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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 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
김대영 지음 / 싱긋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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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라곤 ‘맥주’, ‘와인’ 밖에 취급하지 않는 내게 느닷없이 찾아온 ‘위스키 책’은 사실 반갑기보단 당황스러웠다. 더구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일본에 대한 묵은 감정도 묘하게 책에 대한 호감을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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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스스로 세뇌하는 방법이 최고다. ‘저자가 무려 22곳의 증류소를 직접 탐방했다니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겠어!’, ‘우리 편집자님께서 엄청 공을 들여 만든 책이라고 하셨으니 재밌을 거야!’, ‘내가 위스키 알못에서 위스키 좀 아는 여자가 되는 건 멋진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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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 앞선 걱정들이 슬며시 모습을 감췄다. 유튜브 <주락이월드> 진행자이신 조승원님의 추천사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고, 서문을 보고 작가에 대한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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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일본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위스키에 일자무식인 나를 위한 맞춤 수업처럼 위스키 제조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난 이제 몰트가 ‘보리를 싹 틔운 뒤 건조한 것’이고 건조 방식에 따라 ‘논피트 몰트’와 ‘피티드 몰트’로 나뉜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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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제조 과정도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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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를 ‘분쇄’(크기에 따라 허스크, 그리츠, 플러워로 나뉨)→ 뜨거운 물에 분쇄한 몰트를 넣어 몰트 속 전분을 ‘당화’→ 당화 과정으로 만들어진 액체(맥즙;wort)를 냉각 후 효모를 첨가해 ‘발효’→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액체(워시;wash)를 초류기, 재류기에서 가열해 ‘증류’→ 위스키 스피릿 or 뉴 에이크 스피릿 생성→ 오크통에 담아 ‘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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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위스키(스코틀랜드산 위스키)와 재패니즈 위스키의 결정적 차이는 일본 위스키가 어떻게 특별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와 연관된다. 스카치는 과거부터 증류소 간 위스키 교환이나 매매가 활발했던 반면, 일본은 ‘원주 교환 문화’가 아예 없다. 이런 문화는 자칫 잘못하면 과다생산 또는 과소생산으로 피해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지만, 이상향의 위스키를 좇아 생산단계부터 기획해 모든 위스키 제품 품질을 자사에서 관리할 수 있고, 위스키 원주의 다양성을 스스로 추구해야 하므로 개성 있는 위스키를 다수 보유하는 장점도 있다. 이 결정적 차이가 세계에서 각광받는 재패니즈 위스키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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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선 일본 위스키 선구자들이 걸어온 길이란 제목으로 일본 위스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산토리, 닛카의 설립과 과정, 각 회사 소유의 증류소들을 소개한다. 산토리를 만든 토리이 신지로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나는 닛카를 설립한 ‘타케츠루 마사타카’라는 인물에 더 호감이 갔다. 1차 세계대전 말기에 스코틀랜드로 배와 기차를 갈아타며 가는 건 목숨을 건 일이었지만 위스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배에 오른다. 치열하게 배우고 기록하고 운명의 여인 리타도 만나 결혼해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호황이 끝나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위스키 제조의 꿈을 잠시 접게 된다. 그가 유독 마음에 들었던 건 일에 대한 강한 집념과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그리고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리타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든 ‘슈퍼 닛카’는 다른 어떤 위스키보다 부드럽고 낭만적인 곡선의 병에 담겨 로맨틱함이 배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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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맞지만 나는 ‘아는 만큼 좋아하게 된다.’라는 말을 독서를 통해 자주 경험했다. 어느 버스 기사님의 에세이를 읽고 나서 버스 기사님들을 더 좋은 마음으로 대하게 됐고, ‘나무’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그냥 스쳐 지나가던 나무들도 괜히 한 번 쓰다듬게 되기도 했다. 래연 작가님의 <바람 구두를 신은 피노키오>란 책을 읽고 나서 잘 알지도 못했던 인형극에 부쩍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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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을 통해 나는 위스키와도 친해진 기분이다. 저자가 ‘향이 아주 달콤한데 알코올 도수가 낮아 코에 잔을 가까이 대고 한참을 맡아도 거부감이 없고 잘 익은 복숭아, 솜사탕의 단맛에 약간 태우먹은 달고나, 그리고 그 끝에 기분 좋은 오크 스파이시’라고 평한 ‘츠루’는 꼭 한 번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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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당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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