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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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제약에도 미켈란젤로보다 위대한 조각가가 되고 싶은 왜소증 소년 미모. 그리고 환경적 한계에 갇혔지만, 남다른 영리함을 타고난 날고 싶은 소녀 비올라, 둘의 꿈을 향한 여정, 고투, 시대적 비극까지 놓치지 않은 걸작,

 

그녀를 지키다이다.

 

 

 




 

메티: 중요한 건 네가 무엇을 조각하는가가 아니야. 왜 그것을 하는가이지.

 

미모: (스스로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던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었고, 나는 아는 척하지도 않았다.)

 

메티: 조각을 한다는 게 뭔지 깨닫는 날, 넌 단순한 분수대만으로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거다._258

 

 

 

생존하기 위해, 자기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조각을 했던 미모에게 조각을 하는 이유를 알려 준 건 결국 비올라였을 것이다. 비올라 오르시니와 미모는 서로에게 하나의 우주였다.

 

⎯⎯⎯⎯⎯⎯⎯⎯

 

 

 

낯빛이 허옇게 질릴 정도로 아찔한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사크라 수도원에 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다. 그는 수도원이 아닌데도 40년간 여기 머물렀고, 우연히도 이곳엔 피에타 석상이 비밀스럽게 유폐되어 있다. 그는 누구이며, 피에타 석상은 어째서 수도원 지하에 몇 겹의 보안 장치 속에 감금당한 것일까?

 

 

 

독자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사는 길지만(책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알 수 있음),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가난한 석공예가 아버지의 죽음은 미모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미모를 술주정뱅이 석공예가 알베르토 삼촌에게 보낸다. 도제가 올 줄 기다렸던 알베르토는 미모가 난쟁이라는 이유로 돌려보내려 한다. 어머니가 미모를 위해 준 돈으로 동업자로 함께 일하게 해주기로 했지만, 돈만 꿀꺽하고 미모를 무자비하게 대한다.

 

 

알베르토는 매우 개자식이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가족 같은 친구 별항을 만나고 그가 따온 일(오르시니 가문의 조각상 보수)을 하다가 비올라를 만나고, 더 훗날 그가 미모를 팔아넘기는 바람에 미모의 은인 필리포 메티를 만나게 된 거나 다름없으니 일찍 죽길 바랄 수도 없는 인물이었다.

 

 

오르시니 가문의 후작과 그의 부인은 보수적인 인물이라 비올라의 쓸모없이 특별한 영특함을 애써 무시하려고만 한다. 잘난(허무하게 죽어버렸지만) 형의 그늘에 가려 인정욕구에 목말라 있던 둘째 아들 스테파노는 파시즘의 세력에 물들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인정받을수록 그는 파시스트 행동대원이 되어가고 더욱 포악해진다. 미모에게 끔찍한 수모를 주는 장면은 너무 참담했다. 철두철미하고 호수처럼 늘 잔잔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사제가 되려는 프란체스코는 비올라의 셋째 오빠다. 선하고 진취적인 사람 같지만, 지극히 계산적이고 오르시니 가문을 일으키려고 미모의 재능을 이용하기도 한다.

 

 

비올라는 어릴 때부터 뭐든 한 번만 읽으면 바로 외워버리는 천재다. 아버지 몰래 서재에 있는 책을 읽으며 문학, 과학, 사회 전반적인 지식을 섭렵한. 밤이 되면 묘지에 누워 시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묘한 행동을 하지만, 그건 자유를 찾기 위해 잡는 지푸라기 같은 것이었다. 비올라는 구속이 많은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고, 날고 싶다.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 넌 좀비를 무서워하지만 네가 무서워해야 할 건 바로 그 세계라고. 그 세계는 죽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거든. 누구도 그것을 보고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그런 까닭에 그건 위험한 세계야. 그 세계는 저절로 무너져._145

 

 

V: 미모 비탈리아니,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 앞에서,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도울 것이며,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까?

 

M: 맹세합니다.

 

V: 그리고 나 비올라 오르시니, 나는 미모 비탈리아니가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미켈란젤로에 필적할 만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되도록 도울 것이며, 그가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다. _148

 

 

그래서 비올라는 정말 날게 될까?

미모는 미켈란젤로보다 위대한 조각가가 될까?

둘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엔딩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꾸준히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올해의 책 후보로 올려본다.

