은 이루어집니다.

 

 

 

시 속에서 그 화원에 모여 마음을 나누는 동무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꽂힌다. 더 깊은 그들의 사연이 궁금해지고 이제는 과거가 돼 버려 의미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 동무들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그의 시에서 노변은 시끄러운 세상일까? 그렇다면 노변에서 많은 일이 이뤄질 것입니다.”라고 하는 희망적인 마지막 시구에 나의 희망도 보태어 본다. 지금 노변도 보통 시끄럽지 않으니 말이다.

 

 

스페인 내전을 일으킨 프랑코와 군부의 미움을 사 재판도 없이 사형당한 그의 안타까운 인생만큼이나 내 마음에 강렬함을 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베를렌>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반딧불이가 인동덩굴에 앉았고 달빛이 물을 찔렀다.”

 

시간으로 채워진 노래가 그늘 속에서 시간을 셌다.”

 

 

오랜만에 시를 음미하게 해준

우리 우주와 아티초크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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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 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
김대영 지음 / 싱긋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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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위스키100년의여행

#김대영

#싱긋


술이라곤 ‘맥주’, ‘와인’ 밖에 취급하지 않는 내게 느닷없이 찾아온 ‘위스키 책’은 사실 반갑기보단 당황스러웠다. 더구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일본에 대한 묵은 감정도 묘하게 책에 대한 호감을 떨어트렸다.

이럴 땐, 스스로 세뇌하는 방법이 최고다. ‘저자가 무려 22곳의 증류소를 직접 탐방했다니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겠어!’, ‘우리 편집자님께서 엄청 공을 들여 만든 책이라고 하셨으니 재밌을 거야!’, ‘내가 위스키 알못에서 위스키 좀 아는 여자가 되는 건 멋진 일이잖아!’

책을 펼치자 앞선 걱정들이 슬며시 모습을 감췄다. 유튜브 <주락이월드> 진행자이신 조승원님의 추천사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고, 서문을 보고 작가에 대한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1장, ‘일본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위스키에 일자무식인 나를 위한 맞춤 수업처럼 위스키 제조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난 이제 몰트가 ‘보리를 싹 틔운 뒤 건조한 것’이고 건조 방식에 따라 ‘논피트 몰트’와 ‘피티드 몰트’로 나뉜다는 것도 안다.

위스키 제조 과정도 설명할 수 있다.

몰트를 ‘분쇄’(크기에 따라 허스크, 그리츠, 플러워로 나뉨)→ 뜨거운 물에 분쇄한 몰트를 넣어 몰트 속 전분을 ‘당화’→ 당화 과정으로 만들어진 액체(맥즙;wort)를 냉각 후 효모를 첨가해 ‘발효’→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액체(워시;wash)를 초류기, 재류기에서 가열해 ‘증류’→ 위스키 스피릿 or 뉴 에이크 스피릿 생성→ 오크통에 담아 ‘숙성’

스카치위스키(스코틀랜드산 위스키)와 재패니즈 위스키의 결정적 차이는 일본 위스키가 어떻게 특별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와 연관된다. 스카치는 과거부터 증류소 간 위스키 교환이나 매매가 활발했던 반면, 일본은 ‘원주 교환 문화’가 아예 없다. 이런 문화는 자칫 잘못하면 과다생산 또는 과소생산으로 피해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지만, 이상향의 위스키를 좇아 생산단계부터 기획해 모든 위스키 제품 품질을 자사에서 관리할 수 있고, 위스키 원주의 다양성을 스스로 추구해야 하므로 개성 있는 위스키를 다수 보유하는 장점도 있다. 이 결정적 차이가 세계에서 각광받는 재패니즈 위스키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장에선 일본 위스키 선구자들이 걸어온 길이란 제목으로 일본 위스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산토리, 닛카의 설립과 과정, 각 회사 소유의 증류소들을 소개한다. 산토리를 만든 토리이 신지로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나는 닛카를 설립한 ‘타케츠루 마사타카’라는 인물에 더 호감이 갔다. 1차 세계대전 말기에 스코틀랜드로 배와 기차를 갈아타며 가는 건 목숨을 건 일이었지만 위스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배에 오른다. 치열하게 배우고 기록하고 운명의 여인 리타도 만나 결혼해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호황이 끝나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위스키 제조의 꿈을 잠시 접게 된다. 그가 유독 마음에 들었던 건 일에 대한 강한 집념과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그리고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리타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든 ‘슈퍼 닛카’는 다른 어떤 위스키보다 부드럽고 낭만적인 곡선의 병에 담겨 로맨틱함이 배가 된 느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맞지만 나는 ‘아는 만큼 좋아하게 된다.’라는 말을 독서를 통해 자주 경험했다. 어느 버스 기사님의 에세이를 읽고 나서 버스 기사님들을 더 좋은 마음으로 대하게 됐고, ‘나무’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그냥 스쳐 지나가던 나무들도 괜히 한 번 쓰다듬게 되기도 했다. 래연 작가님의 <바람 구두를 신은 피노키오>란 책을 읽고 나서 잘 알지도 못했던 인형극에 부쩍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을 통해 나는 위스키와도 친해진 기분이다. 저자가 ‘향이 아주 달콤한데 알코올 도수가 낮아 코에 잔을 가까이 대고 한참을 맡아도 거부감이 없고 잘 익은 복숭아, 솜사탕의 단맛에 약간 태우먹은 달고나, 그리고 그 끝에 기분 좋은 오크 스파이시’라고 평한 ‘츠루’는 꼭 한 번 마셔보고 싶다.

