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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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제약에도 미켈란젤로보다 위대한 조각가가 되고 싶은 왜소증 소년 미모. 그리고 환경적 한계에 갇혔지만, 남다른 영리함을 타고난 날고 싶은 소녀 비올라, 둘의 꿈을 향한 여정, 고투, 시대적 비극까지 놓치지 않은 걸작,

 

그녀를 지키다이다.

 

 

 




 

메티: 중요한 건 네가 무엇을 조각하는가가 아니야. 왜 그것을 하는가이지.

 

미모: (스스로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던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었고, 나는 아는 척하지도 않았다.)

 

메티: 조각을 한다는 게 뭔지 깨닫는 날, 넌 단순한 분수대만으로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거다._258

 

 

 

생존하기 위해, 자기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조각을 했던 미모에게 조각을 하는 이유를 알려 준 건 결국 비올라였을 것이다. 비올라 오르시니와 미모는 서로에게 하나의 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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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빛이 허옇게 질릴 정도로 아찔한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사크라 수도원에 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다. 그는 수도원이 아닌데도 40년간 여기 머물렀고, 우연히도 이곳엔 피에타 석상이 비밀스럽게 유폐되어 있다. 그는 누구이며, 피에타 석상은 어째서 수도원 지하에 몇 겹의 보안 장치 속에 감금당한 것일까?

 

 

 

독자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사는 길지만(책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알 수 있음),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가난한 석공예가 아버지의 죽음은 미모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미모를 술주정뱅이 석공예가 알베르토 삼촌에게 보낸다. 도제가 올 줄 기다렸던 알베르토는 미모가 난쟁이라는 이유로 돌려보내려 한다. 어머니가 미모를 위해 준 돈으로 동업자로 함께 일하게 해주기로 했지만, 돈만 꿀꺽하고 미모를 무자비하게 대한다.

 

 

알베르토는 매우 개자식이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가족 같은 친구 별항을 만나고 그가 따온 일(오르시니 가문의 조각상 보수)을 하다가 비올라를 만나고, 더 훗날 그가 미모를 팔아넘기는 바람에 미모의 은인 필리포 메티를 만나게 된 거나 다름없으니 일찍 죽길 바랄 수도 없는 인물이었다.

 

 

오르시니 가문의 후작과 그의 부인은 보수적인 인물이라 비올라의 쓸모없이 특별한 영특함을 애써 무시하려고만 한다. 잘난(허무하게 죽어버렸지만) 형의 그늘에 가려 인정욕구에 목말라 있던 둘째 아들 스테파노는 파시즘의 세력에 물들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인정받을수록 그는 파시스트 행동대원이 되어가고 더욱 포악해진다. 미모에게 끔찍한 수모를 주는 장면은 너무 참담했다. 철두철미하고 호수처럼 늘 잔잔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사제가 되려는 프란체스코는 비올라의 셋째 오빠다. 선하고 진취적인 사람 같지만, 지극히 계산적이고 오르시니 가문을 일으키려고 미모의 재능을 이용하기도 한다.

 

 

비올라는 어릴 때부터 뭐든 한 번만 읽으면 바로 외워버리는 천재다. 아버지 몰래 서재에 있는 책을 읽으며 문학, 과학, 사회 전반적인 지식을 섭렵한. 밤이 되면 묘지에 누워 시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묘한 행동을 하지만, 그건 자유를 찾기 위해 잡는 지푸라기 같은 것이었다. 비올라는 구속이 많은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고, 날고 싶다.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 넌 좀비를 무서워하지만 네가 무서워해야 할 건 바로 그 세계라고. 그 세계는 죽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거든. 누구도 그것을 보고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그런 까닭에 그건 위험한 세계야. 그 세계는 저절로 무너져._145

 

 

V: 미모 비탈리아니,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 앞에서,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도울 것이며,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까?

 

M: 맹세합니다.

 

V: 그리고 나 비올라 오르시니, 나는 미모 비탈리아니가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미켈란젤로에 필적할 만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되도록 도울 것이며, 그가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다. _148

 

 

그래서 비올라는 정말 날게 될까?

미모는 미켈란젤로보다 위대한 조각가가 될까?

둘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엔딩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꾸준히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올해의 책 후보로 올려본다.

 




 

 

#열린책들 @openbooks21

#그녀를지키다

#장바티스트앙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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