 




 

 

#열린책들 @openbooks21

#그녀를지키다

#장바티스트앙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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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시절 - 파리가 스물다섯 헤밍웨이에게 던진 질문들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김욱동 감수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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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파리는 흥미로운 모험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이었고, 달콤한 사랑의 도시였다. 결국은 그를 변하게 한 곳이기도 하지만, _영선 생각

 

 

 

#서툰시절

#어니스트헤밍웨이

#아르테

 

 

 

예술가와 문화의 도시 파리,

막연하게 동경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도시 파리가 배경인 것만도 이상한 설렘을 준다.

그런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에세이라니!

 

 

아르테 에쎄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서툰 시절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등 명작을 남긴 작가의 시작을 엿보는 재미가 풍성하다. 처음부터 완벽하거나 유창하거나 탁월한 능력을 펼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성장하는 과정인 서툰 시절을 거치게 마련이다.

 

 

서툰 시절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해외 특파원으로 건너간 파리에서 유명 작가들과 교류하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1921~ 1926년간의 일상을 담고 있다. 헤밍웨이의 글쓰기 루틴, 글에 대한 고민, 사람들과의 관계나 소통 방식 등을 엿보는 일은 흥미롭다.

 

 

이미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아는 이들 사이에선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나, 유명 작가가 되기 전 20대의 헤밍웨이는 가난했다. 가난하지만 돈에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절절매지 않고 작가로서의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당장 수중에 돈이 없는데 낯선 도시에서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면서도 태연자약하게 박물관을 찾는다.

 

뱃속이 텅 비고 배가 고플 때면 그림들이 더 예리하고 선명하며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배고플 때 세잔의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어떻게 저런 풍경을 그려 냈는지 진정으로 알 것 같았다.” p97-98

 

 

정 급하면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운영하는 실비아 비치에게 책과 함께 돈도 빌리곤 한다. 얼마 되지 않는 원고료 수입에도 당장 한 끼 외식으로 소비해버리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여행비로 써버리기도 한다. 가난하지만 미래를 계획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단 오늘을 충실히 산다.

 

거드루트 스타인의 말처럼 그들이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절망과 허무감을 문학에 반영한 젊은 세대를 뜻했으며 인생의 의미나 목표를 잃고 방황한다는 의미에 길 잃은 세대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헴은 세상이 너무도 쉽게 갖다 붙이는 비열한 꼬리표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쟁으로 세계가 어둡고 우울했을 그 시기가 주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현재를 더 충만하게 살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가진 것도, 잃을 것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오히려 더 여유로울 수 있었을까?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그건 파리였기에 가능했을 거란 결론에 닿는다.

 

아무리 가난해도 잘 지낼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는 파리 같은 도시에서 책을 읽을 시간이 주어져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책 속의 세계를 발견한다는 건 엄청난 보물을 찾은 것과도 같다.”

p163

 

 

 

(헤밍웨이를 친구들이 부르는 애칭)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놀라움과 간간함을 느끼게 한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거트루드 스타인은 이미 문학계에서 인정받은 거장이라고도 하고 또 얼마나 대단한 글을 썼는지 모르지만, 그의 편협한 사고와 남은 함부로 재단하는 거만함에 일말의 매력도 느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위대한 게츠비로 알려진 위대한 작가로 알려진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미친 소설가 부부>라는 소제목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책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여러모로)어마어마하다.

 

 

 

유명 작가들의 과거 일화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모든 세대는 무언가에 의해 길을 잃은 세대가 되었다고. 지금까지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한 헤밍웨이의 말처럼, 모든 세대는 나름의 고충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니 그가 남긴, 또 다른 말에서 우리 모두 용기를 내면 좋겠다.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서툰 시절은 있다.

실패해도 패배는 아닌 거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

 

 

 

 

 

#주간심송

#쓰담쓰다

#필사챌린지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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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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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영혼 속에 분노의 포도가 가득 차 있고 점점 더 무겁게 자라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_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1939_117

 

 

#선명한세계사2 #댄존스 #마리나아마랄 #윌북

 

 

선명한 세계사 1과 같은 서문으로 시작하는 선명한 세계사 2, 첫 사진부터 처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선명한 세계사 21910년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영국군 최초 공식 사진사였던 브룩스 소위가 191611, 프랑스 북부 솜강 근처 포탄에 휩쓸려 진창이 된 참호에서 이미 부패해 뼈가 드러난 독일 병사의 시신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이다.(사진 참조) 전쟁 사진을 연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는 그의 사진은 1권에서 볼 수 없었던 전쟁의 참상을 날 것 그대로 만나게 한다.

