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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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독일인의전쟁1939-1945

#니콜라스스타가르트 글

#김학이 옮김

#교유서가

 

 

 

나는 거의 한 달 동안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감히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고 감히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2차대전을 다룬 많은 책,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서 독일인을 가해자로 볼지 희생자로 볼지에 중점을 뒀다면 이 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했다.

 

 

독일인의 전쟁 1939-1945전쟁의 증인들: 나치 치하 어린이들의 삶을 발간하여 나치즘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저자가 독일인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생각으로 그토록 큰 희생과 헌신으로 최후까지 버텼는지에 대해 넓고 깊게 연구하고 탐구한 결과물이다. 넓게는 정보원들이 보고서에 기록한 당시 사람들의 길거리 대화 내용, 독일군 편지를 랜덤으로 검사한 검열관들의 보고서를 참고했고, 깊게는 사회적 출신이 다양한 사람 표본 중에서 특정 개인들을 선택해 오랜 기간 그들의 사적인 희망과 계획이 전쟁 경험의 변화와 어떻게 얽히는지 추적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며 놀랍다.

 

 

 

책의 앞부분에 <편지와 일기의 주요 주인공>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운이 좋게 그 처참하고 혹독한 5년을 버텨내고 다른 누군가는 편지와 일기 속에만 남기도 한다. 한 인물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식이 아니라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등장하고 사라지곤 한다. 이고호 편집자는 편집자의 편지에서 소개하고 싶다던 인물, 수용소 전쟁포로 식사 담당관으로 어떻게든 재소자들에게 두 끼를 먹이려 노력하고 한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어를 배우며 그 언어를 애정했던 야라우쉬는 내 마음에도 묵직하게 자리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을 숨겨주고 생존하게 돕는 시골학교 교사 출신의 나치 장교 빌름 호젠펠트의 이야기도 폭력과 살인과 잔악무도함이 난무하는 전쟁 속에서 굳어가던 심장을 잠시나마 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유난히 꼴보기 싫은 인물은 베를린의 사진 저널리스트인 리젤로테 푸르퍼였다. 우월감에 가득 차 있는 말과 행동, 편법으로 검문을 통과해 고작 한다는 게 불법 쇼핑이었다. 식민 사업(-게르만화-독일인이 이주해오도록 공간을 비우기 위한 강제 이주)이란 명목하에 겨울에 음식과 물, 옷도 갖추지 못하고 추방된 폴란드인(많은 사람이 유대인) 중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화물칸에서 동사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쇼핑에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다니!

 

 

 

독일인의 전쟁을 시작한 건 분명 독일 나치였다. 단치이 나치 지구당위원장은 본국의 지시에 따라 폴란드 내 독일인 도시인 중립 자유도시단치히 주민들이 폭력을 겪고 있고 폴란드 정부에 의해 식량 공급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언론 공작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급기야 친위대 경찰대에게 폴란드 군복을 입혀 글라이비츠의 라디오 방송 기지를 공격하도록 해 독일은 폴란드의 선공에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19399월 전쟁을 시작했다.

 

 

 

나치는 독일은 평화를 원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이 평화 제안을 거부했다며 책임을 영국에게 돌렸다. 프라이부르크를 디종으로 착각한 독일 비행기가 폭탄을 투하한 것을 프랑스에 뒤집어씌우고 독일인들은 분노했다. 영화뉴스를 통해 독일 영웅화,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 선전과 언론플레이는 대단했고 전쟁을 원하지 않던 독일인들은 승리를 맛보면서 각성제를 투여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학살... 소련군이 독일군에게, 독일군과 친위대, 인민돌격대가 소련군과 유대인에게 가하는 잔인한 폭력, 강간, 살인. 전쟁은 말할 수 없이 끔찍하다.

 

 

그 수나 방식은 익히 들어 아는 것 외에도 다양했고 참담했다. 처음에 독일인들은 유대인 학살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영국의 폭격으로 쾰른-루르 에센-함부르크에 이어 베를린까지 이어지자 이를 자기들이 폴란드에서 저질렀던 일, 유대인에게 가했던 일에 대한 유대인의 복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치가 주장하고 실행한 유대인 절멸에 묵인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유대인에 대한 죄책감은 미안함보다 공포감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패배하면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행했던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행할 것이라는 히틀러의 주문이 독일 국민의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기 딸이 강간당하는 걸 피하게 하려고 다른 아이 숨은 곳을 가리키는 엄마, 뼈만 남은 재소자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독일인들, 비를 맞고 떨고 있는 유대인 아이들을 다독여 데려가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치의 일(사살)을 하는 독일인 여자, 점령지의 여성과 아이들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군인들, 학살 수용소의 존재와 실태를 알면서도 침묵한 모든 독일인.

 

 

그 많은 고통과 죽음에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런 엄청난 책을 쓴 작가, 번역가, 편집자(오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세 분 모두 존경합니다!




#교유당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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