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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도파민 해독제같은 소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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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스토너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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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지루할 정도의 잔잔함이 어느 순간 답답함으로 변하더니, 분노와 안타까움까지 밀려왔어요. 반전도 없고 사이다 한 방도 없는 그 책이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는지, 읽고 한참 후에야 알았거든요. ‘스토너’라는 한 사람이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 우리 삶 같았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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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는데 스토너가 자꾸 생각났어요.
초반에 작가와 작품명이 줄줄이 나열되고, 문장도 길고, “아… 이 책 쉽지 않겠다!” 싶었던 것도 솔직한 감상이었고요. 사실 주인공 도이치가 <잠 못 드는 밤을 위해> 원고를 보며 혼잣말하던 문장을, 작가에게도 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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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죽 훑어보니 읽을거리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듯했지만,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_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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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도이치가 집착하게 된 그 한 문장 —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 말의 ‘진짜 출처’를 찾기 위한 여정에 완전히 동참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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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도이치의 똑똑한 딸 노리카와 문학엔 관심 없지만, 사교성 좋은 아내 아키고가 차를 마시다가 티백 꼬리표에서 발견해요. 그런데 거기에 ‘괴테’라고 적혀 있는 게 문제였죠. 일본의 괴테 연구 일인자인 도이치는 그 문장이 도무지 어디서 나온 건지 알 길이 없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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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의 출처를 찾기 위한 여정은 R.O.T.A 모노그램이 쓰즈키의 손끝이 가는 방향에 따라 ‘바퀴’가 되었다가 ‘성경’, ‘타로’로 이어지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이어줍니다. 동료이자 오랜 친구 시카리 교수의 날조와 도용 이슈는 그를 쓰즈키와 이어줬고, 그 쓰즈키와 선만남은 딸을 통한 후만남에 긍정적 영향을 줬죠. 도이치가 은근히 무시하던(제가 보기엔 좀 그랬어요) 아내의 취미도 결국 이 문장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는 실마리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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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독자를 자기 편으로 데려오는 데 정말 능숙합니다.
별 관심 없던 괴테가 갑자기 궁금해지고,
말로만 듣던 파우스트가 정말 읽어보고 싶어져요.
작은 반전 두 번도 꽤 재미있고요.
이신의 정체는 살짝 예상했는데, 쓰즈키는 정말 반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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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의 제목.
도이치의 독일 친구 요한이 30년 전에 해준 말.
바이마르에서는 농담처럼 쓰였다는 말.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이 문장이 품은 뜻은 결국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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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이미 너무 많은 말과 표현들이 있고, 더 새로울 게 남았나 싶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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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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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설에 피로가 쌓여 해독이 필요할 때, 이런 소설 한 권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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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번역자 이지수 님 덕분에 한국 독자만 알게 되는 ‘등장인물 이름의 비밀’까지!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답게 작명 센스가 기가 막혀요.
저는 특히 시카리 노리후미가 너무 인상 깊었어요.
궁금하다면, 꼭 옮긴이의 말까지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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