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밖으로 풀빛 그림 아이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지음 / 풀빛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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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밖으로

#엔히키코제르모레이라

#풀빛출판사

 


한 번 보고,

또 보고,

세 번 봤다.

볼 때마다 안 보이던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고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그림책이다.

 

 

글이 없이 그림만 있는 그림책은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보면

그 참 맛을 느끼지 못하고 덮어 버릴 수 있다.

여유가 없으면 꼼꼼히 들여다 보고 곰곰이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을 받고 대충 넘겨볼 때는 그저 전염병이나 궂은 날씨로 집에만 갇혀 있던

소녀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어 신나게 뛰어다니며 날아갈 듯한 마음을 표현한 책인가 보다 했다.

'볼로냐 라가치상', '세르파 국제 그림책 대상', '나미콩쿠르 금상'을 수상할 정도인가? 

속으로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두 번째 볼 때는 

곳곳에 숨은 웃음 포인트들이 보였다.

밖에 나가도 된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은 이미 문밖에 나가있음을 표현하듯

뱀처럼 길어진 소녀의 몸이라든가,

밖에 나가 맑고 푸른 하늘을 보는 순간 빛나는 소녀의 눈빛이라든가,

소녀가 하늘을 날아갈 때 땅과 강에 드리워진 귀여운 그림자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 말고도 더 있다)

 

세 번째 볼 때는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진 것들이 보였다.

 

 

 

구름으로 온통 뒤덮여 있던 마을이 구름이 걷히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첫 장면,

구름은 미세먼지일지도 모르고

코로나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

그저 오랜 비를 몰고온 장마구름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뭔지 모르지만 소녀의 감옥이었던 무언가가 사라지자

소녀는 맨발로 뛰쳐나가려 하고 

누군지 모를 어른이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한다고 일러준다.

 

 

굳이 신발을 강조한 이유가 뭘까?

코로나 감옥의 끝이었다면 신발은 마스크일지도 모르겠고,

코로나가 끝났지만 여전히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신발은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푸른 하늘을 보고 눈을 반짝이는 소녀의 등을 바람이 살짝 밀어 올려주는 장면에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든 이에게 훅 등을 밀어주는 바람같은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소녀가 하늘을 날고

거대한 숲을 탐험하고

신나게 춤을 추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처럼

자기를 마음 껏 탐색해 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저 귀여운 소녀의 바깥 세상 탐험기로 보아도 사랑스럽고

닫힌 공간에 스스로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으로 보아도 좋고

늘 당연하게 누리던 아름다운 '자연'과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으로 보아도 좋다.

 

 

이 책을 읽은 모두와 감상을 나눠보고 싶다.

당장 우리 아들들의 감상부터 물어봐야겠다. 

 

 

 

 

 

*풀빛 북클럽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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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 - 기적의 진통제는 어쩌다 죽음의 마약이 되었나
벤 웨스트호프 지음, 장정문 옮김 / 소우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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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
#벤웨스트호프
#소우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지역사회를 초토화하며 정부 기관을 혼란에 빠뜨린 유해하고 불법적인 합성 마약 산업에 대한 최초의 심층 조사 보고서!」 _소개글




몇 달 전, 뉴스를 통해 본 마약으로 인해 ‘좀비 도시’가 되어버린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달러의 나라 미국이란 대단한 나라에서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약물성 마약 중독이 55세 미만 성인의 사망 원인 1위가 될 때까지 미국 정부는 무얼 한 건가!




마약 청정지역이었던 우리나라 강남 학원가에 등장한 마약 음료 사건을 보고 대한민국도 안전지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되는 시점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더 집중하게 됐다. 마약은 우리 삶과 먼 이야기였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의 문제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는데 한 도시를 집어삼키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으며 다크웹을 통해 그 높은 위험성에 반해 접근성은 너무 쉬워지는 현상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마약은 꼭 힘든 현실을 도피하려거나, 인생이 너무 지루해 더 강한 쾌락을 찾는 사람들만 중독되는 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미국인이 처방받은 약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약물에 중독되고 있었다.