 

 

 

*중국혁명

 

1권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체를 옮기거나 장식해서 사진을 연출한 가드너나 펜턴에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었다. 엄연한 조작이 아닌가?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피 한 방울 안 묻은 깔끔한 시신들이 나란히 누워있다면 전쟁이 그다지 끔찍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피가 낭자하고 시신이 나뒹구는 게 당연하다. 그런 장면에서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참혹한지 후세들은 느끼고 경각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레닌과 스탈린

 

스탈린 동무는······무한한 권한을 손에 쥐었다.

그가 그 권한을 항상 신중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레닌, 1922_p66

 

레닌(왼쪽)과 스탈린(오른쪽)이다. 둘 다 미소짓고 있지만, 레닌은 스탈린을 신뢰하지 못했고 스탈린은 검은 야망을 품은 듯 보인다. 레닌이 후계자로 점찍은 트로츠키를 음모로 쫓아내고 집권한 스탈린은 1920년대와 1930년대 무자비했고 마침내, 끔찍한 독재자로 변모했다. 변모한 게 맞을까?

 

 

나쁜 방법으로 얻은 권력은 나쁜 방법으로밖에 지킬 수 없다. 정당한 방법을 따르려면 스스로 내려가야 하니까. 권력을 지키려다 보면 어느새 무시무시한 독재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12.3 X는 불법 계엄령으로 권력을 얻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려니 온갖 거짓말을 남발해야 했다. 급기야 자기 자신도 속여가며. 4.4일 드디어 그 값을 비싸게 돌려받게 되길···.

 

 

 

*헬파이터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읽었지만, 서부전선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는 (흑인 병사로만 구성된 부대)‘헬파이터를 처음 알았다. 강인한 정신과 멋진 관악대로 유명했다는 제369보병연대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그들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무솔리니의 죽음

무솔리니의 최후는 끔찍했다. 나치가 더 이상 그를 지지할 처지가 못 되자 도망가던 무솔리니는 파르티잔들에게 붙잡혀 총살당했고 밀라노로 옮겨져 군중에서 의식적인 모욕을 당한 두 갈고리에 걸려 전시됐다. 자업자득, 자승자박, 자작자수, 자업자박 아니겠는가?

 

 

 

 

선명한 세계사는 단편적인 역사적 순간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경험함으로써 그 사건의 이면과 배경, 이유와 결과,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까지 생각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이것이 선명한 세계사이 가장 큰 찾을모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역사를 선명하게 알아야 한다.

 

 

#띵북서평단 으로 #윌북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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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1 - 경이와 혼돈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1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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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컬러로 재현하다!

 

 

 

#선명한세계사1 #댄존스 #마리나아마랄 #윌북

 

 

선명한 세계사 11850년부터 1960년까지 중요한 역사의 순간이 촬영된 200장의 흑백 사진들, 그 색을 복원한 사진과 사진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만든 책이다. 흑백을 컬러로 복원한다는 말은 언뜻 듣기에 쉽게 생각되지만, 굉장히 복잡하고 지난한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아이가 색칠 놀이하듯 원하는 색으로 칠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느 병사의 사진이 있다고 해보자. 사진에 등장하는 군복, 훈장, 리본, 계급장, 군장, 피부, 눈동자, 머리칼 등등에 색을 입히려 한다면 가급적 서로 다른 시각 자료와 문서 자료로 세세한 사실들을 일일이 검증해야한다. 다채로운 회색 음영만으로 본래 색을 알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역사가라면 다 알고 잘하는 일, 바로 자료를 파고 파고 또 파는 것이다._11

 

사진 한 장에 색을 입히는 데 한 시간이 걸릴 수도,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니 어지간한 끈기와 집중력과 인내심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토록 힘든 과정을 거쳐 1만 장 중에서 엄선한 200장의 사진이라니, 이 책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1850s 제국의 시대>

세계 최초 종군기자 중 하나인 펜턴이 영국 제국의 요구에 따라 고통은 외면하고 영광스러운 모습만 담으려 했던 1850년대 진짜 세계는 어땠을까?

 

 

*아편전쟁

 

그 진짜 모습은 1860년에 이르러서야 볼 수 있다. 1856년 시작된 제2차 아편전쟁, 대영 제국과 그 동맹인 프랑스의 해군 병력이 청과 맞섰다. 47쪽 사진은 18608월 영국과 프랑스가 승리를 거둔 직후 펠리체 베아토가 촬영한 것이다. 펜턴의 사진과 달리 그 참혹함과 고통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1860s 반란>

미국 남북전쟁, 프로이센 왕국의 오토 폰 비스마르크, 수천 킬로미터 철길과 전신선의 개설. 문제의 다이너마이트!

