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 하다 앤솔러지 5
김경욱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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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리뷰] “나는 그를 안다.” 어떤 의미로 읽히나요?

열린책들 하다 엔솔러지 다섯 번째 시리즈 『안다』는 ‘know’가 아니라 ‘hug’의 의미로 쓰인 이야기로 보입니다. 표지 그림 역시 양손으로 무언가를 그러안고 있는 모습이고요. 누군가를 안는다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알아주고 위로하는 행위이기도 하니 저에게 “안다”는 그저 단순한 포옹으로만 읽히지 않았답니다.

김경욱 작가의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에서도 그렇게 느꼈는데요. SF 소설가인 주인공은 청국장을 끓이다가 두부를 사러 나가 사라져 버린 어머니를 추적합니다. 집에는 아들이 셋이나 있었지만, 어머니가 즐겨 입는 옷이나 좋아하는 색깔조차 아는 이가 없는데요. 저 역시 아들 셋 맘으로서 이 대목에서 괜히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집에서 나갔다면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골목 CCTV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어머니. 주인공이 다니던 출판사까지 그만두고 어머니를 찾아 나선 이유는 단순히 돌봐야 할 식구가 없기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어머니가 사라지기 전날 밤, 어머니의 전화를 받지 못한 죄책감도 작용했을 겁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의미심장한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과거는 미래의 감옥. 오래도록 충분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p.9)

“... 나이는요? 스물둘입니다. 수감 당시 나이 말고요. 올해가 몇 년이죠? 유형지 연도로 2025년입니다. 그럼 여든······셋이겠네요.” (p.17)

어머니를 찾아 헤매는 시간은 곧 평생 몰랐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비로소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습니다. 남겨진 자들이 두려움을 놓아버리고 자유로워지는 순간, 비로소 실종된 이도 진정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요. 앎이 곧 품어 안음으로 치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섯 편의 단편 중에 가장 몰입해서 읽은 이야기였어요.

가장 기대했던 심윤경 작가의 <가짜 생일 파티>는 무해한 털뭉치들과 삶을 나눈 적이 있다면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우연히 주인공에게 찾아온 고양이가 석 달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너는데요. 이 소설은 단순히 반려묘에 대한 상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언니, 직장 동료, 후배와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은 오늘을 사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특히 동생을 몰아세우는 언니나 후배 신정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질 만큼, 인물들의 묘사가 생동감 넘칩니다.

전성태 작가의 <히치하이킹>은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미스터리한 인물 ‘장’을 따라가는 지영과 승호를 보며 걱정이 되어 내내 조마조마했는데요. 묘하게 찝찝하고 불편한 감정도 듭니다. 영호를 배반했다는 부채감이 독자에게까지 전이되는 불편함은, 작가가 정교하게 설계한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이현 작가의 <다시 한번>은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조금 짜증이 났던 작품입니다. 너무나 큰 실수들을 연발하며 터트리는 ‘용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미경’도 참 답답했는데요. 사실 저라도 내 친구가 아무리 엄청난 실수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손절하거나 마구 화를 내지는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실수까지도 기꺼이 포용하고 토닥여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우정의 모습이겠지요.

조경란 작가의 <그녀들>에는 인상적인 문장이 참 많았습니다. 주인공 영서는 그나마 그럴듯한 대학교 강사 자리마저 잃게 될까 늘 불안해하는 사람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주려는 의도로 설문지를 나눠주지만, 학생들은 원치 않는 자기소개서를 쓰게 했다며 영서를 학생 인권위에 신고해 버립니다. 사과를 강요받는 영서의 상황과 그로 인해 얻게 된 공황장애는 현대 사회의 단절된 소통을 보여주는 듯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윤 선배와 시인 오의 삼각관계보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사과하라’는 학생들의 태도가 시사하는 바가 훨씬 크게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아이 때문에 뒷목 잡고 심호흡을 하다가도, 일부러라도 “요놈아~ 말 좀 잘 들어라~” 하며 안아주면 제 분노도, 아이의 속상함도 스르르 녹아내릴 때가 있는데요.