수상경력이 빛나는 탐사 전문 기자인 저자 벤 웨스트호프는 로스앤젤레스 갱단부터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분쟁, 정부의 부정부패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고 한다. 이 책은 무려 160명과의 인터뷰와 수백 건의 문헌 검토에 더해 전 세계 마약 거래 현장 및 실험실에 직접 위장 잠입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폴 얀센이 개발해낸 기적의 진통제 펜타닐의 중독성 문제, 펜타닐 유사체의 무한 생성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물의 불법 유통, MDMA가 사람들의 정신에 도움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믿었던 사이키델릭 화학자 사샤 술긴의 의도와 달리 MDMA가 불순물과 섞여 위험한 마약으로 둔갑해 레이브 무대로 뻗어 나가는 과정, 각국의 마약왕, 검사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선택한 가짜 마리화나 K2의 강력한 효과와 금단현상, 부유한 교외 지역인 텍사스주 맥키니의 우등생들 사이에 유행한 가짜 LSD(환각제) N-폭탄,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 멕시코 카르텔, 공식적으로는 펜타닐을 통제하겠다 하고 암묵적으로 펜타닐 전구체 개발과 수출을 독려(?)하는 중국의 이중성(신 아편전쟁이라고도 불림) 등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시도와 개발은 대체로 좋은 의도로 시작되지만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더 새롭고 좋은 약물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악덕 화학자나 마약 제조 판매자로 인해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펜타닐 유사체와 합성 카나비노이드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니 말이다.
화학 구조를 조금 변형해서 (아직은) 합법적인 신종 마약을 끊임없이 생산해서 무책임하게 판매하는 중국 거대 기업 위안청의 행태에 정말 화가 났다. 그런 기업이 여러 상을 받고 국가로부터 제도적 지원까지 받았다니 오로지 목표한 개발과 성장에 눈이 먼 게 아닌가 싶다.



저자는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마약 문제에 대처해온 불법화와 감금, 처벌의 방법이 옳지 않다고 말한다. ‘피해 감소’ 정책을 소개하고 실제로 마약을 불법화하지 않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돕는 마약 투여실을 운영하고 있는 슬로베니아의 사례를 소개한다. 마약을 권장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투여실이냐! 노발대발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아직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안 하던 사람도 마약을 하게 되진 않을지, 그 세금을 어떻게 감당할지 등의 우려에 대한 답도 꽤 명확하게 해준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나라가 망설이고 있고 판매자조차 그 성분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마약을 판매하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당장 내 일은 아니지만, 꼭 알아야 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제발, 유럽과 미국의 축제에서 마약을 하는 문화와 사이키델릭 문화가 우리나라에는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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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책 좀 읽게 해주세요
양혜정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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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책좀읽게해주세요

#양혜정

#행성B

 

 

 

 

다짜고짜 문제 나갑니다!

 

<교과서 내용을 이해 못하는 아이들, 지문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묻는 아이들, 필기 내용을 두세 번씩 설명해도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들, 계속 단어 뜻을 물어보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뭘까요~?

 

독서로 쌓아 올려야 하는 공부 기초 체력이 없다!

 

 

 

아이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좋은 음식과 보양식을 챙기듯,

독서도 그래야 한다고 해요. 어린 시절부터 책을 골고루 잘 읽게끔 신경을 써주어야

평생 공부 체력이 생긴답니다!

 

 

 

<소공녀>가 양혜정 선생님의 인생책이 된 이유는 시골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집에서는 할머니가 공주처럼 떠받들어 줬는데 울산 도시 학교에서 한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모욕적인 오해와 집에선 동생들을 챙겨야 했던 자신의 처지를 소공녀의 삶에 빗대어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우울하고 힘든 시기를 <소공녀>란 책을 닳아지도록 읽으며 극복해 낸 것이지요. 우리 둘째도 <긴긴밤>을 읽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긴긴밤> 같은 책을 찾아달라고 했고 제가 <푸른 사자 와니니>를 추천해주자 내리 4권을 읽어버리더라고요.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던 읽기 수준이었는데 덕분에 독서력이 한 단계 높아졌어요.

 

 

 

부모님의 잊지 못할 독서 경험을 아이에게 들려줘라! 아이들도 평생 친구가 될 책을 찾고 싶어질 것이다.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인간 고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독서다.