 

 

 

*게티즈버그(p79)

 

남북전쟁 중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사망한 수천 명의 시신 중 일부를 담았다. 이 사진을 보고 19805월 광주가 떠올랐다. 도청 강당에 줄지어 누워있던 그 시신들. 확고한 연방주의자였던 가드너는 연방이 강조했던 대의명분의 정의로움과 전쟁의 잔인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사진은 연출하기도 했단다. 시체들을 옮겨놓고, 소품들로 장식하며···

 

 

 

1870s 혼란의 시대>

파리 역사상 가장 많은 피를 흘린 학살을 불러일으킨 파리코뮌, 역사상 최악의 세계 경기 침체, 아메리카 원주민과 행정부 사이의 극심한 긴장, 아프리카에 자행된 무자비한 약탈.

 

 

*아프간 전쟁(p119)

 

금속 솥단지 두 개 사이에 놓인 흙 냄비_ 인도 총독 로버트 불워리턴의 아프가니스탄 묘사, 1878

 

영국 치하의 인도와 국경을 맞대는 동시에 러시아제국의 국경이자 완충지대를 제공했던 아프가니스탄을 절묘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이 지역을 둘러싼 영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을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한다. 전투로 보면 영국과 아프가니스탄의 것이지만 크게 보면 두 제국의 세력대결이다. 제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뭐든 넣으면 나오고 또 나오는 요술 항아리처럼 끝없이 솟구치는 인간의 욕심, 악마가 심어준 탐심이 아닐까?

 

 

......

 

 

1890s 세기의 황혼>

제국주의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린 시기다. 이 시대 세계를 여행하며 탐험한 마크 트웨인이 훗날 세계를 보면 볼수록 제국주의를 더 격렬히 증오하게 되었다고 선언했단다.

 

 

 

*명성황후(p185)

 

명성황후만 떠올리면 가슴 한 구석에 뻐근한 통증이 인다. 그의 처참한 최후가 자연스럽게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진이 실제 명성황후인지 아닌지 정확하진 않다. 안전을 위해 궁녀들이 명성황후처럼 입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1895108일에 명성황후는 43세로 경복궁에 침입한 일본 자객의 검에 시해되었다.”

 

 

흑백으로 익숙하던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컬러로 마주하는 느낌이 새롭다. ‘생기. 흑백에 빛을 넣었더니 과거가 생기를 품고 살아난 듯하다. 2권을 빨리 보러 가야겠다.

 

 

 

 


#띵북서평단#윌북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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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읽는다 - 한 권으로 깊이 읽는 한강 대표 작품
강경희 외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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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섬세하게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_<> 해석 중에서

 

 





 

허희 평론가가 기획하고, 그를 포함한 5인의 쟁쟁한 평론가들이 한강의 대표작 다섯 권을 해석한 해설서, 한강을 읽는다를 읽었다.

 

 

읽었다고 말해도 될까?

눈으로 읽었지만, 나의 뇌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작품 해설들을 따라가느라 바빴고,

마음은 공감하고 감탄하느라 여념이 없었으며,

심장은 갑자기 심하게 방망이질 치다가

간혹 차갑게 식어 무겁게 내려앉기도 했다.

이런 다이나믹한 과정을 그저 읽었다라고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다.

 

 

 

문학을 잘 모를 때, 그저 전공 관련 도서나,

간혹 재밌는 소설을 찾아 읽던 시절이었다.

부산인지 포항인지 혼자 장거리 여행에

지루함을 달랠 책으로 기차역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잡은 책이

채식주의자였다.

 

 

 

그 당시 구체적인 내 생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몹시 불편함이 나의 감상이었다. <1>

그래서 대단한 작가라고 하지만,

나랑은 안맞구나.’라는 생각이었다.

 

 

 

2019년부터 나는 책에 빠졌다.

게걸스럽게 읽었고

어려웠지만 정성껏 내 감상을 글로 쏟아냈다.

그러다 어느 날 만난,

나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던 책은

내게 불편함을 주었던 책의 저자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였다.