‘안다’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타인의 진짜 마음과 그 이면의 아픔까지 ‘알아주고’, 기꺼이 품으로 ‘안아주는’ 행위. 우리 사회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연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 저녁,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가만히 안아주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주간심송#주간심송필사이벤트

#열린책들#하다엔솔러지시리즈

#책리뷰#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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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참 괜찮은 어른
이서원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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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에 크게 놀라지 않고 작은 기쁨에 크게 기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광고]

 

 

완벽하지 않아도 참 괜찮은 어른

이서원 지음

마이디어북스(마디북)

 

 

 

한 번 봐주라” -관용-

 

냉장고에 우유가 있는데 또 사 오고, 있는 반찬 대신 라면을 끓여주고, 멸치 한 마리 남은 도시락을 도로 냉장고에 넣어두는 남편. 아내는 울화통이 터집니다.

 

알고 보니 우유 통 모양이 달라 헷갈렸고, 아이들이 반찬 투정을 해 라면을 끓여줬으며, 멸치 반찬을 너무 좋아해 버리기 아까웠던 거라면요? 이제 좀 이해가 가시나요?

 

작가(상담사)는 남편에게 너무 이상적이지만, 아내가 이렇게 말해보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아유, 우리 남편이 우유가 있는 걸 못 보고 한 통을 또 사 왔나 보네.” “에구, 하여튼 남자들은 애나 어른이나 라면 사랑은 못 말려.” “여보, 멸치가 그렇게 좋아?”

남편은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듣기만 해도 너무 좋을 거라 말합니다.

 

사실 예전엔 저도 울화통 터지는 아내에 가까웠습니다. 씻기 귀찮은 텀블러만 쏙 빼놓고 설거지하는 신랑, 아이들에게 홀랑 라면을 끓여 먹이거나 빨래를 개지는 않는 신랑, 책 좀 읽어주라니 먼저 잠들어버리는 신랑을 보며 불만이 일었거든요.

 

이왕 하는 거 깔끔하게 하지, 건강식 좀 챙겨주지, 빨래는 왜 꺼내 놓기만 하나.’

싸움은 이런 일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해요. 30년간 가족 상담을 해 온 작가는 결과만 따지고 들면 살아남을 부부가 없지만, 의도를 읽어줘서 죽을 부부도 없다라고 말합니다.

 

 

저도 언젠가부터 시선을 조금 달리하게 됐는데요. 바쁜 저를 위해 설거지를 해주는 마음이 감동이고, 아빠에게도 라면 끓여줄 자유는 있어야지 싶고요. 새벽같이 일하고 와서 빨래에 신경을 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다가옵니다. 누구에게나 하기 싫은 일이 있듯, 신랑에겐 책 읽어주기가 그런가 보다 이해하게 되고요(제게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같은?).

 

 

작가는 이를 관용이라 부릅니다. 관용을 베풀어 가볍게 넘어갈 때 남편 눈에 아내가 부처나 예수처럼 보인다라고 하죠.

 

부부 사이는 사소한 것이 거대한 것이다. 사소한 일 하나에 부부의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드러나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보인다. 내 기준으로만 상대를 바라보지 말고 살짝 한 걸음 떨어져 그 의도를 읽어보자. 이게 성숙한 배우자의 자세이고, 좋은 어른의 태도다._p251

 

 

돌이켜보면 저 또한 신랑의 관용 속에 살고 있더군요. 제 잦은 실수에도 탓하기보다 허허 웃어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이는 비단 부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부모 자식, 동료 사이에서도 사소한 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집니다. 조금만 너그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면 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절반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 책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장면에서 내 속에 아이를 재워두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어른을 깨워내는 방법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마음대로 되는 게 마음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부정적인 상황조차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석할 줄 아는, 누구에게든 배울 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점입소 점귀대하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가만있어 보자하며 한 박자 쉴 수 있는, 고만할 때를 아는, ······.