(복합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인적 자원 관리 능력, 협업 능력, 감성 지능, 의사 결정 능력, 서비스 지향성, 협상 능력, 인지적 유연성 등 10가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의 핵심 역량)

 

 

 

저는 아직도 궁금한 정보를 초록창에 먼저 검색하는데요. 요즘 아이들은 바로 유튜브를 열더라고요. 아이들은 영상이 글보다 구체적이고 쉬우며 현장감이 있어서 좋다고 해요. 중학교 3학년생 921명을 대상으로 한 책맹 실태 분석의 결과, 50%에 가까운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고 이유는 스마트 폰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며, 그렇게 된 계기는 41.95%스마트폰 취득 때부터라고 해요. 그렇게 책을 읽지 않다가 결국엔 못! 읽게 되는 거랍니다.

 

 

 

양혜정 선생님은 책이 싫다. 글쓰기 싫다, 선생님 싫다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읽어주고 칭찬할 거리를 찾아 마음을 열게 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꾸준히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해줍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거부하지만, 차츰 마음을 열고 귀를 열고 눈과 생각을 열어가요. 그 과정이 심리치료 과정과 유사해 선생님은 독서 지도를 넘어 독서 치료를 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선생님이 책에 남겨주신 소중한 독서 지도 방법(카드 뉴스로 정리)들은 정말 유용해 보여요. 다만, 부모의 노력 없이는 언감생심이긴 하죠. 절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어요.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잘 읽고 잘 쓰게 만들고 싶다면 부모도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해요.

 

 

제가 잘 하고 있는 것은 제가 꾸준히 독서하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독서 시간을 하루 일과에 넣어 둔 점 외에 크게 발견하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좀더 편안하게 독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크기가 딱 맞아 거실 장에 끼워두었던 슬램덩크 만화책(첫째는 집에 오면 간식 시간을 먹으며 슬램덩크 한 권을 꼭 본답니다)을 좀더 깊숙한 곳에 넣어두려고 해요. 굴러다니는 검색용 핸드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넣고요.

 

 

너무 당연한데 놓치고 있었던 칭찬하기에 더 집중해보려고요. 집에 오자마자 트집을 잡아 짜증을 시작하는 막둥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칭찬할 거리가 없는 날이 많은데요. ㅋㅋㅋ 오늘은 미술 보충도 있고 음악 줄넘기 방과 후도 있어서 일과가 빡빡한 날이에요. 피곤한 스케줄을 씩씩하게 잘 해내고 왔다고 칭찬해줘야겠어요.

 

 

 

저자 양혜정 선생님은 아이와 주 1, 규칙적으로 독서 후 토의를 하고 있는데요. 환경 관련 책으로 늘 추천하는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같이 읽고 딸이 스스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바꿔야 할 생활습관들을 점검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참 부러웠어요. 저는 늘 제가 읽고 전달하는 식이라 아이들에게 어쩌면 잔소리처럼 들렸을 수 있거든요. 맞는 말이지만 듣고 싶지 않은 게 잔소리잖아요. 조금 쉬운 책을 세 아이와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동생의 말이라면 무시부터 하고 보는 큰 형의 태도를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진지하게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 정말 흥미로울 것 같은데.. 아마 엄청난 당근이 필요할 것 같긴 하네요.

 

 

 

토론 시간이 엄마 잔소리의 장이 되지 않으려면 아이와 의논해서 말하는 순서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둬야겠어요!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 소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첫째가 떠올랐어요. 물론 셋 다 글쓰기를 즐기지는 않지만 둘째는 문법이고 맞춤법이고 무시하고 뚝딱 글을 쉽게 써내고 막둥이는 자기 생각을 적어 보는 게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근데 왜 안 하는지는 모르겠고요) 근데 두꺼운 책을 한 자리에서 완전히 몰입해서 읽어내면서도 글쓰기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붙들고 용을 쓰다가 결국 저에게 sos를 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챕터를 특히 집중해서 보았답니다.

 

 

5장에는 선생님의 제자들 사례가 나오는데요. 너무 바빠 독서 시간을 만들지 못하던 아이가 선생님의 묵묵한 응원과 위로에 스스로 시간을 만들기도 하고, 책에서 판타지 소설가의 꿈을 찾은 아이, 독서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지식으로 학교에서 활약을 한 경험 이후 학교 생활까지 즐기게 된 아이, 부모님이 핸드폰을 끄고 책 일기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독서 부장이 되어 스스로 핸드폰을 멀리하고자 마음 먹게 된 아이, 독서 토론과 발표 연습을 통해 조리있고 자신있게 말을 잘 하게 된 아이...