 

친구의 시체를 찾으러 강당으로 간 동호가

마주하는 참상,

 

시체 더미 아래에서 두 번째 깔려

왜 나를 쐈지?” , “왜 나를 죽였지?”하고

소리 없이 외치는 정배의 혼,

 

몸서리치는 고문,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자행하는 폭력.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책을 덮고 도망갈 수 없었다.

<2>

 

 

이 책을 읽고 나는 자연스럽게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잘 알려지지 않아 어쩌면 더 원통할 역사,

제주 4.3을 만나야 했으니까.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몽환적인 느낌에

단단히 정신 고삐를 잡고 읽었지만

뭔가 완전히 소화하기 힘들었다. <3>

 

 

 

가장 최근에 독모에서 을 읽었다.

작가의 삶이 담긴 시라고 생각했지만

자전소설이었다. <4>

하얀과 또 다른 의미였다.

 

 

 

희랍어 시간은 아직 읽지 않았기에

해설을 읽으며 어렴풋이 상상했다.

그 남자와 여자를.

 

 

 

여기까지 어떻게 보면 간단한 나의 한강 작품 여행기라 할 수 있겠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설서를 통해 알게 된 바를 써보려 한다.

 

 

<1>

채식주의자를 읽고 몹시 불편함을 느낀 이유를 김건형 평론가의 해설에서 찾았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다. 그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나는 이러한 불편함을 피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왜,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를 되묻고 의미화하는 작업이야말로 채식주의자를 더 깊이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_11

 

 

단순히 영혜의 행위(비정상적으로만 보이는)에 집중한다면 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몽고반점>은 특히 그 상황만 본다면 개인적으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영혜가 여성과 자연이 모두 착취당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소리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인,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행위들을 이해하게 된다.

 

 

<2>

 

[살아남은 또 다른 인물 진수 형과 선주 누나의 기억들은 내 눈을 통해 들어와서는 온몸을 마비시키고 심장을 격렬하게 흔들어대더니 마음을 잡아당겨 깊은 우물 속으로 처박아버렸다. 책을 내려놨다 들었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한숨을 쉬었다 멈췄다 하게 된다.]

 

 

3년 전, 소년이 온다를 읽고 쓴 리뷰 일부분이다. 고통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기어코 끝까지 읽었다. 도망칠 수 없어서. 그 이유 역시 작가의 영리함에 있는지도 모른다.

 

를 호출하는 를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 1장의 서술을 읽으며 우리는 로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없이 존재할 수 없고 가 부르는 는 이 세상에 없을 때도 온전히 로 다시 우뚝 선다._103(성현아 평론가)

 

 

 

 

<3>

작별하지 않는다를 소화하지 못한 이유는 한강의 소설은 정밀하기 때문이다.

 

 

정밀은 정교하고 치밀하고 자세하다는 뜻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313개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락마다 자기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입방체의 큐브 열세 개가 맞물리면서 커다란 하나의 큐브(소설 전체)로 결합하고 연결되는 형식이다. 각 큐브에는 서술자가 설계해 놓은 시간과 공간이 설정되어 있다._182

 

 

강경희 평론가에 의하면 한강 작가는 독자가 빠르고 쉽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갈 수 없게만들었다. “정지와 복귀, 다시 읽기와 재현을 통해 독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이 소설이 향하는 지점을 독자가 더 적극적으로 찾게 만드는 작가의 선택인 것이다. 나는 더욱 천천히 다시 여러 번 읽으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으려 노력했어야 했다.

 

 

<4>

이 자전 소설인 이유를 허희 평론가의 해설로 이해하게 됐다. 평친클나쓰 공개토론에서 쓴 바 있다.

 

 

자서전이라고 불리나 그때 사용되는 일인칭의 정체는 나답지 않은 나일 확률이 높다. (좋은) 자전소설은 이와 대비된다....핵심은 이렇다. 논픽션이 사실에 관한 경합이라면, 픽션은 사실에 감춰진 진실을 포착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는 것. 건조한 사실의 나열이나, 사실 규명에 복무하려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고 명백하게 인식되는 것을 넘어 다층적 차원에 집중함으로써, 소설은 특유의 가치를 지닌다.” _144~145

 

 

 

계엄 이후 한강 작가가 던진 메시지는 우리에게 엄청난 통찰을 가져다주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5.184.3에서 이미 충분히 배웠다. 다시 없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시도하고 반성하지 않는 이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탄핵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이젠 비를 기다린다.

제발 느닷없이 전국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길.

제발 뜬금없이 헌재가 탄핵 선고를 해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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