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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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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하고 물었더니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 맛있어.”라고 대답했다.
별거 아닌 말이지만 그건 가족을 살리는 첫마디였다.」 _프롤로그
작가의 몸무게를 늘어나게 하고, 아들의 얼굴에 미소를 찾아주고 말과 목소리를 끌어 내준 말이다. 나도 “맛있어”란 한 마디의 힘을 조금 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밥 차리는 일이 가장 재미없고 힘들다. 가족을 위해 제법 큰 희생을 한 끝내 차려낸 밥상에서 “맛있어!”와 ‘엄지척’을 받으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식사 분위기도 밝아진다. 어쩌면 “맛있어”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하고 괜찮음을 알렸을지도 모르겠다. 말의 힘은 참 크다.
이 책은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영화감독, 뮤지션이자,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원작 소설인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저자인 츠지 히토나리가 싱글 파파가 된 이후 열네 살 아들이 열여덟 살 성인이 되기까지 파리에서 함께한 기록이다.
솔직히 초반에는 문장이 밋밋한 느낌에 바로 글에 몰입하지 못했는데 읽을수록 싱글 대디와 아들의 일상과 대화에 빠져들게 되는 묘한 경험을 했다. 저자가 일기처럼 기록해 둔 글이기에 문장이 너무 화려했다면 꾸민듯한 느낌이 들어 진정성이 떨어졌을 것 같다.
아들의 열네 살 크리스마스, 파리의 여느 가정처럼 온 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아빠와 아들 단둘이 침대에 나란히 앉아 스팅의 잉글리시맨 인 뉴욕을 연주하는 모습도 얼마나 멋진가! 이 부자의 삶에 더 애정을 가지고 보게 된 첫 번째 포인트다. 아들과 둘이 기타 연주해 보고 싶은 나의 로망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방학 한 달 동안 아이들의 밥 세 끼와 간식 두 타임을 챙겨주는 것만으로 극한직업체험을 하는 느낌인데(나는 요리가 싫다), 매 끼니 때 마다 집밥을 해주면서 글을 쓰고 음악을 하는 아빠가 대단해 보였다. 아빠 몰래 애착 인형을 흠뻑 적실 정도로 마음이 아팠을 아들이 제법 훌륭한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좋은 교우 관계를 유지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는 데 ‘아빠의 정성이 담긴 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 밥은 그냥 밥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이었음을 아들도 알았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같은 시간에 마주보며 식사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또 한 가지 더, 아빠와 아들의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음악’이다.
「음악이란 이럴 때 편리하다. 쓸데없는 대화가 필요 없다. 뜻밖에도 즐거운 밤이 되었다. ‘이런 아빠도 존재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하니 나로서도 기뻤다.」 _132
아니, 키도 크고 공부도 알아서 잘하고 음악도 독학으로 다 해내고 운동도 잘하는 아들이라니! 너무 완벽해서 살짝 심통이 나려고 할 때쯤, 드디어 아들 험담을 풀어 놓는다. (왜 반갑지? 사람 심보란..) 열여섯 살의 아들은 아빠에게만 세상 무뚝뚝하고 쌀쌀맞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을 때가 많고, 가끔은 “지금 바빠, 나중에 해.”라고 한 마디 툭 던지고는 일어나 버리기도 한다. 화를 내도 되고, 무시해도 되지만 부자 둘만 사는 가족이니까 잘 지내고 싶은 게 나의 마음이다...친구를 대할 때는 완전히 딴판으로 바뀐다. 아들 방에서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면 내는 듯한 아양 떠는 목소리가 울려 나올 때면 이중인격 아닌지, 이 또한 걱정된다.」 _165, 166
이제 곧 우리 집에도 이중인격이 세 명 생길까 두려워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도 중요한 결정과 큰 고민이 있을 때면 아빠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아들이 내 자식도 아닌데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언제든 상의할 일이 있을 때 내 방문을 두드릴 수 있게 아이들의 같잖은 이야기들도 잘 들어줘야지 다짐한다.
이 부자의 이야기에서 나는 자꾸 나와 아이들의 관계를 비춰본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 아이가 열네 살, 열여섯 살, 열여덟 살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되겠구나. 멋지게 성장할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보며 미소지어 보기도 하면서.
「내가 건강할 때 아들이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멀리서 지켜보는, 한 사람의 아빠로 남고 싶다.」 _325
부디 저자의 소망이 이뤄지길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