 

 

독자인 저도 이리 기분이 좋은데 선생님은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뿌듯하셨을까~ 싶네요. 우리 아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가 잘 이끌어 주는 것이 가자 중요한 것 같아요. 여의치 않다면 양혜정 선생님 같은 독서 지도사를 찾아 나서야겠죠. 하지만 아무리 좋은 독서 지도사가 있어도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아이는 거의 없다. 누군가는 아이를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한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그 길을 가르쳐줘야 한다._오빌 프레스콧 (p261)

 

 

우선 이 책을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내가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었는지, 또 어떤 건 제법 잘하고 있었는지 파악하고 정비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 와우 부록도 정말 유용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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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5
에밀리 브론테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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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인데도 여전히 충격적이고 섬뜩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정리한 내용이 2000자가 넘었는데 책을 덮고 보니 처음부터 다시 써야만 했다.

 

 

 

잔인하고 야만적인 주인공 히스클리프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언행과 그의 하인이 조지프의 광적이고 비정상적인 신앙, 캐서린의 이기적인 모습 등에 화가 나서 그들의 사랑의 진정성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히스클리프의 불행한 출신과 어린 시절 워더링 하이츠에서 힌들리와 하인 조지프로부터 겪은 학대도 훗날 그가 저지르는 악행들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그를 비난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기의 보호막이 되어줄 어른의 부재에서 히스클리프를 영혼의 단짝으로 여겼던 캐서린 언쇼, 강제로 히스클리프와 분리되고 그가 돌연 사라지면서 느끼게 된 상실감도 역시 그녀의 이기적인 행동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내 눈에는 캐서린 언쇼를 사랑한 댓가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에드거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삶만 더 크게 보였다. 무고한 사람이 불행을 뒤집어쓰게 되는 게 못마땅했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부터 냉정함을 찾아가고 주인공을 미워하는 감정에서 조금 빠져나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갑작스런 에드거 린턴의 청혼을 받고 캐서린이 넬(캐서린의 보모이자 하녀)에게 히스클리프랑 혼인하면 내 격이 떨어지고. 그러니까 내가 걜 얼마나 사랑하는지 걔는 절대 알면 안돼.’라고 말하는 걸 들은 히스클리프는 잠적해버린다. 신분제란 배경이 없었다면 <폭풍의 언덕>은 애초에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발단은 뭘까? 화근이 된 건 누굴까?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선물 대신 검고 꾀죄죄한 아이(히스클리프)를 안고 나타난 캐서린 언쇼의 아버지? 그를 괴물 취급하며 배척하고 학대한 집안사람들?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스스로 삶을 망가뜨리고 동생과 히스클리프를 학대한 힌들리 언쇼? 둘의 사랑을 가로막은 계급사회?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결정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리 막지 못한 하녀 엘렌? 복수심에 불타 인간이길 포기한 듯 비정한 악인이 돼 버린 히스클리프? 캐서린의 친구로 히스클리프를 받아들여 주지 못해 캐서린을 병들게 한 에드거? 어리석은 사랑에 빠져버린 이사벨라?

 

 

 

 

모든 불행은 그 씨앗이 있겠지만 그 불행이 싹틔우기 전, 잎을 피우기 전, 더 자라기 전, 가지를 뻗기 전, 꽃을 피우기 전, 열매를 맺기 전 완전히 그 땅을 점령하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순간은 많다. 반갑지 않더라도 그 아이를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했더라면, 아내를 잃은 슬픔을 아들을 위해 극복해냈다면, 신분 따위보다 행복을 위해 사랑을 선택했더라면, 그토록 사랑했던 캐서린의 딸에게 조금만 인정을 베풀었더라면.. 그랬다면 불행을 멈출 수 있지 않았을까?

 

 

 

 

비극이라 했지만 엔딩은 결코 비극적이지 않다.

