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 종용하는 빤한 트랜드를 추종하기보다 빈 종이 앞에서 구구절절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고 담고 그려낼 수 있다면, 누구라도 감동과 의지의 경계를 끝없이 넘나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인간만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_63




올해 감사하게도 세종국어문화원 글쓰기 신문 집필 위원이 되었어요. 집필 위원들은 매달 글 한 편을 써서 원고를 제출해요. 저는 원고 마감 날짜가 다가오는데 통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해하던 차에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를 읽다 위의 문장을 만났어요. ‘구구절절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는 일’이 ‘인간만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말에 갑자기 쓰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아나 짧은 글이지만 원고를 완성했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요. ‘페라리의 디자인하우스로 알려진 피닌파리나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거쳐 현재 뮌헨에 위치한 전기차 니오의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 하고’ 있는 경력이 화려한 자동차 디자이너 박찬휘 작가의 글을 읽는 내내 고무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은 글을 쓰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예요.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흥미롭지만, 특히 ‘디자인’이란 단어가 현재의 의미로 통용되기까지 과정은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줘도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였어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처음 ‘디자인’은 단순히 특정 기계나 물건의 편리한 제조를 위해 하는 ‘설계’의 의미가 컸다고 해요. 같은 설계(디자인)의 물건을 너도나도 찍어내듯 만들어대 경쟁력이 없어지자 차별화가 필요했고 더 예쁘고 더 특별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이 지금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고 해요.



디자인이 예술인가?
글 꼭지의 제목이에요. 저는 디자인도 일종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아리송하다면 구별하는 신박한 방법이 있어요.


「한마디로 예술은 구구절절 사연을 가져도 되지만, 디자인은 이러저러한 설명이 추가되는 순간 이미 망했다고 봐야 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_45

그 외에도 ‘예술은 위로’하는 반면, 디자인은 ‘자극’한다는 구별법도 있어요. 결국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인은 사도록, 갖고 싶게끔 대중을 자극한다는 의미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배울 점이 많고 생각이 통하는 멋진 선배(?)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인공지능이 무서울 만큼 성장한 현대에 우리가 끊임없이 창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나 직관적이고 단호한 단순함에 대한 깊은 사유, 코로나 3년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교감에 대한 고민, 허상의 이웃들과 팔로우에 집착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아들 단우를 통해 깨달은 거리를 두는 일의 가치, 창의성의 대표와 같은 디자인에서도 보편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이야기들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져요. 어떠한 강요도 없이 그저 자기 생각을 편안하게 이끌어가지만, 힘이 있는 박찬휘 작가의 글이 좋아졌어요.





「들춰봄은 나와 우리를 지혜롭게 만든다. 관성적인 지식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_74


「관조할 수 없는 기회가 없다. 여백이 없다면 생각은 복잡해진다. 단순해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_135


「안타까운 지난 삼 년 동안 어긋난 성장판으로 자란 세대에게 실재하는 것과의 빈번한 교감은 시급한 문제다. 교감을 잃은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벌충해야 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는 숙제다.」 _163


「잉여된 관계보다는 고독이 필요하다.」 _172


「보편성은 곧 공감이다.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인간만의 암구어다.」 _303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에 매몰되어가는 오늘날, 남이 하지 못한 특별한 생각을 찾기 위해선 각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시장의 상황을 빗대어 생각하고 타인의 취향을 발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고유한 자신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특별하면서 ‘나답게’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다.」 _317


「이야기가 깃들 때 생각과 사물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_322


우리 모두 유일무이한 한 사람이기에 유일무이한 내 이야기를 풀어내 유일무이한 존재를 탄생시킬 수 있겠죠? 나다운 나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교유당서포터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