 

이런 삶의 태도를 하나씩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완벽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어요. 그저 조금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 보는 겁니다. 같이 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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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 우울증 -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고장 나 버린 사람들
주디스 조셉 지음, 문선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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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지원] 겉은 멀쩡한데... 속은 늘 고장 난 느낌? 🔋 나만 이런가 싶어 혼자 삭히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 ✨




#고기능우울증 #주디스조셉 지음 #문선진 옮김 #포르스트북스

악, 이 책이 제 심장을 쳤습니다. 💔 자기계발 중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예요.

작가는 '고기능 우울증'의 핵심을 콕 짚어줍니다.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이 병의 두 핵심 구성 요소는 바로 늘 무기력하고 삶의 기쁨을 못 느끼는 '무쾌감증'과, 타인을 기쁘게 하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자기희생적 마조히즘'이라고 합니다. 🤦‍♀️

우리는 트라우마를 떨쳐내려 미친 듯 일에 몰두하고, 그게 심지어 칭찬까지 받으니 (일이 곧 코카인), 내 영혼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달리게 되는 겁니다.

더 무서운 사실! 사람들이 실제로 우울해서 상담사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결혼 생활이 뜻대로 안 풀려서", "자녀들이 소통을 거부해서" 등 현실 문제 때문에 찾아간다는 건데요. 근원이 트라우마에 의해 촉발된 증상인 줄도 모른 채, 현실 문제만 붙잡고 씨름하는 겁니다.

하지만 희망이 있습니다! 💫 작가는 자신이 개발한 고기능 우울증 치료법, ‘5V 원칙’을 통해 독자들을 고기능 우울증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5V 원칙 "고기능 우울증을 빠져나오는 실천 가이드"

V1 인정 (Validation): 내 트라우마, 감정, 반응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V2 감정 환기 (Venting): 말하기, 털어놓기

V3 가치 (Values):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재발견하기

V4 활력 (Vitals):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

V5 비전 (Vision): 회복 이후의 삶을 그려보기

특히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데요.

“자신만의 기쁨을 발견하는 고고학자가 되어라!”_p241

우리는 타인의 기대와 기쁨에 몰두하거나 미래에 다가올 기쁨에만 집중하느라 나만의 기쁨이나 지금 현실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쁨을 놓치고 살곤 합니다.

기쁨이 너무 오래 묻혀서, 삽으로 한 번이 아니라 모래솔로 조심스럽게 쓸어 올려야 할 것 같은 사람들... 정말 많잖아요.

"나는 당신이 배트맨처럼 논리적이고 선한 마음을 지니면서도, 조커처럼 삶에서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비유가 훅 와닿더라고요. 🤣

V4 활력(Vitals) 파트에서 작가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손톱 깨짐, 턱 문제)을 놓치면 큰 사고가 난다고 경고하는데요. 하인리히 법칙이 생각나더라고요. 보통 막을 수 있는 큰 재난에 빗대어 사용하는 말이지만 우리 개인에게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한 법칙이었어요. 심지어 작가의 친구는 너무 무리해서 일하다 보니 가성 발작까지 일으켰다고 합니다. 수많은 경고를 무시한 결과는 꽤나 가혹합니다.

엔딩에서 작가는 자신이 완전히 무너졌던 경험을 이야기해요. 온전히 의지하던 친구의 죽음은 그녀를 저기능 우울증으로 몰아넣었고 상담사가 아닌 내담자의 자리에 앉게 했죠. EMDR(안구 운동 민감 소실 재처리 요법)이라는 트라우마로부터 회복을 돕는 심리 치료 기법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재경험해요. 이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결국 트라우마의 상황으로 돌아가 내 상처를 끄집어내고 인정하는 데서 치유는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덮을 때쯤이면 가벼운 고기능 우울증의 경우, 5V 원칙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깁니다.

