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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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도 감옥에 간다. 특히 정통성이 없어 독재에 의존하는 정권일수록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가둔다... 그러나 의인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체를 가둔다 하더라도 영혼은 자유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_<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일부.

 

 

 

이 문장을 보는데 최근 우리 정부가 보여준 세 건의(내가 아는바) ‘입틀막 사건이 떠오른다. 상담심리 기법이기도 한 경청하기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현 정부 덕분에 더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세계사 는 그가 10년 동안 정성들여 써온 칼럼을 엮은 것이다. 칼럼을 쓸 때, ‘발행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민주 시민의 덕성을 함양해야 한다는 스스로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쓰기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이 글에서 충분히 느껴졌다. 신문 칼럼이었기에 한 내용을 깊이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인물, 사건, 문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맛볼 수 있어 즐겁다. 특히 칼럼의 끝에 짤막하게 던지는 결정적 한마디 한마디가 내 속말을 대신 뱉어주는 듯 시원했다(사진 참조).

 

 

 




 

 

<루비콘 강을 건넜다> _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가 세력을 확장할 무렵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올 때 로마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무장을 해제하고 루비콘강을 건너게 되어있었다. 역사가 수에토니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카이사르가 루비콘강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

 

용모가 고상하고 눈빛이 수려한 한 사람이 나타나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로 군인들이 모여들었는데, 그중에는 나팔수도 있었다. 그가 갑자기 나팔을 빼앗아 들고는 진격의 나팔소리를 울리며 강의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카이사르가 신의 전조와 적의 불법 행위가 우리를 부르는 곳으로 가자.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다소 뻔한 표현 대신 루비콘강을 건넜다라는 표현을 써먹어야겠다.

 

 

 

 

<독재의 말로> _빅토르 하나

 

오늘 새벽까지 <독일인의 전쟁 1939-1945>를 붙들고 씨름했기 때문에 독재의 말로라는 제목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지극히 사랑했던 빅토르 하라는 <아만다,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노래로 어머니를 추모했고, 그 마음으로 민중을 사랑했다.

 

 

그는 칠레 민속 음악을 현대 칠레인의 삶에 접목시킨 비올레타 파라의 영향을 받으며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운동)’이 물결치게 만들었다._38

 

 

연극 연출가, 교사, 독재 타도를 부르짖는 운동가였던 그는 살바도르 아옌데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당 대통령이 되는데 일조했는데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 반군에 의해 사살됐다. 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고 미국에게도 외면당했다. 갑작스런 피토체트의 죽음으로 그 죄를 묻지 못했지만 독재자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칠레 사법부의 의지에 따라 독재 아래서 자행된 고문과 살해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4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하나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아직 책임을 물어야 할 지난 숙제들이 많다. 칠레 사법부가 단호하게 독재에 대한 죄를 묻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어쩐지 많이 부러웠다.

 

 

 

<로마인들의 작명법 1>

 

로마 역사서 속 이름들은 낯설고 길어 따라 읽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어떤 방식으로 이름 짓는지 굳이~ 우리가 알 필요는 없지만, 뭐든 알아두면 또 언젠가 쓸 일이 있는 법! 로마에서는 삼명법이란 작명법을 만들었다. 프라이노멘이라 불리는 이름’+ 노멘이라 불리는 씨족’, ‘대가족’+ 그 사람의 특성, 습관, 출신지 등을 알려주는 코그노멘으로 이름이 지어진다. 예를 들면,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이름은 율리우스 가문의 가이우스라는 사람이 훗날 카이사르(권력자,황제)’라는 코그노멘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분홍색 셔츠의 날>

 

2007년 캐나다에서 작은 마을의 한 학교 중3 학생 제이드리언 코타가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급생 데이비드 셰퍼드와 트래비스 프라이스가 분홍색 셔츠 50장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했고 이 일을 알게 된 주지사 로드니 맥도널드가 9월의 둘째 목요일을 교실 폭력에 맞서 일어서는 날로 지정했다. 이 일은 점점 퍼져나갔고 2012년에는 국제연합이 54일을 교실 폭력에 맞서는 날로 공식적으로 지정했으며 지금은 캐나다는 물론 영국,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레바논과 같은 나라에서 이날 분홍색 셔츠를 입고 교실 폭력이나 왕따에 맞서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조한욱 교수님은 제안처럼 학교 폭력의 수위가 점점 심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좋은 캠페인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알퐁스 도데>의 반전 있는 인간성에 놀랐고, <미국이 놓치는 것>을 통해 지적한 의료 민영화의 문제점(의료 민영화를 호시탐탐 노리는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함)에 공감했다. <냉전과 4.3>은 너무 오랫동안 묻혀 있던 제주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게 했다. 미국은 자유와 반공을 같은 선상에 놓고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 지나치게 간섭했다.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소소한 세계사 속에는 제법 커다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릴 땐 참 재미없었던 역사가 나이 들수록 재미있어지고, 과거에서 새롭게 배우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역사가 왜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교유당서포터즈 로 도서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소소한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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