교유당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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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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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종용하는 빤한 트랜드를 추종하기보다 빈 종이 앞에서 구구절절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고 담고 그려낼 수 있다면, 누구라도 감동과 의지의 경계를 끝없이 넘나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인간만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_63




올해 감사하게도 세종국어문화원 글쓰기 신문 집필 위원이 되었어요. 집필 위원들은 매달 글 한 편을 써서 원고를 제출해요. 저는 원고 마감 날짜가 다가오는데 통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해하던 차에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를 읽다 위의 문장을 만났어요. ‘구구절절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는 일’이 ‘인간만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말에 갑자기 쓰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아나 짧은 글이지만 원고를 완성했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요. ‘페라리의 디자인하우스로 알려진 피닌파리나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거쳐 현재 뮌헨에 위치한 전기차 니오의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 하고’ 있는 경력이 화려한 자동차 디자이너 박찬휘 작가의 글을 읽는 내내 고무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은 글을 쓰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예요.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흥미롭지만, 특히 ‘디자인’이란 단어가 현재의 의미로 통용되기까지 과정은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줘도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였어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처음 ‘디자인’은 단순히 특정 기계나 물건의 편리한 제조를 위해 하는 ‘설계’의 의미가 컸다고 해요. 같은 설계(디자인)의 물건을 너도나도 찍어내듯 만들어대 경쟁력이 없어지자 차별화가 필요했고 더 예쁘고 더 특별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이 지금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고 해요.



디자인이 예술인가?
글 꼭지의 제목이에요. 저는 디자인도 일종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아리송하다면 구별하는 신박한 방법이 있어요.


「한마디로 예술은 구구절절 사연을 가져도 되지만, 디자인은 이러저러한 설명이 추가되는 순간 이미 망했다고 봐야 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_45

그 외에도 ‘예술은 위로’하는 반면, 디자인은 ‘자극’한다는 구별법도 있어요. 결국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인은 사도록, 갖고 싶게끔 대중을 자극한다는 의미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배울 점이 많고 생각이 통하는 멋진 선배(?)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인공지능이 무서울 만큼 성장한 현대에 우리가 끊임없이 창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나 직관적이고 단호한 단순함에 대한 깊은 사유, 코로나 3년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교감에 대한 고민, 허상의 이웃들과 팔로우에 집착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아들 단우를 통해 깨달은 거리를 두는 일의 가치, 창의성의 대표와 같은 디자인에서도 보편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이야기들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져요. 어떠한 강요도 없이 그저 자기 생각을 편안하게 이끌어가지만, 힘이 있는 박찬휘 작가의 글이 좋아졌어요.





「들춰봄은 나와 우리를 지혜롭게 만든다. 관성적인 지식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_74


「관조할 수 없는 기회가 없다. 여백이 없다면 생각은 복잡해진다. 단순해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_135


「안타까운 지난 삼 년 동안 어긋난 성장판으로 자란 세대에게 실재하는 것과의 빈번한 교감은 시급한 문제다. 교감을 잃은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벌충해야 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는 숙제다.」 _163


「잉여된 관계보다는 고독이 필요하다.」 _172


「보편성은 곧 공감이다.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인간만의 암구어다.」 _303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에 매몰되어가는 오늘날, 남이 하지 못한 특별한 생각을 찾기 위해선 각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시장의 상황을 빗대어 생각하고 타인의 취향을 발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고유한 자신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특별하면서 ‘나답게’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다.」 _317


「이야기가 깃들 때 생각과 사물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_322


우리 모두 유일무이한 한 사람이기에 유일무이한 내 이야기를 풀어내 유일무이한 존재를 탄생시킬 수 있겠죠? 나다운 나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교유당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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