최근 몰아치는 일들로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불규칙적인 식사까지 나쁜 습관은 죄다 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어요. “고기능 우울증”이란 용어가 생겨난 지는 이미 꽤 되었다는데 저는 처음 들었어요. 하지만 이미 이름에서 어떤 우울증을 말하는 건지 직감했고 자기계발 중독 시대, 성과주의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일 것이라 예상했고요. 그 예상은 적중했답니다.

지금 온몸과 뇌가 당신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진 않은가요? 잠시 눈을 감고 모든 메신저를 차단하고 오롯이 너무 작아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이키다서평단#우울증#마조히즘#무쾌감증#5V원칙#북리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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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첫 번째 연습실
김민영 지음 / 노르웨이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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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독서 모임을 왜 하나요? [제작비지원]

#내삶을위한독서모임

#김민영 지음

#노르웨이숲

이미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제게(매우 주관적으로) 이 책이 주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 문장이었어요.

“넌 독서 모임을 왜 하니?”

누군가는 억지로라도 책을 꾸준히 읽기 위해서 독서 모임에 참가한다지만,

누가 뜯어말려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활자중독자가 된 제겐 해당 사항이 아니죠.

작가는 “‘저는’ 대신 ‘작가’를 주어로 쓰면 더 깔끔하다”고 조언해주었는데요,

그래서 오늘 리뷰에서도 저 역시 그 방식을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작가는 “책 읽기가 게을러질 때” 독서 모임을 돌아보라며 <독서 모임의 목적> 체크리스트를 실어두었어요.

사실 제가 요즘 독서 모임에 나갈 때 시간에 쫓겨 책만 겨우 읽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상태로 참석하고 있거든요.

지난번에 한 번은 책의 엔딩을 확인하지 못하고 독서 모임에 참가해서 혼자 엉뚱한 소리를 할 뻔한 적도 있고요(엄청난 반전이 있었어요).

친한 언니들과 하는 소규모 독서 모임은 지나치게 편안한 분위기라 자꾸만 마음이 나태해짐을 느낍니다. 물론 제 나름의 핑곗거리가 있긴 하지만요. 『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은 이런 제게 독서 모임의 목적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 책입니다.

“독서 모임 경력 20년, 지금까지 만든 독서 모임만 5백여 개, 참여 횟수는 3천 회가 넘는 독서 모임 전문가”인 김민영 작가는 20년간 쌓아온 독서 모임 관련 정보와 팁들을 아낌없이 책에 담았어요. 독서 모임을 너무 사랑해서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달리기도 하게 되었다고 하니 그 열정과 애정이 남다르죠?

강창래 인문학자는 “책은 한 권 한 권의 ‘잘 정리된’ 편견”이라고 말했다는데요. 그렇다면 다양한 책을 읽으면 잘 정리된 다양한 편견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해요.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편견을 만나게 됩니다.

독서력을 키우면, 생각의 옥석을 가리는 힘이 생겨

편견의 무게까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바로미터를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_p16

독서 모임의 장점 중 하나는 독서 편식을 극복하게 돕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것이든 한쪽의 정보만 흡수하다 보면 사고의 균형이 깨지고 편협한 시각을 가지게 되는데요,

작가는 “그 상태를 벗어나려면 기분 위주의 독서에서 생각 중심의 독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탄에서 질문으로.”

독서 모임은 이런 성장을 돕는 발판이 되어줍니다.

이 책이 독서 모임에 관련된 책 중에서도 특히 매력적인 점은 정보의 디테일과 투명한 경험담에 있습니다.

단기 기억력이 심하게 달리는 제게 필요한 “생각을 놓치지 않는 독서 메모의 기술”,

늘 헷갈렸던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

상대를 배려하면서 의견을 덧붙이는 방법,

“독후 소감과 참여 소감의 차이(구체적 사례)”,

투머치 토커 회원 대처법,

모르는 책 이야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 등

실제 독서 모임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장면들을 해결하는 팁이 가득합니다.

독서 모임하기 좋은 책 리스트는 기본이고요!