비극적인 결말이 오래 남는다지만 나는 이 소설의 어떤 장면보다도 캐시와 헤어턴의 마지막 모습이 좋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제인 에어>의 저자 샬롯 브론테의 동생인 에밀리 브론테는 겨우 30년이란 짧은 삶을 마감하기 1년 전에 이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실제 브론테 남매가 살았던 히스가 무성하고 황량한 산악지대는 소설에도 등장하는데 그들의 문학적 토양이 되었다고 한다. 자매는 비슷한 환경에서 함께 자라고 소통했음에도 글의 색깔은 다른 느낌을 주는데 10대 이후 생활한 환경의 차이가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앤 브론테까지 세 자매 모두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들의 작품을 더 볼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주인의 나쁜 버릇과 불량한 벗들은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히스클리프가 당한 학대는 가히 성자라도 악마로 변하게 할 만한 것이었지요._116

 

 

내 세상의 중대한 비극들은 히스클리프가 겪는 비극들이었어. 나도 처음부터 낱낱이 보고 느꼈지. 내 삶의 중대한 생각은 그 애 자체야. 만일 다른 모슨 게 소멸하고 그 애만 남는다면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다._145

 

 

 

 

배가 좌초하자 선장은 직분을 내팽개치고, 선원들은 배를 살리려 노력하기는커녕 난동과 혼란으로 뛰어들고, 하니 불운한 배는 희망을 아주 잃을 수밖에요. 반면에 린턴은 신실한 영혼의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었어요. 그분은 하느님을 믿었고 그분을 위로하셨지요. 한 사람은 희망했고 한 사람은 절망했어요. 각자 스스로 선택한 운명,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거예요._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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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해외여행이 뭐라고 숭민이의 일기 9
이승민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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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해외여행이뭐라고

#숭민이의일기9

#이승민 글 #박정섭 그림

#풀빛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밥 두 공기를 먹고도 한 공기 더 먹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 위장의 크기가 마음대로 늘어나는 초능력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우리의 숭민이. 지극히 단순하고 철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돈 때문에 옥신각신하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엿듣고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대신 9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특한 아이다. 나는 숭민이를 처음 만났지만, 초반부터 끌리기 시작했다.

 

 

 

입만 열면 자기 집 돈 자랑을 해 대는 호윤이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자랑하기 맞불 작전을 놓으려는데 자랑할 거리가 없다고 고민하는 숭민이에게 호윤이가 자랑하는 게 싫다면서 똑같이 자랑으로 복수하면 결국 둘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냐고 일침을 가하는 똑 부러지는 친구 심지영도 매력 있다. 유치원생답지 않은 기지를 발휘하는 동생 지유는 또 어찌나 오달진지!

 

 

 

 

숭민이가 좋아한다는 과자 프랑켄플루트가 진짜 있는지, 숭민이가 말도 안 되게 덜컥 당첨되어 떠나게 된 첫 해외 여행지 호룰루바라바 섬이 진짜 있는지 찾아봤다. 초록 창에도 구글 지도에도 호룰루 바라바란 곳은 없었다. 아니~! 정말 있는 곳처럼 설명해 놓으셔서 깜빡 속았다. 아놔! 호룰루 바라바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ㅋㅋ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된 과정은 꽤나 눈물겹다. ‘자연 크런치라는 착한 이름의 맛은 착하지 않을 과자 상자에 여행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고 우리의 눈치빠른 숭민이는 급식에 나온 자연 크런치를 보고 분명 상자가 존재할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찾아낸다.

 

 

 

내가 유치원생 때는 흙이나 파고 놀았던 것 같은데 요새 애들은 진짜 다른 모양이다._51

 

 

 

이벤트 응모할 수 있는 과자 상자 167개 중에 입막음용으로 동생에게 쥐여준 과자 상자로 당첨이 되자 숭민이가 한 말이다. 11살짜리가 할 말은 아닌 듯?

 

 

 

 

어쨌든 드디어 숭민이도 자랑쟁이 호윤이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자랑거리가 생겼다. 조급증 갑 아빠 때문에 다섯 시간이나 먼저 공항에 도착해 몹시 피곤했고, 뒷자리에 앉은 무례한 아이 때문에 언짢았고 난기류를 만나 잠시 이성을 잃을 뻔하고, 짐이 늦게 나와 버스를 놓치고......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과연, 숭민이네는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코믹한 그림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한데 주인공 숭민이는 어딘가 허술해 왠지 친근감 간다. 마냥 깔깔 웃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알 상식을 습득할 수 있고 숭민이가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되뇌는 우리 속담들로 문해력도 은근슬쩍 높여준다. 숭민이를 이제야 만나다니! 8권이나 더 있으니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숭민이의 일기 중 나의 다음 선택은?

 

#맘대로되는일이없어 !!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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