작가는 불편했던 회원의 말과 행동, 잘 맞지 않는 회원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하는데요. 솔직함은 진정성을 느끼게 하고 더욱 신뢰감을 줍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음이 위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20년 경력 독서 모임 전문가이면서도 참가자들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태도는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이미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거나 활발하게 참가하고 있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단순한 안내서가 아니라, 독서 모임이라는 세계를 한 단계 더 확장시키는 초대장처럼 느껴질 거예요.

개인적으로 저는 늘 고정된 독서 모임에서 친숙한 회원들과만 소통하는 편이라 일회성 독서 모임에 참가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낯선 독서 모임에서 나의 모습이 어떤지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뭔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독서 모임 운영자나 참가자들에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에도 좋을 책입니다.

그대는 왜 독서 모임을 하고 싶나요?

혹은 왜 독서 모임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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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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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해독제같은 소설! [광고]

여러분, 스토너 어땠어요?

저는 그 지루할 정도의 잔잔함이 어느 순간 답답함으로 변하더니, 분노와 안타까움까지 밀려왔어요. 반전도 없고 사이다 한 방도 없는 그 책이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는지, 읽고 한참 후에야 알았거든요. ‘스토너’라는 한 사람이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 우리 삶 같았던 거예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는데 스토너가 자꾸 생각났어요.

초반에 작가와 작품명이 줄줄이 나열되고, 문장도 길고, “아… 이 책 쉽지 않겠다!” 싶었던 것도 솔직한 감상이었고요. 사실 주인공 도이치가 <잠 못 드는 밤을 위해> 원고를 보며 혼잣말하던 문장을, 작가에게도 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죽 훑어보니 읽을거리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듯했지만,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_197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도이치가 집착하게 된 그 한 문장 —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 말의 ‘진짜 출처’를 찾기 위한 여정에 완전히 동참하고 있더라고요.

이 문장은 도이치의 똑똑한 딸 노리카와 문학엔 관심 없지만, 사교성 좋은 아내 아키고가 차를 마시다가 티백 꼬리표에서 발견해요. 그런데 거기에 ‘괴테’라고 적혀 있는 게 문제였죠. 일본의 괴테 연구 일인자인 도이치는 그 문장이 도무지 어디서 나온 건지 알 길이 없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이 문장의 출처를 찾기 위한 여정은 R.O.T.A 모노그램이 쓰즈키의 손끝이 가는 방향에 따라 ‘바퀴’가 되었다가 ‘성경’, ‘타로’로 이어지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이어줍니다. 동료이자 오랜 친구 시카리 교수의 날조와 도용 이슈는 그를 쓰즈키와 이어줬고, 그 쓰즈키와 선만남은 딸을 통한 후만남에 긍정적 영향을 줬죠. 도이치가 은근히 무시하던(제가 보기엔 좀 그랬어요) 아내의 취미도 결국 이 문장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는 실마리가 돼요.

작가는 독자를 자기 편으로 데려오는 데 정말 능숙합니다.

별 관심 없던 괴테가 갑자기 궁금해지고,

말로만 듣던 파우스트가 정말 읽어보고 싶어져요.

작은 반전 두 번도 꽤 재미있고요.

이신의 정체는 살짝 예상했는데, 쓰즈키는 정말 반전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의 제목.

도이치의 독일 친구 요한이 30년 전에 해준 말.

바이마르에서는 농담처럼 쓰였다는 말.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이 문장이 품은 뜻은 결국 무엇일까요?

세상엔 이미 너무 많은 말과 표현들이 있고, 더 새로울 게 남았나 싶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거더라고요.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의미를 가진다.”

자극적인 소설에 피로가 쌓여 해독이 필요할 때, 이런 소설 한 권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번역자 이지수 님 덕분에 한국 독자만 알게 되는 ‘등장인물 이름의 비밀’까지!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답게 작명 센스가 기가 막혀요.

저는 특히 시카리 노리후미가 너무 인상 깊었어요.

궁금하다면, 꼭 옮긴이의 말까지 읽어보세요.

#괴테는모든것을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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